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판은 벌어졌는데 흥행은?

[기자수첩]판은 벌어졌는데 흥행은?

신혜선 기자
2009.07.24 08:59

미디어 관련 3개 법안이 22일 직권상정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정족수 미달로 재투표를 하면서 효력 공방이 일고 있지만, 이미 '관전 포인트'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종편PP나 보도PP에 참여할 대기업들로 옮겨지고 있다.

우선 '공'을 넘겨받은 방통위. '누구를 어떻게 뽑느냐'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방통위 안팎에는 '특혜시비를 빗겨가기 위해 2개 이상의 복수 사업자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말부터 '중소기업이나 방송콘텐츠 사업자가 함께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유도, 가산점을 줄 것'이라는 소문까지 무성하다. 이 기준을 확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방통상임위원회의 몫이니, 방통상임위원들은 꽤나 더운 여름을 보내게 됐다.

더 큰 관심사는 '누가 손을 들고 나설 것이냐'이다.

지난 8개월간 미디어 법에 대해 주요 대기업들은 침묵이나 부정으로 일관했다. '신방겸업'을 대대적으로 환영하고 있는 유력 일간지 몇 개만이 올 초부터 여기저기 컨소시엄 구성을 타진하며 파트너 구하기에 혈안이 돼있을 뿐이다.

'포커 페이스'일 수도 있지만, 대기업 관계자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더 시니컬하다. "신문사가 돈이나 내겠는가? 몇 년간은 적자를 감수해야하는데 골치 아픈 신문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뒷감당을 어찌 하라고..." 방송사업 진출 가능성과 신문 컨소시엄 구성을 묻는 질문에 대한 대기업 임원의 반응이다.

직권상정이란 극한 카드를 사용하면서도 정부가 이 판을 벌인 명분은 대자본의 방송시장 참여로 방송 산업을 키운다는 거였다. 이는 방송시장에 대한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전제로 한 계획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판을 벌렸는데, 흥행에 실패할 경우', 정부의 부담이 어느 정도일 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런데 부담은 기업들이 더 크게 지는 분위기다. 자칫 '울며 겨자 먹기'로 끌려들어가게 되는 건 아닌지, 염려하는 모습이다. 규제를 받고 있는 KT나 SK텔레콤은 방통융합을 이유로 '발이라도 걸치라는' 주문을 받게 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가 기업의 방송시장 참여를 무리하게 요구할 수 있다는데 대한 기우다.

"걱정할 필요 없다. 다 있다." 최근 카자흐스탄 출장에서 새로운 종편PP나 보도PP에 참여할 기업이 있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답이었다. 미디어 빅뱅을 끌고 갈 주인공이 제대로 등장할 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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