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나를 베끼는 자는 죽는다"

[CEO칼럼]"나를 베끼는 자는 죽는다"

권순도 미래산업 대표
2009.07.07 09:06

세계 12위 경제 대국...지적재산권 보호 수준은 37위에 머물러

"나를 배우는 자는 살아남지만 나를 베끼는 자는 죽는다."(學我者生, 似我者死) 20세기 중국을 대표하는 화가 치바이스(齊白石)가 한 말이다. 어디 예술만 그런가. 개성 없는 사람은 지루하며 성공하기 어렵다. 또 창의성이라는 동력을 잃은 나라는 경제와 문화가 어김없이 쇠락한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국가에게도 오리지낼리티는 생명력이며 베끼기 습성은 수렁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반도체, 휴대폰, 조선업, LCD TV 생산 등 분야에서 세계 1위에 등극하거나 근접했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953년 13억 달러였던 GDP가 2008년에는 9400억 달러 수준으로 720배 이상 성장했다. 무역 규모는 1948년에 비해 3600배 이상 커졌다. 한국 문화의 위상도 상상 못한 정도로 높아졌다. 우리 대중문화는 '한류'라는 이름으로 일본과 중국을 포함한 수십억 아시아인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어떻게 이런 기적 같은 일이 가능했을까. 왜 세계인들은 한국의 TV와 휴대폰을 기쁘게 구입할까. 우리나라의 근로자들이 만든 선박이 세계 오대양을 누비는 것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우리의 드라마와 노래가 서구의 대중문화와 경합하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독창성 또는 오리지낼리티가 오늘 우리가 누리는 경제적 문화적 번영의 배경인 것은 분명하다. 과거 우리나라의 적지 않은 제조업체들이 해외의 유명 제품을 모방한 제품을 만들어 값싸게 수출한 적이 있다. 미국의 음악 등 대중문화 상품을 부끄러움 없이 베끼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모방의 단계에 머물렀다면 우리의 경제와 문화는 정체 내지 쇠락을 맞았을 것이다. 선진국의 제품과 문화를 모방하는 것을 멈추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휴대폰과 선박과 문화 상품을 만들어낸 순간, 우리 사회는 경제 및 문화적 강국으로 비상할 동력을 얻은 것이다.

그런 사실은 몇 가지 수치로도 입증된다. 경제 규모 12위인 우리나라는 세계 4위의 특허 출원국이다. 인구 1인당 특허건수는 세계 1위이다. 한편 올해 우리나라가 20년 만에 미국의 지식재산권 감시대상국 리스트에서 벗어났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이 지식재산권 보호 시스템 개선에 우선순위를 두고 지속적인 노력을 쏟아온 점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남의 것을 손쉽게 베끼려는 유혹은 집요하다. 지하철에서 길거리와 인터넷 쇼핑몰에서 심지어는 번듯한 대형 매장에서도 글로벌 명품들을 모방한 짝퉁 제품들이 팔리고 있는 게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해외 영화와 음악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우리나라의 전자 제품과 자동차가 해외에서 도용의 대상이 될 때 우리는 분노한다. 지적재산권의 보호는 대칭성이 전제조건이다. 우리가 외국의 지재권을 보호해야 우리 것이 존중받을 수 있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의 지적재산권 보호 수준은 높지 않다. 작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세계 55개국 중 우리는 37위였다. 짝퉁 천국으로 불리는 중국은 35위다. 또 특허 수지를 놓고 봐도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적자국이다.

우리 사회는 양질의 지적재산을 생산할 능력을 갖게 됐고 이는 우리 사회 발전의 중요한 동력이다. 그러나 여전히 교정해야 할 것들이 있다. 국내외의 지적재산권을 존중하는 풍토가 절실하다. 개인과 기업의 창의성을 고무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식 경제 시대를 꽃피우기 위해 필수적이다. 개인들의 인식 전환 뿐 아니라 정부와 여러 사회단체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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