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 걸렸다"… 투표소 몰린 민심, 의회권력 뒤집었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입력 2026.11.05 03:54 수정 2026.11.05 05:02

사전투표 6000만명 넘어서며
역대 중간선거 최고기록 경신
보수 강세 텍사스·캔자스 탈환
19억弗 거래, 예측시장도 요동

3일 오전 9시(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공공도서관. 이곳에 설치된 중간선거 투표소 앞에 유권자들의 대기행렬이 이어졌다. 투표소 인근 커피매장의 직원은 "투표소가 문을 열자마자 새벽 6시부터 투표를 하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며 "대선 때보다 투표하려는 사람이 더 많은 것같다"고 말했다.

플로리다대 선거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선거 당일 전까지 사전 현장투표와 우편투표에 참여한 유권자가 6000만명을 넘어서며 역대 중간선거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우세한 텍사스, 캔자스 등에서도 일반적으로 민주당에 대한 투표율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사전투표가 늘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됐다.

사전투표뿐 아니라 본투표 당일 현장의 열기도 뜨겁다. 현장에서 만난 한 유권자는 "의회 다수당 주도권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국정방향과 생활비 문제가 직결된다"며 "단 한 표 차로 승부가 갈릴 수 있다는 생각에 출근길 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개표결과 민주당 우세가 나타나자 양당의 표정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개표를 지켜본 분위기에 대해 "무겁고 장례식 같았다"며 소식통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는 "민주당의 승리가 아닌 미국의 승리"라면서 앞으로 민주당은 의료비 부담완화와 부패조사에 집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국이 중간선거를 치른 3일(현지시간) 캔자스주 오버랜드파크에서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애덤 해밀턴의 지지자들이 개표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해밀턴은 공화당 현역 상원의원 로저 마셜을 꺾고 1932년 이후 94년 만에 캔자스주에서 당선된 민주당 상원의원이 됐다. /오버랜드파크(미국) AP=뉴시스

◇19억달러 판돈 쏠린 예측시장…실시간 자금이 쫓은 민심

이번 중간선거는 여론조사를 넘어 '실시간 판돈'이 민심의 궤적을 다층적으로 추적하는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금융시장과 연결된 정치예측시장 플랫폼은 역사상 가장 뜨겁게 요동쳤다. 칼시와 폴리마켓 등에 몰린 중간선거 관련 거래액은 19억달러(약 2조5000억원)로 역대 최대기록을 썼다. 2022년 중간선거 당시 두 플랫폼의 월간합산 거래액 400만달러와 비교하면 거래규모가 수백 배 팽창한 셈이다.

선거 당일 예측시장에서 형성된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탈환 확률은 약 94%, 상원 탈환 확률은 약 77%로 나타나 모두 결과를 맞힌 셈이 됐다. 게다가 현지언론은 방송 화면에 예측시장 플랫폼 배당률을 실시간 지표로 반영했다. 영국 가디언은 "예측시장 플랫폼에서 돈을 거는 트레이더들이 사실상 새로운 정치평론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하버드대 예측모델도 민주당 싹쓸이 예상

학술통계 모델과 여론조사기관들의 판세분석도 이와 비슷했다. 하버드대 데이터과학연구소의 게리 킹 교수연구팀이 공개한 선거예측 모델은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탈환할 확률을 96%(예상 의석수 239~242석), 상원 다수당 확보확률을 78%(예상 52석 대 공화당 48석)라고 봤다. 상원 접전지 7곳 중에선 텍사스, 오하이오, 캔자스, 알래스카를 민주당 우세지역으로 제시했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공화당이 하원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20면체 주사위를 굴려 단 한 번에 '20'이 나올 확률(5%)과 같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