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기업형 슈퍼' 한 곳도 없는 이유는

제주도에 '기업형 슈퍼' 한 곳도 없는 이유는

김도윤 기자
2012.07.01 17:32

제주도 슈퍼마켓 협동조합 슈퍼에 직접 공급.. "대형마트에도 안밀려"

제주도에는 SSM(기업형 슈퍼마켓)이 한 군데도 없다. 골목상권 침해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SSM이 없는 이유는 수퍼 개인 영업자들이 똘똘 뭉친 제주도슈퍼마켓협동조합 때문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오는 4일 2차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서비스업 적합업종 선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이달 28일 정부와 동반성장위원회에 수퍼마켓 및 기타 음식료품 위주 종합소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소상공인들은 "골목상권이 살아야 나라도 경제도 산다"고 외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동네 소형 수퍼마켓은 지난 2001년 11만685개에서 2009년 7만9200개로 약 30% 감소했다. SSM 인근 소매점포들의 매출액은 같은 기간 동안 평균 48% 줄었다.

그런데 제주도에는 왜 SSM이 없을까? 28일 제주도 제주시 이호2동에 있는 제주도수퍼마켓협동조합 물류센터를 방문해 약간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수퍼마켓 도우미' 제주도수퍼마켓협동조합

제주도에는 국내 수퍼마켓 협동조합에 첫번째로 등록한 제주도수퍼마켓협동조합이 있다.

제주도수퍼마켓협동조합은 지난해 기준으로 제주도에서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239명(준조합원 30명 포함)의 조합원이 뭉친 단체다. 이들은 정부 및 지자체와 매칭펀드 형태로 직접 약 65%를 출자해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은 조합에서 직접 운영하는 물류센터로부터 상품을 제공받는다. 특별한 점은 물류센터에서 각 수퍼 영업장으로 직접 물건을 배송해준다는 점. 제주도 외에도 전국에서 약 20개의 수퍼마켓조합이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직접 물건을 배달해주는 건 제주도뿐이다.

제주도수퍼마켓조합에는 50여 명의 직원이 있고 35대의 운송 차량이 있다. 조합원이 운영하는 230여 개의 수퍼마켓에서 취급하는 품목의 40%를 조합 물류센터가 담당한다.

제주도수퍼마켓협동조합 직원이 물류창고에서 물건들을 점검하고 있다.
제주도수퍼마켓협동조합 직원이 물류창고에서 물건들을 점검하고 있다.

조병선 제주도수퍼마켓조합 이사장은 "우리는 취급하는 여러 상품을 대규모로 구매하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상품 확보가 가능하다"며 "특히 조합에서 수익을 내면 조합원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운영비만 남길 정도로 마진 없이 각 수퍼마켓에 물건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저렴한 가격에 직접 배송까지 해주니 조합원들이 좋아하는 건 당연하다"며 "특히 조합은 각 영업장에서 폭리를 취할 수 없도록 기준 가격을 제시하고 감시하면서 제주도의 물가를 안정시키는 역할까지 한다고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조 이사장은 "우리 조합에서 제품을 공급받은 수퍼마켓의 경우 소수의 몇 가지 품목을 제외하면 이마트 등 대형마트와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에서 큰 차이가 없다"며 "제주도 수퍼마켓에만 있는 조합의 PB상품인 코사쌀(코사미)이나 코사한라우유, 코사건어물 등은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제주도도 이제 수퍼로 먹고 살기 쉽지 않아"

조 이사장은 조합의 역할이 제주도에 SSM이 들어오늘 걸 방어하는 첫번째 열쇠였다고 강조한다. 저렴한 가격에 직접 배송 체계를 갖춰 각 동네 수퍼마켓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역할 외에도 SSM이 들어오는 데 대해 직접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이사장은 "약 2년 전에도 롯데가 제주도에 SSM을 추진했는데 조합에서 똘똘 뭉쳐 강력하게 반발해 겨우 취소시켰다"며 "SSM이 들어오면 한 동네의 수퍼마켓은 모조리 망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조 이사장은 "제주도는 관광 손님이 많기 때문에 수퍼마켓을 운영하면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유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때문이다.

제주도에는 약 57만 명의 인구가 있다. 대형마트는 이마트, 홈플러스 등 5개가 있고 쇼핑몰과 농협 하나로마트를 합치면 총 7개가 있다. 편의점은 700개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전계하 제주도수퍼마켓협동조합 상무이사는 "7개의 대형마트가 40분 거리 안에 몰려 있다"며 "이 중 두 군데 빼고는 다 적자인 걸로 안다"고 말했다.

전 상무는 "특히 편의점은 인구밀도상으로 보면 다른 지역보다 2배 정도 과밀 지역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많다"며 "편의점 회사 영업직원들이 목 좋은 수퍼마켓에 가서 건물 주인에게 편의점으로 전환하라고 영업도 많이 하고 제주도에 마땅히 할 만한 직업이 많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제주도에는 현재 약 800개의 수퍼마켓이 있는데 조합에선 최근 3~4년 동안 400개 정도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 이사장은 "제주도 각 동네에서 최근 편의점을 두고 이대로 둬선 안 되겠다는 여론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며 "토론회도 개최하고 유통 총량제 도입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규제할 방법은 없다"고 아쉬워했다.

◇"재래시장은 지원하고 수퍼는 왜 그냥 두나"

조 이사장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합이 각 수퍼마켓에 물건을 직접 배송하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데 반해 지자체의 도움이 비교적 적다고 하소연했다.

조 이사장은 "조합은 우리의 자체적인 힘으로만 살아갈 만큼 정부나 지자체의 도움이 적다"며 "재래 혹은 전통 시장에는 50억원씩 지자체에서 지원을 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개인 수퍼마켓에는 별도의 지원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주도수퍼마켓조합은 물류센터를 개점한 뒤 2009년 331억원, 2010년 348억원, 지난해 35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순이익은 3000만~4000만 원 수준이다. 부채는 20억원 이상 있다.

조 이사장은 "조합의 목적은 이익을 내는 게 아니라 조합원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데 있다"며 "자산에 비해 그리 큰 규모는 아니더라도 부채가 좀 있는데 상환하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조합원 수가 줄고 있는 점도 걱정이다. 지난해 조합원수는 209명으로 직전해 228명보다 19명이 줄었다. 2000년 이후 조합원수가 줄어든 건 2006년 이후 지난해가 처음이다.

조 이사장은 "많은 수퍼가 편의점으로 전환되는 게 이유"라며 "제주도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해 조합 역시 많은 노력을 하겠지만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조금 더 늘어난다며 보다 많은 힘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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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기자

미래 먹거리 바이오 산업을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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