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종합)
큰소리 쳐놓고…손대려다 만 대기업 비과세·감면 정비

박근혜정부는 매년 세법개정을 통해 투자와 고용 촉진을 위한 '경제활성화'와 늘어나는 재정요구를 감당하기 위한 '세수확충'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심해왔다. 경제활성화를 위해선 세제혜택을 늘려야 하고, 증세없이 세수를 확충하기 위해서는 기존 세금감면 제도를 축소해야 하는 숙명적인 딜레마이다.
기획재정부가 6일 발표한 2015 세법개정안 역시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다양한 대책과 더불어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 등을 통한 '증세 방안'이 함께 담겼다.
앞서 지난달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비과세·감면을 정비해 사실상 대기업들이 세금을 더 내도록 하는 방향으로 세법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정부 조세지출 항목 중 규모가 가장 큰 R&D(연구개발) 세액공제가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투자여력이 높은 대기업이 R&D 관련 공제를 독식하면서 실효세율이 낮아지는 등 오히려 조세형평성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투자를 늘린 기업에 대해 증가분의 40%까지 세액공제 해주던 것을 20~30%까지 축소할 것이란 예상이 주를 이뤘다.
기재부에 따르면 R&D 세액공제 등에 따른 조세지출액은 지난해 3조4000억원에 달하며 올해도 3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정작 뚜껑이 열린 세법개정안을 살펴보면 기재부는 R&D 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건드리는 대신 세액공제 대상을 축소했다. 기존에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이던 연구관리직원을 제외한 것이다.
대신 대기업 과세 강화방안으로 R&D설비 등 시설투자세액 공제율 조정을 제시했다. 대기업들의 R&D설비시설 투자세액공제율을 3%에서 1%로 조정하고,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시설 투자세액공제 역시각각 5%에서 3%로, 10%에서 6%로 축소했다. 그나마도 올해말 일몰이 도래해 폐지되야 할 항목이지만 적용기한을 3년 더 연장해 적용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을 통해 법인세가 연간 2400억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과세·감면 정비로 사실상 대기업들이 세금을 더 내게 하겠다던 당초 공언에 비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R&D 세액공제 외에 조세지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서민·중산층 지원, 중소기업 지원, 고용창출, 농·어민 지원 등의 비과세·감면 항목은 정부가 사실상 정비할 엄두도 못내는 부분이다. 실제로 올해 일몰예정이던 비과세·감면 제도 88건 중 폐지(19건)되거나 재설계(8건)된 것은 27건에 불과하다. 51건의 제도에 대해 기한을 연장했고 나머지는 확대된 부분이다.
기재부는 당초 '농수산물 의제매입 세액공제 특례'를 축소하려 했으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사태라는 복병을 만났다. 농·어민용 석유류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세 축소 역시 시행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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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형환 기재부 제1차관은 "아직도 농·어업쪽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며 "생활이 어려운 점이 있어 일몰을 연장하되 다만 부정사용하는 부분이 축소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년고용확대와 중소기업 진흥을 위한 비과세·감면은 더 확대했다.
청년고용증대세제를 신설해 청년 근로자 수가 일정기준 이상 증가한 기업에 세액공제를 해주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중소기업에 5년 이상 재직한 핵심인력에게 지급하는 성과보상금에 근로소득세를 감면해주고,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을 때 늘어나는 임금증가액의 10%(대기업 5%)까지 세액공제를 해주는 방안도 새로 마련했다.
앞에선 "세수 증대", 뒤에선 슬그머니 비과세·감면 '일몰연장'

정치권은 연일 세수부족을 걱정하며 정부를 향해 날을 세우지만 한편으로는 올해 폐지를 앞두고 있는 각종 비과세·감면제도를 연장하는 법안을 앞다투어 발의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의식해 여야 할 것 없이 '포퓰리즘' 법안을 남발하고 있다는 빈축이 나오는 이유다.
6일 국회에 따르면 올해 일몰을 앞둔 각종 조세특례 혜택을 연장하는 내용의 법안은 지난 5일 기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28건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 9건 등 37건에 달한다.
지난해 한국세무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에서 발표된 '조세지출 일몰연장 요인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조세지출의 일몰연장은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금액기준으로 평균 97%가 연장됐다. 매년 정부가 조세지출 항목의 정비를 세법개정안에 담아오지만 대부분의 조세지출이 2~3년마다 '관행적'으로 연장되고 있는 것이다.
'일몰연장법'의 단골메뉴는 단연 농·어업 관련 세금이다. 올해로 폐지되는 관련 감면제도로는 △농·어업 석유류 부가가치세·특별소비세 면제 △농·축협 3000만원 이하 예탁금 이자소득 비과세 △농·축협 고유업무용 부동산 취득세·재산세 면제 등이 있다.
강창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올해 말 일몰기한이 도래하는 농어업경영체와 농어업인의 각종 세금감면제도의 기한을 3년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2건과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 4건을 대표발의했다. 농어민 등의 조합금 예탁금에 대한 이자소득 비과세, 농어업용 석유류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영농조합법인 등으로부터 받은 배당소득에 대한 개인지방소득세 면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농·수협 예탁금 및 출자금 배당소득에 대한 비과세 감면제도의 경우 강창일 의원 외에도 김상훈 새누리당 의원과 김영록·오제세·최규성 새정치연합 의원 등이 저마다 3년 또는 5년씩 일몰을 연장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둔 상태다. 이 항목에서 지난해 덜 걷은 세수는 9203억원에 달한다.
김재윤·김영록 새정치연합 의원과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은 농어업, 임업인들이 사용하는 석유류에 대해 부가가치세 면제를 각각 5년, 10년 더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김춘진 새정치연합 의원은 아예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 면제를 영구적용하는 법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해당 항목에서 지난해 정부가 감면해준 세금은 1조4389억원이다.
택시사업자에 대한 비과세·감면제도도 주요 일몰연장 대상이다. 이찬열 새정치연합 의원은 택시용 LGP부탄가스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교육세와 일반택시 운송사업자에 대한 부가가치세 경감을 3년씩 연장하도록 제시했다. 신상진·나성린 새누리당 의원도 저마다 일반택시와 개인택시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를 3년 더 깎아주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중소기업이나 특정 상황에 놓인 기업의 세금감면을 연장해주는 법안도 다수 발의돼 있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은 국내 유턴기업에 대한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감면기한을 2018년까지 3년 연장하는 법안을 내놨고,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은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에 대한 지방세 감면을 2년 더 연장토록 했다. 조정식 새정치연합 의원도 연구개발특구 입주기업에 대해 소득세 또는 법인세 감면을 2년 연장하는 법안을 냈다.
이밖에도 제주도가 지역구인 김우남 새정치연합 의원은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제주투자진흥지구, 제주자유무역지역에 입주한 기업에 대해 법인세 등의 감면기한을 3년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둔 상태다.
한편 올해 연말로 일몰이 도래한 비과세·감면 제도의 총 개수는 88개. 기재부는 원칙적으로 이들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목표였지만 결국 손질한 것은 27건에 불과하다. 의원들이 발의한 '일몰연장법' 대부분이 정부 세법개정안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는 셈이다.
비과세감면 줄여 5년간 18조 마련? 공약가계부 이미 '空約'
정부가 6일 발표한 '2015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증세없는 복지'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비과세 감면' 축소로 '사실상의 증세'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과세 감면 축소를 통한 세수 확보방안은 박근혜 정부가 제시했던 '공약가계부' 상의 세입확충 규모에 한참 미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과세 감면 축소를 통한 세수 확대 규모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 비과세감면 축소로 연간 3.9조 확보라는 공약가계부…'불가능'
정부는 2013년 5월 증세 없이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공약가계부를 통해 비과세·감면 정비로 5년간(2013년부터∼2017년까지) 18조원의 추가 세입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방안이 계획대로 되려면 연간 약 3조9000억 원의 비과세 감면 혜택을 줄여야 가능하다.
하지만 전체 국세감면액은 지난 2013년 33조8350억원에서 2014년 32조9180억원으로 겨우 8540억원 줄어들어 연간 목표에 한참 모자란다. 올해도 연말정산 대란으로 정부가 보완 대책이라는 명분으로 오히려 세액공제를 늘리는 바람에 올해 비과세 감면 규모도 33조1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32조9180억원과 비교하면 비과세 감면액이 오히려 2000억원 가량 늘어날 추세다.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정부는 세법개정에 따른 세수효과에 대해 연간 1조892억원 더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비과세 감면 뿐 아니라 다른 '공평과세·조세합리화' 개정내용을 모두 합한 액수다. 비과세 감면으로만 연간 3조9000억원 추가확보는 당초 '공약가계부'상 계획과는 거리가 멀다.

◇농어민·서민관련 감면정비 사실상 '불가능'
정부는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비과세 감면 중 정책목표를 달성했거나 지원 실적이 미미한 제도를 정비하겠다"고도 밝혔다.
'세법개정안' 중 양도소득세 감면 정비 부분에선 △영농조합등에 대한 현물출자 △8년이상 자경농지 △공익사업용토지 감면(장기채권)등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기존 1년간 '2억원'까지 감면해주던 것을 1년간 '1억원'으로 감면혜택을 '절반'으로 줄였다.
여기에 '공익사업용 수용토지에 대한 양도세 감면율도 현행 현금 15%, 채권대토보상 20%에서 각각 '5%포인트'씩 줄였다.
농협·수협·신협·새마을금고·산림조합 등 농어민들이 주로 조합원으로 직접 참여하는 상호금융에 대한 '출자금 배당소득'에 대한 비과세적용을 종료하고 2016년 5% 분리과세, 2017년이후 9% 분리과세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농어민지원과 관련해서는 농어업 경쟁력 강화 및 생활지원에 나서겠다고 해 상호 모순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혜택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내용 중 농어민 관련은 △농어민 영농상속공제 한도 5억원에서 15억원으로 확대 △축산농가 영농자녀 증여세 과세특례 축사용지 포함 △올해 일몰이 도래되는 농어업용 석유류와 도서지역 자가발전시설 및 연안여객선박 사용 석유류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를 2018년말까지 3년 연장 △영농조합 등에 농지초지 현물출자시 양도소득세 2018년말까지 면제 등이다.
'농어업용 석유류 부가세 면제' 등 농어민들의 체감도가 높은 기존 감면제도에 대해선 일몰을 연장하되, 간접적으로 농어민들도 부정적 영향을 받는 농협·수협 등에 대한 출자금 배당소득 과세 등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농어민과 국회의 반대로 기존 조세특례 감면을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마찰이 예상된다. 조세특례제도 중 많은 부분이 농어촌 관련이어서 농어민단체는 물론이고 농어촌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감면제도 정비를 농어민과 그들이 주로 이용하는 농협수협 등 상호금융에 대해 먼저 손대는 것은 안 된다”며 “FTA 등으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어촌 현실을 외면하고 쉽게 편법으로 ‘증세’하겠단 꼼수”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오제세 의원도 "서민과 농어민을 위한 조세감면은 그대로 유지하고 대기업 감면 부분을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비과세 감면이면 충분" vs "법인세 인상해야"

정부는 6일 발표한 '2015년 세법개정안'에서 세수확보 방안 중 하나로 기업의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대상을 축소시켰다.
대기업 과세 강화방안으로 R&D 설비시설 투자세액공제율을 조정한 것이다. 정부여당의 '법인세 인상 불가 방침'을 고수하면서 각종 비과세·감면 혜택을 정비, 부족한 세수를 확보한다는 과세정책을 유지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정부는 R&D 설비 등 시설투자 세액 공제율을 기존 3%(대기업), 5%(중견기업), 10%(중소기업)에서 1%(대기업), 3%(중견기업), 6%(·중소기업)로 줄였다. 정부는 이에 대해 "고용요건과 무관하게 세제지원이 되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R&D 세액공제는 내국인이 연구·인력개발에 투자할 경우 법인세 또는 사업소득세에서 일정 부분을 공제해주는 제도로 지난 2000년에 도입됐다. 정부의 R&D 세액공제에 따른 지출핵은 지난해 3조 4000억원, 올해 3조 3500억원(추정치)에 달한다.
되풀이되는 세수결손 대책으로 정부·여당이 R&D 세액공제율 축소를 포함한 감면제도 정비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야당은 법인세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야당은 법인세율 인상 없이 근본적인 세수부족을 메울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세수확보를 감면제도 정비를 통해 해결하려는 정부여당의 의지는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과 맞닿아 있다. 이 때문에 감면제도를 활용한 세수확보 방안을 주장하는 여당의 입장과 야당의 법인세 인상 요구는 해마다 충돌한다.
여야가 지난 7월 추가 경정 예산안 통과시 부대의견으로 달았던 ‘법인세 정비’ 문구에 대해서도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여당은 법인세 인상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소극적 투자로 전환시킨다며 불합리한 비과세감면을 재정비, 세수확충에 나서야한다고 주장한다.
야당은 모든 법인세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대기업에 한해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조세 감면 규모의 60%를 대기업이 차지하는 만큼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여야는 소득세 문제에서도 증세방식에 대한 각기 다른 처방을 내 놓는다. 여당은 고소득자의 세제 혜택을 줄이는 방식으로 증세 효과를 거두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반면 야당은 고소득자에 대한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달 초 한 방송에 출연해 소득세 인상은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은 곧바로 "그것(증세)이 갖고 오는 각종 부작용 때문에 그 수단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세 전문가들도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에 대한 견해는 갈린다. 다만 본격적인 증세를 시작한다면 간접세보다는 직접세 인상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한다. 간접세는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교통세 등이고 직접세는 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간접세는 통상 소득이 아닌 소비에 비례세율로 부과되기 때문에 소득불평등을 악화시킨다"며 "우리나라의 간접세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높은 만큼 직접세 위주의 증세 논의가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