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유럽 '가스분쟁' 전말은

러시아-유럽 '가스분쟁' 전말은

이경호 기자
2006.01.0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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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저녁 가스공급 재개… 유럽의 대러시아 의존율 50% '에너지전 불씨' 남아

러시아가 3일 저녁부터 가스공급을 재개키로 해 유럽은 일단 에너지 대란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갈등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자칫 에너지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가스 사용량의 5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으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형편이다.

자원을 무기로 입김을 높이고 있는 러시아와 궁지에 몰린 유럽 사이에 에너지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 지 관심을 끌고 있다.

러시아-유럽 갈등 수습

가스공급을 둘러싼 유럽과 러시아의 갈등은 일단 수습됐다. 러시아의 국영 가스회사인 가즈프롬은 3일 저녁(현지시간)까지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를 공급 중단 전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헝가리와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에 대해서는 당초 공급량보다 많은 가스를 공급키로 했다.

가즈프롬이 공급중단 이틀 만에 한발짝 물러선 것은 유럽과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자 반발했다. 특히 독일은 러시아와 경제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궁지에 몰린 유럽

그렇다고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비슷한 사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유럽의 경우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사용하고 있는 천연가스의 약 50%는 러시아가 공급하고 있다. 러시아에 인접한 발트해 연안 국가 가운데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은 러시아에서 천연가스를 전량 수입하고 있다. 슬로바키아와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은 천연가스의 70~8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프랑스는 전체 천연가스 가운데 25%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문제는 당분간 러시아를 대체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유럽과 영국에 가스를 공급하는 서방 최대 가스 수출국 노르웨이는 생산량이 한계에 도달했다.

따라서 러시아가 공급을 옥죄면 유럽은 에너지 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실제 이번에 러시아가 공급을 중단한 것은 단 이틀이지만 유럽의 일부 국가는 가스 부족에 시달렸다. 이로 인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긴급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가스 비축을 늘리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브뤼셀 소재 유럽정책연구센터의 대니얼 그로스 소장은 "당분간 EU는 고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면서 "장기적으로 가능한 한 많은 가스관을 건설하고 비축량을 늘리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자원민족주의

러시아는 이번 사태의 발단 원인이 된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고삐를 풀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공급 중단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가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에서 9500만 제곱미터의 가스를 훔쳤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가격 인상 방침에도 변화가 없다. 당초 러시아는 올 2분기부터 천연가스 가격을 현행 1000세제곱미터 당 50달러에서 230달러로 인상한다고 우크라이나에 통보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이를 거부하자 1일부로 가스공급을 중단했다.

러시아가 가격을 올린 것은 우크라이나의 정권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오렌지 혁명에 성공한 이후 친 서방 노선을 펴면서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자원을 무기로 우크라이나를 친 러시아로 돌리려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같은 해석은 벨로루시 사례에서 입증된다. 러시아는 친 러시아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벨로루시에 대해서는 옛 가격을 유지키로 했다.

러시아의 눈치보기

그러나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로 전권을 행사할 수 없다. 러시아의 지원민족주의에 대해 나라 안팎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있어 에너지를 무기로 주변국을 계속 압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러시아 정부는 그 동안 석유 회사간 지분 인수를 통해 민간 석유회사를 국유화해 비난을 사고 있다. 최대 민간석유기업인 유코스의 최고경영자를 탈세 혐의로 구속하고, 회사를 해체한 뒤 국유화하자 비난 여론은 극에 달했다.

러시아 정부는 유코스 사태 후에도 이번 가스분쟁 사태의 주역인 가즈프롬의 지분을 50% 이상 확보했다. 더 나아가 러시아 정부가 가즈프롬의 소유 관계를 이용해 러시아 5위의 석유그룹 시브네프트의 인수를 추진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는 것은 국제 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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