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가격 올해 고점 대비 28%↓…증시와 동반 하락
시장 금리 상승하며 금융상품과 비교해 투자매력↓

국내외 주식시장이 하락세인 가운데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온스당 4000달러를 위협받으며 흔들린다. 통상 증시가 불안하면 금으로 투자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엔 동반 약세다.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맞물리며 금보다 현금성 자산으로 투자자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장중 온스당 3975.23달러까지 하락했다. 금 현물 가격이 400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7월 이후 처음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국제 금 가격은 장중 온스당 5586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고점 대비 낙폭이 28%를 넘어섰다. 이번 주 들어 저가 매수세 유입과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온스당 4030달러대를 회복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4000달러 안팎에서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금 가격도 약세를 면치 못한다.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거래되는 금 가격은 최근 1g당 17만원 선을 간신히 웃돌고 있다. 이달 초 종가인 18만3480원과 비교하면 7% 넘게 하락했다.
금 가격 하락이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외 주식시장 역시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이달 초 종가 기준 7000선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이후 급락세를 보이며 5000대로 내려앉았다. 미국 증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나스닥지수는 이달 초 2만6871.60에서 지난 26일 2만6169.38로 하락했다. 이달 한때 7800선을 웃돌았던 S&P500지수 역시 최근 7600대로 밀려났다.
시장은 국내외 증시가 최근 3주간 기술주를 중심으로 하락 압력을 받으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금 가격마저 동반 하락하고 있는 점을 주목한다.
일반적으로 주식은 경기 상황과 기업 실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반면 금은 실물자산이라는 특성과 희소성을 바탕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될 때 투자자들이 찾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인식돼 왔다. 주식시장이 불안해지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금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금 가격이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났던 이유다.
특히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 금에 대한 투자 수요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금에 대한 투자 수요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금의 안전자산 지위가 약화했다기보다 금리 환경의 변화가 주식과 금의 동반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본다. 금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투자수단으로 활용되지만 보유하더라도 이자나 배당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국채나 예금 등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금융상품과 비교해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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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특히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여력이 줄어들고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부각될 수 있다. 이 같은 우려가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금 가격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증시 급락에 따른 현금 확보 수요 역시 금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주식 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한 투자자들이 추가 증거금을 마련하거나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보유 중인 금까지 매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은 현금성 금융상품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최근 한 달간 자금유입 상위 ETF(상장지수펀드)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상품은 파킹형 ETF인 KODEX 머니마켓액티브로, 이 기간 순유입액이 2조4328억원에 달했다.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적극적인 수익 추구보다 투자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투자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파킹형 ETF처럼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이 작고 단기금리에 따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을 선택하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려는 투자 전략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