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국회 여가위·대한변협 '공공부문 여성관리자 및 임원확대' 간담회

우리나라는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하는 '유리천장 지수(glass-ceiling index)'에서 최근 3년 연속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꼴찌'였다. 2013년 기준 전체 공무원 가운데 여성 비율은 41.1%에 달했다. 그러나 공무원 국장급 이상에서 여성 비율은 지난해 4.5%에 불과했다. 이유가 뭘까.
15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와 대한변호사협회는 국회에서 '공공부문 여성관리자 및 임원 확대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했다.
◇'여성관리자 임용목표제' 등 제도 실효성 떨어져
각종 국제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남녀평등정도는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에 정부는 '여성관리자 임용목표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성과가 미미하다.
천정아 변호사는 "대통령 직속 중앙인사위원회가 2002년 각 부처에 '여성관리자 임용목표제' 등을 포함한 '여성관리자 임용확대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여성관리자 비율이 2001년 4.8%에서 2006년 9.6%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2007년엔 '4급 이상 여성관리자 임용확대 5개년 계획'을 발표했으나 성과는 저조하다.
미국과 영국은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시행해 2010년 기준 고위직 여성 비율을 각각 31%까지 높였다. 핀란드는 2005년 남녀평등법을 개정해 정부위원회, 자문위원회, 지자체 등의 양성 대표성을 각각 40%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규정했다.
이시정 변호사는 "현재 우리나라의 임용확대 정책은 정책결정권자에게 임용목표설정에서부터 광범위한 재량을 부여하고 있고 의무나 책임을 강제하고 있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2개 계류돼 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발의안은 임원임명목표제를 도입해 특정 성별이 임원의 일정 비율 이상을 넘지 않도록 상한선을 설정하고 이를 경영실적평가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발의안은 임원추천위원회 내 여성비율의 하한선을 설정하도록 했다.
이시정 변호사는 "이 개정안이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목표제 적용대상을 여성관리자 범위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공공기관 여성관리자 비율은 10~11% 정도로 매우 낮은데, 여성 진급이 막히는 지점은 과장에서 차장으로의 승진단계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비율이 과장의 경우 공기업은 32.1%, 준정부기관은 38.9%였는데 갑자기 차장에서 공기업 7.3%, 준정부기관 5.7%로 급격하게 낮아지는 것은 관리자 단계로의 승진에 있어 압도적으로 남성이 유리하다는 것"이라며 "능력이나 실적의 결과물로 보기엔 편차가 지나치게 큰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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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국회에 양성평등문제를 담당하는 전담기구를 두고 행정부를 압박해야 한다며 국회법에 '유리천장위원회'를 마련하는 방안에 대한 입법적 검토를 제안했다.
◇'여성 경력단절' 없애야…남성중심 평가 개선 필요
이어진 토론에서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 미국 대학 연구 결과 기업 경영진에 여성을 많이 참여시킬수록 회계 윤리성이 높아지고 탈세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나라와 함께 유리천장 지수 꼴찌를 다투는 일본도 2014년 가을 여성고용촉진법을 추진해 2020년까지 '지도적 지위' 여성 비율을 3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박한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경영평가팀장은 "차장급 이후부터 여성 비중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은 승진이 안 되는 것, 본질적으로 경력단절이 원인"이라며 "35~45세 구간, 한창 차장 승진할 연차에 가정에서 육아와 출산, 가사를 여성이 책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팀장은 또 여성임원 의무할당제와 관련 "가장 기본적인 우려는 성과원칙을 왜곡시킨다는 점"이라며 "성공적인 노르웨이 케이스에서조차 소수의 여성인재가 복수의 이사회에서 활동하는 '골든 스커트'(golden skirts) 현상이 문제가 되는 등 여성인재 부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손정혜 변호사는 "성과원칙을 해친다는 생각 자체가 고정관념"이라며 "성과 평가가 남성중심 성과 원칙이고 인사권자도 남성이 주류여서 여성을 저평가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여성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난주 부연구위원은 "우스갯소리로 워킹맘들은 제도 다 필요 없다, 남편이 도와주는 게 최고라고 하는데 남성 또한 직장에서 장시간 노동에 노출돼있다"며 "일 가정 양립이 되는 조직문화는 여성에게만 혜택 되는 게 아니라 남성 모두에게 혜택이 된다.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정부가 강력하게 감독하는 것, 최고경영자(CEO)가 의지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승희 여가위 위원장은 "공공기관에서 처음 시험으로 채용할 땐 여성비율이 50%에 육박하는데 승진에서 불이익 당하고 있어 법과 제도로 규율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우리보다 앞서있는 노르웨이조차 의무고용제를 실시한다. 여성의 승진에 있어서 의무적인 할당이 지켜지도록 법과 제도의 미비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남성 국회의원으로 유일하게 참석한 이상민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성 차이뿐 아니라 어떤 불합리든 혁파해야 하는 목표는 모두 같을 텐데 좀 전략적으로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여성이든 남성이든 조직 내에서 리더십을 인정받는다면 다소 저항이 있어도 임용목표제 등 제도를 실시함으로서 어떤 견인하는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