'국적불명' 한복에 중국 옷 입는 관광객까지…골머리 썩는 경복궁

'국적불명' 한복에 중국 옷 입는 관광객까지…골머리 썩는 경복궁

오진영 기자
2026.10.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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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문화·예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문화·예술 관람률은 10명 중 6명인 60.2%. 하지만 넘쳐나는 공연과 전시, 정책에는 자칫 압도돼 흥미를 잃기 십상입니다. 예술에서 '플로우'(Flow)는 몰입을 뜻합니다. 머니투데이가 당신의 문화·예술·스포츠 'FLOW'를 위해 이번 주의 이슈를 쉽게 전달해 드립니다.
경복궁에서 한푸를 입고 기념 촬영 중인 중국인 인플루언서. / 사진제공 = 바이두
경복궁에서 한푸를 입고 기념 촬영 중인 중국인 인플루언서. / 사진제공 = 바이두

"한복이 어떤 옷이냐고요? 중국의 '한푸'에서 기원한 옷이죠. 한국에서도 '한푸'를 자유롭게 입고 다닐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난 16일 경복궁에서 만난 한 중국인 인플루언서는 '한푸'(중국 전통 의상) 착용을 묻는 질문에 이와 같이 답했다. 한복이 한푸에서 기원한 옷이기 때문에 경복궁·창덕궁 등 유적에서도 한푸의 입장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중국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한푸를 입고 해외 유적을 방문하는 콘텐츠가 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복장 규정은 최근 궁능(궁궐·왕릉)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한복을 입을 경우 무료 입장을 허용하는 규정 때문에 한복을 입고 궁능을 찾는 내외국인이 늘고 있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되레 우리 문화를 왜곡할 수 있다는 비판 때문이다. 입장 제한이나 과태료 부과 등 제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의 '한복 무료관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무료관람을 위해 착용해야 하는 복장의 제한은 매우 적다. 상·하의를 갖춰 입기만 하면 고름·매듭 방식이나 치마의 형식 등 형태 제한은 없다. 생활한복을 착용해도 되고, 남자가 여자 옷을 입거나 여자가 남자 옷을 입어도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제한 조항은 '과도한 노출을 금지한다'는 조항 뿐이다.

/그래픽 = 김현정 디자인기자
/그래픽 = 김현정 디자인기자

대여점들이 국적불명의 한복으로 외국인들을 끌어들이는 것도 널널한 조항 덕분이다. 광화문 근처에만 30~40여곳의 대여점들이 있는데, 대부분 금박 자수가 있거나 서양식 레이스가 달린 등 전통 한복과 거리가 멀다. 광화문에서 100여미터 떨어진 한 대여점 관계자는 "밋밋한 복장은 인기가 없고, 색이 다양하거나 드레스같은 옷이 인기가 있다"며 "서양 관광객들이 특히 화려한 옷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중국 관광객들까지 가세했다. 중국인 인플루언서가 올린 한푸를 입고 경복궁을 누비며 '전세계에 중국 문화를 알리자'는 영상이 샤오홍슈·틱톡 등 중국 SNS에서 인기를 끌며 한복 대신 한푸를 입는 중국인들이 많아졌다. 틱톡에 게시된 '한복은 한푸와 같다'거나 '한푸를 입고 한국을 찾았다'는 영상은 수백건이 넘는다.

하지만 잘못된 한복을 입더라도 궁능 관람을 제한할 수는 없다. '궁·능 관람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위험물질이나 취사도구를 소지하거나 음주·무속행위자 등 한정된 경우에만 입장을 막을 수 있다. 한푸를 착용한 중국 관광객이 경복궁이나 창덕궁을 누비는 것 역시 입장을 막을 근거가 모자라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한푸를 입었다는 것만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복 대여점 골목에 외국인들이 북적이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복 대여점 골목에 외국인들이 북적이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해외에서는 중요 유적 방문시 엄격한 복장 규정을 적용한다.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은 공공 질서를 해치거나 역사적 배경이 담긴 드레스 등의 입장을 모두 거부한다. 일본 교토의 사원 세이라이인은 코스프레 의상 등의 입장을 원천 차단하고 있으며, 가톨릭 색채가 강한 이탈리아 유적들은 단정한 복장이 아닐 경우 벌금까지 부과할 수 있다.

문화예술계는 원형과 동떨어진 한복 착용이 문화 왜곡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국 관광객들의 한푸 착용도 같은 맥락에서 제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전통한복을 만드는 한 전수자는 "외국인들에게 우리 문화를 알리는 것은 좋지만, 최소한 원형은 보존해야 한다"며 "유적에서 역사 왜곡의 소지가 있는 옷을 허용해서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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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에서 문화를 담당하고 있는 오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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