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몰린 곳에 사람·돈도 몰린다

노점상 몰린 곳에 사람·돈도 몰린다

지영호 기자
입력 2008.02.23 17:00 드롭다운 아이콘 수정 2008.02.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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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유동인구와 상권 입지

경기도 분당에서 주유소를 운영중인 김지훈(가명·38) 씨는 교통 흐름을 분석해 성공한 케이스다. 대로 건너편에 수 년 째 터를 닦아 온 경쟁 주유소가 있었지만 개업 후 불과 2개월 만에 상대 업체를 눌렀다.

김씨가 특별히 상대 업체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했거나 가격경쟁을 시도하지 않았음에도 지역 터줏대감을 이긴 이유는 바로 입지에 있다.

김씨는 이 지역의 서울 출퇴근 차량이 타 도시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점을 착안, 주요도로가 모이는 길목에 퇴근길 쪽으로 입지를 선정했다. 오전 출근시간에는 건너편 도로에 차량이 몰리지만 퇴근길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주유소 쪽 도로로 차량이 몰리는 상태였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운전자들 대부분이 출근 시보다 퇴근 시에 주유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상대 주유소보다 높은 매출을 기록하게 된 것.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김씨는 상대 주유소보다 30% 이상의 매출을 더 올리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 앞에서는 고대생의 추억과 함께했던 지하보도가 철거됐다. 지하보도는 그간 노숙자 거주지역으로 이용된 데다 야간범죄의 우려가 높아 지속적인 철거 민원이 들어왔던 시설물이다. 지하보도 이용을 꺼리는 학생들의 무단횡단으로 사고위험도 높았을 뿐 아니라 이동도 많지 않아 그간 고대 정문의 상권은 죽어있는 상태였다.

철거 이후 횡단보도가 새로 놓여지자 고대 앞의 유동인구가 눈에 띄게 늘었다. 더불어 고대 정문의 상권도 크게 살아났다.

이 지역의 한 소매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의 매출을 기록중이다”라며 “횡단보도 개설 이후 편의점이 생기는 등 지역 상권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횡단보도 개설로 유동인구의 흐름이 바뀌면서 수혜를 얻는 상권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소비자의 왼쪽을 노려라

몇 해 전 LG경제연구소는 재미있는 자료를 내놨다.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왼쪽을 노려야 한다는 것.

이 자료에 따르면 “백화점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면 왼쪽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며 “백화점의 신상품과 마네킹 등을 배치할 때 진행방향의 왼쪽에 설치하고, TV 홈쇼핑도 가격이나 조건 등 민감한 정보 등을 화면 왼쪽에 둔다”고 주장했다.

오른발잡이의 보폭은 오른쪽이 더 넓다는 주장도 한국인의 ‘좌회전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발잡이는 오른쪽 다리에 더 힘이 실리기 때문에 자연스레 왼쪽 다리를 축으로 회전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 실험적으로 증명된 결과로 오른발잡이가 눈을 감고 걸으면 왼쪽 방향으로 도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다른 근거는 한국인에게 깊숙이 박혀있는 ‘좌측통행’ 문화다. 좌측으로 다니는 것에 대한 자연스러운 습관이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게끔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측통행을 생활화하는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는 우측 주시율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다.

따라서 오른손잡이가 많은 한국인의 특성상 왼쪽 공략은 국내시장에서 충분히 먹혀들 수 있는 이야기다. 소비자의 특성을 파악하면 흐름이 보이고 이는 곧 매출증대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통업계는 한국인의 특성을 이용한 ‘왼쪽 마케팅’을 이미 보편화했다. 경기도 부천의 GS백화점의 한 의류매장은 주 동선이 있는 곳의 왼편에 마네킹을 전시하면서 10배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물론 백화점 외부의 쇼윈도에 전시한 효과도 있었지만 이곳의 위치도 유동인구가 이동하는 경로에서 왼편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가점포 입지에 따라 매출이 달라진다.

상가점포에서 입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상가점포 매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요인으로 입지가 60~80%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만큼 유동인구에 따라 매출이 큰 폭으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좋은 입지란 무엇일까? 장경철 상가뉴스레이다 투자자문실장은 “좋은 입지란 적정 규모의 투자로 적어도 월 3% 이상의 순이익을 올릴 수 있는 업종에 맞는 입지”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면 대형 병원 정문에 약국이나 신혼부부들이 많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유아용품점 등이 그것이다.

물론 좋은 입지의 상가점포는 불변이 아니며 주변환경이 변함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대형 할인점이나 백화점의 개점, 전철노선 또는 도로의 개통, 대규모 아파트의 완공, 횡단보도의 신설 등 수 많은 요인에 의해 좋지 않은 입지가 좋은 입지로, 좋은 입지가 좋지 않은 입지로 바뀌게 된다.

장 실장은 "유동인구의 흐름에 주목하다 보면 돈되는 자리를 찾게 된다"며 "상권은 유동적이기 때문에 변동호재를 주시하면서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퇴근 방향의 노루목 노려라

점포사업은 대부분 오전보다 오후부터 밤까지 시간에 호황을 이룬다. 때문에 상가의 위치는 출근하는 방향보다는 퇴근하는 방향에 있는 것이 유리하다.

옛말에 '노루목'이라는 것이 있다. 노루는 꼭 다니는 길로만 다닌다. 사냥꾼은 바로 이 길목을 지키면 되는 것이다. 사람도 비슷하다. 늘 다니던 길에 익숙해져 있다. 당연히 퇴근하는 길목을 지켜야 한다. 사람들이 퇴근시간에 주로 이용하는 도로가 어디며, 주 동선이 어떻게 흐르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노루목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바로 노점상의 입지다. 노점상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항상 입지하는 특징을 갖는다. 특히 주택지 대로변 같은 곳은 노점상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상권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있다. 노점상이 있다는 것은 상권이 살아있고 목이라는 증거다.

간혹 창업 아이템이 노점상 업종과 중복되는 경우가 있는데 단기적으로는 상가 사업자가 손해를 입지만 장기적으로는 노점상을 통해 상권이 유지되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대형 고층보다 소형 저층이 유리하다

점심시간에 대형 빌딩에서 쏟아져 나오는 샐러리맨의 유동인구에 현혹돼 초보창업자들이 범하는 우는 대형 빌딩의 입점이다. 흔히 초보창업자들은 대형 사무실이 밀집한 곳이 소형 저층 빌딩이 있는 곳보다 매출이 더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주 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대형 사무실 밀집지역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개점휴업 상태인 곳이 대부분이다. 이런 곳은 특별한 노하우가 있거나 특별한 종목을 제외하면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 낫다.

일부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주장하기도 하지만 오피스가에서는 대형 사무실보다 소형이 훨씬 알차다. 소형사무실이 많이 밀집된 곳은 대개 역세권 주위에 있으며, 교통망이 좋다. 서울의 역세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 5층 이하 건물이 주를 이룬다. 이름없는 사무실 직원들 또한 역세권 유동인구의 한 축이며 배후 수요임을 알아야 한다.

◆노출면이 넓을수록 유리

같은 면적의 점포라 할지라도 외부에 노출되는 면이 넓을수록 유리하다. 입구에서 봤을 때 노출 면적인 적지만 길게 뻗은 점포보다는 안으로 면적은 좁지만 노출되는 면이 넓은 점포가 가시효과가 뛰어나다.

주택지 상권이나 역세권을 가릴 것 없이 노출면이 가장 넓은 코너 상가는 그 상권에서 최고의 자리다. 이런 곳은 시선이 집중되고 출입구 접근이 쉽다. 어떤 업종이든 상권의 특성에 정반대인 것만 아니라면 성공가능성이 크다.

이런 자리는 주변 상인들이 늘 눈여겨보는 대상이다. 장사가 잘되기 때문에 매물로 나오지도 않지만 만약 이 같은 물건이 나온다면 창업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입지다.

◆단지 내 상가는 배후세력과 유통시설 따져야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형성된 곳에는 대형 유통시설이 경쟁적으로 들어서게 마련이다. 자연히 소비자들은 중심상권에서 구매를 원한다. 때문에 대규모 아파트단지 내 상가는 살아남기가 어렵다.

1000가구 이상 되는 독립단지인 경우에도 많은 배후수요를 중심상권에 빼앗기게 된다. 그러다 보니 당초 기대와는 달리 실제로는 300~400가구 정도의 상권인 셈이다. 결국 상가 내 입점한 사업자는 어려움을 겪게되고 문을 닫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보다는 오히려 중심상권에서 조금 떨어진 소규모 아파트단지의 대로변 상가가 더 낫다. 이때 중심상권과의 거리는 200~300m 정도가 적당하다. 그래야만 중심상권에서 들어오고 또 나가는 유동인구가 지나가는 길목이 될 수 있다.

상가를 얻으려면 중심상권의 대형 판매시설 바로 옆에 얻는 것이 좋다. 그래야 단지 내의 모든 세대를 대상으로 업종과 아이템에 구애받지 않고 성공 가능성도 크다.

아파트단지는 주택지상권보다 세대당 물품구매력이 높다. 그러나 모든 아파트 거주자들이 단지 내 상가 이용빈도가 높은 것은 결코 아니다. 분양평수 109㎡ 이하인 중소형 아파트(79~109㎡)는 30~40대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초등학생 이하의 어린이가 많다. 따라서 단지 내 상가에는 학용품점, 의류점, 식품점, 학원 등이 유리하다.

중소형 아파트 단지라도 최소 700가구는 넘어야 자체상권으로서의 구실을 한다. 하지만 700가구가 넘는다고 하더라도 언덕위에 있으면 저지대 상가주택에있는 점포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따라서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입점하려면 평수와 거주민들의 연령과 소득수준 등 각종 요인을 고려해 아이템을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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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산업2부장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2026년부터 산업2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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