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종합
'사짜 전쟁'…1500명 변호사 양성소, 로스쿨이 문제?

세무사법처럼 변호사들의 권한을 둘러싼 갈등은 2009년 로스쿨 도입 때부터 예고된 일이라는 게 중론이다. 변호사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변호사들은 세무사나 변리사, 관세사, 공인중개업 등 법률 직역 서비스에 뛰어들었고 기존 법조 인접 직역 종사자와의 '무한경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해가 갈수록 변호사 수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같은 갈등은 다른 법률 직역 업종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에 등록된 변호사는 2만2318명이다. 지난 2008년 1만 명에서 출발해 8년 새 2배로 증가했다. 2020년에는 3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로스쿨과 변호사 시험을 통해 매년 1500명 이상의 법조인이 양성되면서다. 2012년 변호사시험 실시 후 매년 변호사 신규 등록 수는 2000명가량으로 이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사건 수 증가세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변호사 1인당 사건 수임률은 급격하게 줄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의 1인당 월평균 수임률은 2013년 2건에서 2016년 약 1.7건을 기록했다. 여기에 대형 로펌들을 중심으로 사건수임을 독점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까지 가중되고 있다. 일부 변호사들은 "생존권을 위협받을 지경"이라고 한다. 지난해 말에는 매년 1500명의 신규 변호사를 유입시키는 변호사시험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법률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변호사들은 세무사나 변리사, 관세사 등 법률 직역 서비스에 눈을 돌리게 됐다. 우리나라 변호사시험의 경우 이를 취득할 시 노무사나 세무사 등의 자격도 함께 취득한다. 이 때문에 별도의 자격증 취득 없이 세무사, 변리사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
세무사 등 법률 직역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1시험 1자격증 원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반발하지만 변호사 측은 "다양한 분야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스쿨의 취지에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반박한다. 로스쿨 자체가 세무, 특허, 의료 등 직역별 전문 변호사를 배출하고 다양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변호사의 다양한 서비스 진출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또 세무사와 변호사가 경쟁하는 것이 직역 서비스의 품질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같은 갈등은 다른 인접 직역에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 취득 요건을 강화하는 변리사법 개정안 시행령이 공개되면서 변리사와 변호사의 갈등이 수면위로 부상한 바 있다. 올해에는 변호사만 할 수 있는 특허침해소송을 변리사도 대리하도록 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계류 상태다. 노무사, 공인중개사 등을 두고 변호사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여론도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국회의원도 못말리는(?) '사짜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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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 변호사들이 떼지어 찾아왔다. 이날 법사위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논의하는 세무사법 개정안 때문이다.
이날 안건 세무사법 개정안은 결국 부결됐다. 내용은 매우 단순하다. 세무사 자격을 법으로 명시한 현행 세무사법 제3조 중 제3항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자’를 삭제하는 내용이다. 만일 이 조항이 삭제되면 세무사 자격은 기획재정부장관이 실시하는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자만 가질 수 있게 된다.
세무사법 제3조3항 때문에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면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동시에 갖게 된다. 변호사들은 이 조항에 근거해 기장 등 세무 대리 업무부터 조세와 세법 관련 소송 사건까지 전부 맡을 수 있다. 세무업계에서는 세무대리 시장을 변호사들과 나눠 가져야 하는 만큼 반발이 심한 조항이다.
이 개정안은 10년째 국회에 계류돼 있다. 변호사 출신이면서 국세청 과세적부심사위원 경력이 있는 4선의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대 국회 시절인 2007년 처음 발의한 이후 매 회기마다 재발의하고 있다. 개정안은 매번 임기 동안 법사위 이상 넘어가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 의원은 법안 제안설명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변호사자격 취득자에게 부당한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세무 분야 전문성을 높이고 소비자들에게 고품질의 세무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변협은 모순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날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법안심사2소위에 출석, 세무사법에서 제3조3항을 삭제할 경우 같은 법 제20조, 제22조 등과의 충돌이 일어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사법 제20조에서는 변호사는 세무사 외에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있는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제22조는 세무사 자격이 없으며 세무대리를 할 경우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즉 제3조3항만 없앴을 경우 제20조에서 변호사를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있는 경우로 규정한 만큼 처벌 대상이 되는 모순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세무사와 변호사의 대결 못지 않게 기획재정위원회와 법사위의 대리전이란 시각도 있다. 10년 동안 계류됐던 법안에 대해 세무사법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가 본회의 부의를 요청하자 변호사 출신 의원들로 구성된 법사위에서 제동을 거는 모양새 때문이다.
서범석 대한변협 대변인은 머니투데이 the300과의 통화에서 “국회가 세무사법 개정안 소위 심사를 생략하고 본회의에 상정하려는 것은 특정 단체의 입김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세무사 자격과 관련된 법 개정은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11년 세무사 출신 백재현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현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공인회계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 자격 부여를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결국 국회를 통과해 공인회계사 업계와 세무업계의 국회 대리전에서 세무업계가 승리한 것이라는 평가를 낳기도 했다.
세무사법 개정안에 대한 이번 국회 논의를 계기로 또 다른 묵은 역할 논쟁인 변호사-변리사간 갈등에도 다시 관심이 쏠린다. 변리사법에 비슷한 근거법이 있어서다. 변리사법 제3조 2항도 현행 세무사법 제3조2항처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면 자동으로 변리사 자격을 가질 수 있도록 돼있다.
8부 능선 넘고도 '법사위 고개' 못넘은 '변호사 세무사 자동취득 폐지법'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취득 규정. 56년만에 폐지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제동이 걸렸다.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 여야 3당은 정기국회에서 ‘세무사법 개정안’을 처리키로 합의한 상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도 법안심사2소위에 장기간 묻혀있던 이 법안을 다시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8부 능선을 넘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남은 고비 넘기가 쉽지 않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세무사 자격 뿐 아니라 조세와 관련한 법률대리 시장까지 뺏길 수 있다는 우려 속 변호사 단체들의 반발이 거센 까닭이다.
◇8부 능선 넘고도 법사위 고개 못 넘어=국회 법사위는 28일 법안심사제2소위를 열고 ‘세무사법 개정안’ 심사에 나섰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법안 처리를 보류했다.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명분이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직접 회의에 참석, 해당 법안의 반대 입장을 피력하는 등 총력전을 펼친 게 영향을 줬다.
법사위는 추후 2소위를 다시 열고 법안 심사를 마무리짓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법사위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예단하기 어렵다. 당초 정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단은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관련 법안을 직권상정해 마무리짓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자유한국당이 입장을 바꾸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법사위도 국회의장 직권상정 방침이 월권행위라며 반발하고 있어 직권 상정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세무사법 개정안은 법사위 문턱에서 주저앉고 정기국회 처리도 무산될 수밖에 없다.
법사위 내에서도 같은 정당이나 법조인 출신이라도 서로 입장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아 합의 도출이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검사 출신이자 변호사 자격을 갖춘 주광덕 한국당 의원과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자격 제도와 관련 공정하고 투명한 프로세스를 갖출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면 김진태 한국당 의원, 백혜련 어민주당 의원,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 등은 변호사와 세무사 업무가 겹치는 부분에 대한 규정을 좀더 보완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1조원대 세무시장…뺏느냐, 뺏기느냐 =세무사법 개정안은 결국 변호사와 세무사간 힘겨루기다. 이날 대한변협과 세무사회도 법사위에 출석해 각각의 주장을 피력했다. 이창규 세무사회 회장은 "변호사들이 시험도 없이 세무사를 비롯한 전문자격을 자동으로 얻는 것은 공짜 특혜"라며 "세무관련 고충을 해결해줄 수 없어 납세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된다"고 강조했다.
변협은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폐지가 변호사의 법률 사무 역할을 근본적으로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현 변협 협회장은 "세무사법과 변호사법의 충돌 문제, 세무사법에 대한 위헌 심판 진행, 세무대리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국민의 선택권 침해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사업계는 무엇보다 이번 개정안 통과가 세무대리 업무 시장의 잠식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변호사의 세무사 지위를 박탈하면 세무 관련 법률 대리 자격에 대한 시비를 불러올 수밖에 없고 결국 연간 1조원대의 세무 시장에서 변호사들의 '밥그릇'을 뺏기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2003년 이전 사법시험 합격 변호사에 한해 세무사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한 예외 규정까지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걱정한다. 현재 이에 해당하는 변호사 수는 1000여명 정도다. 변협 측은 "세무사 자격 자동등록 폐지법이 통과되면 세무사 등록 근거 규정이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1000명에 달하는 변호사들을 고발하는 일이 잇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백년'에 걸친 '사(士)의 전쟁'…갈등은 진행형=변호사가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갖게 된 것은 1961년 세무사법 제정 당시부터다. 이때부터 변호사의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는 세무사 업계의 '반백년 숙원'으로 여겨졌다. 세무사 업계는 변호사들의 세무사 등록을 막아 변호사의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시켜왔다. 이에 변호사의 세무사 업무 수행이 사실상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 됐다. 현행 세무사법에 따르면 영리법인 임원이나 사용자는 세무사가 될 수 없다. 영리법인이 세무대리에 나설 경우 업무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은 세무사 등록이 불가능해 세무대리 업무에 참여할 수 없다. 단 2003년 실시된 사법시험과 그 이전에 합격한 변호사에 한해서는 세무사 등록을 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법률 업무 대신 세무 조정을 주로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지난해 대법원에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에게 세무사 등록을 허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세무시장 판도에 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변호사들이 법무법인 소속이든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든 각종 세금 신고 업무 등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변호사 업계는 한발 더 나아가 관련 규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했다. 변호사의 세무사 등록을 막는 현행 제도가 헌법 15조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평등의 원칙,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만일 세무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를 원천 봉쇄한 결과를 낳아 위헌 주장에 부딪히기 때문에 또다시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