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장기기증 하고 싶어도…]

# 지인 때문에 신장교환 이식에 대해 알아보았으나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도 국립장기기증센터도 사촌이내 혈연이 아니니 안된다는 답만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입니다. 심지어 국립센터에서는 저를 장기밀매자 취급하더군요. 왜 가족을 놔두고 선생님이 나서냐고. 선생님이 가족보다 그분을 더 사랑하시냐고…받아야 하는 사람이 있고 주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법적으로 이식을 못하게 하겠다니 너무나도 황당해서 말문이 막혔습니다. 전화를 끊고서 울었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곳이 이런 곳이구나."
기증된 장기를 '공정'하게 분배하겠다며 개정된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 살이있는 기증자(생존시 기증)들의 참여를 가로막고 있다.
13일 국회와 보건복지부 의료계 등에 따르면 2010년 개정돼 2011년 발효된 현행법에서는 혈연 관계가 아닐 경우 두 사람이 비금전적인 '순수한 관계'라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면 기증을 할 수 없다. 규정상 국가가 정한 장기이식 '대기자 1번'에게 장기가 배정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법이 형평성이 결여돼 생존자의 장기이식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공정하게 바뀐 것도 아니었다. 개정법에서는 기증자와 대기자 등록 업무를 동시에 하면 '장기매매' 우려가 있다며 이를 분리했지만 이식전문기관(병원)들은 여전히 두가지 업무를 동시에 하고 있다. 장기매매의 우려는 '민간 단체'에만 적용됐다.
민간 단체들은 법 개정 이면에는 '국가'와 '의료 전문가'만이 장기기증 업무를 '공정'하게 할 수 있다는 편견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민간 단체의 장기기증 활동을 일종의 '영역 침범'으로 본다는 말이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관계자는 "환자입장에서 개정된 법은 아니었다"며 "의료인과 비의료인, 정부 모두의 공통분모는 장기기증 활성화인데 그 부분이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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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장기이식은 공정의 개념보다 이식대기자들에게 효율적으로 분배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장기이식을 손꼽아 기다리는 환자들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이식자의 평균 대기시간은 5년 가량이었다. 신장의 경우 2009년 이식까지 1630일이 걸렸지만 지난해에는 1861일로 길어졌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대기 시간은 대체로 증가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이식 순위가 높기 때문이다.
이식협회에서는 전문적인 의료진이 아니면 이식과 연관된 수많은 변수들을 고려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식협회 관계자는 "신장이식의 경우 당뇨병이나 고혈압, 나이, 조직 적합성 등 장기적인 이식성적과 연관된 많은 변수가 따른다"며 "주요 변수들이 새로이 검증되고 있어 전문 의료진 외에는 최신 의료 환경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간단체에서는 의료적인 검사와 수술 등 일체는 모두 이식전문기관에서 이뤄지는 만큼 이는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관계자는 "민간 단체들은 장기기증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할 뿐 법개정 이전에도 이후에도 의료적 부분은 전문 이식기관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이식 대기자는 잠재적 장기매매자?

#2010년 4월 국회 법제사위원회 회의.
최병국 위원 "의료기관에서만 하고 민간단체는 하지 말라고 하는 취지의 개정을 하는데 민간단체도 지금까지 해 왔으니까 계속하겠다고 하는 이유는 뭡니까? 중간에서 알선하면 알선료를 받든지 이런 게 있습니까?"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 "제가 볼 때는 어쨌든 간에 알선·소개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고 그 사이에 매매가 개재될 수 있다고 하는 우려성을 저희들이 배제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장윤석 위원 "지금 장기이식 문제가 종교적 배경을 가진 단체에서 많이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서 알선해 가지고 무슨 커미션 받고 그러기 위해서 하겠습니까?"
전재희 장관 "지금 대기자를 등록받고 있는 데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한 곳밖에 없습니다. 다른 곳에도 많이 하고 있지만 대기자와…"
장윤석 위원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그런 좀 부조리한 측면이 많습니까?"
전재희 장관 "저희들이 드러난 혐의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민간 단체에서 장기 이식대기자를 등록받을 수 없게 제한한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장기매매의 '우려'에서 출발했다. 기증자와 대기자가 한 무리에 속해 있으면 금전전 대가가 오가는 장기매매 가능성이 크다는 의심에서였다.
당시 법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구체적인 근거는 없었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23년 동안 장기기증 업무를 담당해 온 민간 단체의 순수한 장기기증 업무를 막아버렸다.
보건복지가족위원회의 입장은 오락가락 했다. 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보건복지부는 현행과 같이 장기이식의료기관이 아닌 장기이식등록기관에서도 이식대기자의 등록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장기이식의 활성화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국회에 출석한 복지부 장관은 '장기매매 우려'에만 무게를 뒀다.
법은 개정됐지만 석연치 않은 장기매매 정황은 계속됐다.
경찰청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불법 장기매매 등 적발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총 31명이 불법 장기매매로 적발됐다. 전년대비 2.4배 증가한 수치다.
불법 장기매매 유형으로는 △장기매매 △미성년자 장기적출 △거짓 뇌사판정 △감염성 병원체 감염 장기적출 또는 이식 등으로 조사됐다. 장기매매가 어디에서 이뤄졌는지 미수에 그친 사례가 포함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개정된 법이 생존시 기증자의 기증률만 떨어뜨리는 역효과로 나타남에 따라 국회는 법의 재개정을 추진중이다.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 대표발의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서는 비영리법인에서도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장기등 이식대기자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 때문에…릴레이 '가족교환이식' 맥 끊겨

2010년 국가가 장기 기증자의 장기를 '공정'하게 배분하겠다며 개정한 '장기등 기증에 관한 법률'이 살아있는 기증자들의 기증 의지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의 '2013년도 장기이식 통계연보'에 따르면 '신장'의 경우 지난해 '가족교환이식' 비율이 4년 전에 비해 1/10 수준으로 급락했다.
가족교환이식이란 유전자형 불일치 등으로 가족에게 장기기증을 할 수 없는 경우 비슷한 환경에 있는 다른 가족들과 짝을 이뤄 교차기증하는 방식이다.
신장 이식대기자 A의 남편 A´가 B에게 신장을 기증하면 B의 가족인 B´가 또 다른 이식 대기자인 C에게 신장을 기증해 기증과 이식이 릴레이로 이어지는 형태다.
통계를 보면 2009년 40명에 이르던 신장 가족교환이식 건수는 2012년 0명, 2013년 4명에 그쳤다. 같은 기간 총 신장 이식 건수가 750명에서 1010명으로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활성화되고 있는 장기기증 흐름과 역행한다.
민간 기증 단체들은 '병원'에서만 이식 대기자를 접수할 수 있도록 제한한 장기기증 개정법이 가족교환이식의 맥을 끊었다고 주장한다.
개정된 장기등 이식의 관한 법 13조에서는 "다만 장기등 이식대기자의 등록에 관한 업무는 제25조에 따른 '이식의료기관'에서 수행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에따라 민간 기증 단체와 같은 '비의료' 기관은 더이상 이식대기자 등록을 받지 못하게 됐다.
가족교환이식은 장기기증을 희망하는 가족수가 누적돼 기증이 릴레이로 이어지는 것을 요건으로 한다. 민간 기증 단체들은 개정법상 더이상 기증대기자를 받지 못해 릴레이가 끊겼다고 토로했다.
이원균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사무처장은 "타인에게 장기를 기증해도 정작 내 가족이 기증받을 가능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선뜻 장기를 기증할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가족교환이식희망자 그룹에게 이식수술 우선순위를 부여해왔다. 가족이 타인에게 장기를 기증한 경우 하지 않은 경우보다 이식 대기 순위가 높아지는 구조다. 이런 프로그램 안에서는 내 가족을 살리기 위한 자발적인 기증이 늘어나고 이식 대기시간도 단축되는 효과를 얻는다.
법 개정으로 이러한 가족교환이식 프로그램은 병원에서만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뇌사자 장기기증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병원으로서는 가족교환이식에 큰 비중을 두지 못하는 상황이다. 가족교환이식 그룹 또한 수백개 병원으로 흩어지면서 릴레이 연결 가능성도 떨어졌다.
대한이식학회 측은 "개정안은 뇌사자 장기기증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그 결과 2010년 이후 뇌사자 장기기증은 매년 20~30% 증가하고 있다"며 "교환이식은 병원 내 환자들 간 또는 병원 별 클러스터를 형성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을 기준으로 지난 13년 동안 장기이식의료기관의 신장이식수술건수는 909명으로 이식의료기관 한 곳당 연간 0.76명을 수술했다. 반면 가족교환기증을 중심으로 했던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같은 기간 총 415명의 이식 수술을 연결해 연평균 32명이 신장을 이식받을 수 있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관계자는 "법개정 이후 평균 40쌍이던 가족교환대기자 풀이 11쌍으로 줄어 이대로 계속되면 가족교환 이식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