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전 6개월을 넘긴 이란전쟁이 끝없는 소모전 양상을 이어가며 세계 경제에 주름살도 깊어진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지난 28일(현지시간) 6개월을 넘겼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는 4~6주내 끝날 것이라며 조기 종전을 장담했지만 전황은 생각과 달랐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군사력으로 이란의 양보를 얻어낼 수 없게 된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 압박으로 방향을 돌렸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확전이 부담스러운 만큼 이란 고사 작전에 나선 것이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러한 새로운 전략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이란과의 대규모 무력 충돌을 피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란에 생필품 사재기가 벌어지는 등 경제 제재의 영향도 나타났다. 하지만 이란이 여기에 굴복할 거란 전망은 낮다. 중동 관계자들과 미국 인사들조차 강력한 경제 제재가 테헤란이 도리어 군사적 보복에 나서게끔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핵 개발 저지 등을 명분으로 이란을 공습했다. 그러나 지상군 없이 공습만으로 이란을 무력화하지 못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인공 수로가 아닌 자연바다여서 원래는 자유롭게 다니던 바닷길이 기뢰가 깔린 데다 통행료를 내야 하는 위험천만한 영역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을 전쟁 이전 상태로 '원상복구'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이란의 승인 없이 배 한 척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고 이란 메흐르통신이 30일 전했다.
핵 협상 또한 지지부진하다. 지난 6월 MOU(양해각서) 체결 당시 후속논의 조짐이 있었으나 농축우라늄 처리방안, 호르무즈 해협 통행권 등 핵심 쟁점이 여전하다. 카타르, 파키스탄 등 중재국들이 여전히 양국 사이를 조율하고 있지만 뚜렷한 진전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맺은 종전 MOU 조건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MOU 이행을 통해 이란이 당면한 과제를 극복할 수 있다며 미국에 MOU 이행을 촉구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은 차질을 빚고 각종 물가상승 압력이 이어지는데도 당장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이란은 내부 동요를 막고자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성명을 통해 사회 결속을 해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란 군부는 미국이 원하는 것을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군의 무기 재고가 급속히 줄고 핵심 전력이 중동으로 차출된 점도 주목된다.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응해야 하는 아시아태평양쪽 미국의 방어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미국이 이란전쟁에 미사일을 소모해 유럽 작전계획을 수정해야 했고 구형 미사일을 개조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란이 군사행동에 나설 경우 줄어든 미국의 미사일 요격 시스템이 심각한 도전을 맞을 수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 국방부에서 일했던 대니얼 샤피로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WSJ에 "이란은 막대한 고통을 감수할 의지도 있지만, 미국과 세계 경제에 고통을 가할 수단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