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항소심 재판부가 자신을 성추행한 교장을 경찰에 신고한 여학생을 불태워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교장과 공범 1명에 대한 사형 선고를 유지했다.
24일(현지 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항소법원은 2019년 발생한 누스랏 자한 라피(당시 19세) 살해 사건 항소심에서 교장 SM 시라즈 우드 다울라와 공범 1명에 대한 사형을 확정했다. 다른 피고인 4명은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10명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누스랏은 2019년 3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남쪽으로 약 160㎞ 떨어진 페니의 이슬람 학교에 다니던 중 교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교장이 체포된 뒤에도 누스랏은 학업을 이어갔지만, 같은 해 4월 기말고사를 치르러 학교에 갔다가 교장의 측근들로부터 고소를 취하하라는 협박을 받았다.
이들은 누스랏이 요구를 거부하자 그를 한적한 곳으로 데려가 손과 발을 묶은 뒤 등유를 붓고 불을 붙였다. 이후 범행을 자살로 위장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누스랏은 전신의 약 80%에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사건 발생 나흘 뒤에 숨졌다. 당시 누스랏은 병원으로 이송되기 전 촬영한 영상에서 "선생님이 나를 만졌다"며 자신을 공격한 사람들의 이름을 밝히고 끝까지 범죄에 맞서 싸우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검찰은 교장이 수감 중에도 누스랏이 고소를 취하하지 않을 경우 살해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법원은 이후 사건에 가담한 16명 전원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누스랏의 죽음은 방글라데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수도 다카를 비롯한 곳곳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과 엄벌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특히 여성들이 성범죄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누스랏이 직접 교장을 신고하고 가해자들의 신원을 밝힌 점도 큰 관심을 받았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사건 발생 7년여 만에 나온 최종 판단으로, 방글라데시 사회에서 여성 대상 성범죄와 보복 범죄에 대한 엄벌의 필요성을 다시 부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