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인데 손가락 관절 뻣뻣..."증상 수십개" 가임기 여성 노리는 '이 병'

홍효진 기자
2026.08.26 15:28

[의료in리포트]
자가면역질환 루푸스 환자 증가세
86%가 여성…가임기 여성에 집중
증상만 전신에 걸쳐 수십개…진단 지연도

사진은 기자가 요청한 AI(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사진=챗GPT

#대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20대·여)는 며칠 전 '루푸스'(전신홍반루푸스) 진단을 받았다. 2년 전쯤 손가락 관절이 뻣뻣해지고 통증이 있었지만 이후 증상이 가라앉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다 최근 관절통·피로감 등 증상이 다시 나타난 김씨는 대학병원 검사 결과 루푸스를 진단받게 됐다. 그는 "요즘 들어 충분히 쉬어도 피로감이 계속 쌓이는 느낌이 있었다"며 "무릎 관절 통증도 심해지면서 평소와 같은 속도로 걷는 게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2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루푸스 환자 수는 2021년 2만9877명에서 2025년 3만4081명으로 5년째 증가세다. 지난해 전체 환자 중 86%(2만9318명)가 여성으로, 보통 가임기(임신 가능 기간)가 시작되는 10대부터 환자 발생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루푸스는 면역세포가 체내 세포와 장기를 공격해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전적·환경적 요인과 호르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주로 가임기 여성에서 발생해 여성호르몬이 루푸스 발병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질환 관련 증상만 전신에 걸쳐 수십 가지에 달해 '천의 얼굴'을 가진 병으로도 불린다. 여러 증상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진료과가 분산되다 보니 진단이 2~3년씩 늦어지는 경우도 적잖다.

가장 흔한 증상은 피부 발진, 피로감, 발열, 관절·근육통이다. 대표적인 피부 증상으로는 양 볼과 콧등에 나타나는 나비 모양의 발진이 있다. 햇빛에 노출된 뒤 피부 증상이 심해지는 광과민성 반응으로만 나타날 수도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체중 감소와 백혈구 감소, 탈모 등도 동반될 수 있다. 손발이 차가워지며 피부색이 하얗거나 푸르게 되는 '레이노' 현상, 혈관 벽에 염증이 생기는 '혈관염' 등도 발생할 수 있다.

자가면역질환 '루푸스' 환자 수.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뇌를 비롯한 주요 장기까지 침범하는 경우도 있다. 신장에 염증이 생기면 루푸스 신염으로 진행돼 단백뇨나 혈뇨가 나타나고 심하면 신기능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 폐와 흉막을 침범할 경우 흉통·호흡곤란이 발생하고 심낭염·심근염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중추신경계 침범 시 경련, 인지기능 저하 등이 나타난다.

이영호 고려대안암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루푸스는 피부와 관절뿐 아니라 신장·폐·심장·뇌 등 주요 장기까지 침범할 수 있단 점에서 조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며 "충분한 휴식 후에도 피로가 지속되고 관절통이 반복되거나 피부 발진, 탈모, 구강 궤양 등이 동반된다면 루푸스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루푸스 의심 환자에게 가장 먼저 시행하는 것은 혈액 내 항핵항체(ANA) 검사다. 항핵항체는 자신의 세포에 대한 항체로, 자가면역질환 진단과 치료에 쓰인다. 이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추가 항체 검사를 진행한 뒤 루푸스를 확진한다. 장기 침범이 있다면 초음파·CT(컴퓨터 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등을 시행한다.

루푸스는 완치는 없다. 다만 증상을 안정화할 수는 있다. 기본 치료 목표 역시 완치가 아닌 염증 조절과 장기 손상 예방에 있다. 김해림 건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전체 루푸스 환자의 80% 이상이 임상적 관해(치료를 유지하며 증상이 진행하지 않고 안정된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며 "관해 상태에서도 3개월마다 혈액검사를 통해 임상 증상이 악화하기 전 신호를 잡아내는 게 중요하다. 한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은 간 수치 이상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복용 전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 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몸 상태에 맞는 운동을 생활화하고 스트레스를 꾸준히 잘 관리해야 한다. 이 교수는 "루푸스를 비롯한 자가면역질환은 조기 진단 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질환 활성도를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건강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며 "균형 잡힌 식습관과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는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 도움이 된다. 증상이 호전돼도 정기적인 진료와 검사를 통해 지속해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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