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쎈돌류 이세돌이 흔들자 알파고도 놀랐다…즐거운 5차전 벌써 기대"

손종수 기자
2016.03.13 18:27

[이세돌 vs 알파고] 아마 5단 손종수 시인 관전평 ④ "알파고를 닮아가는 이세돌? 알파고 결함 드러내"

23일 알파고와 4국 대국 전 이세돌 9단/사진제공=구글

이세돌 9단이 당대 최고의 인공지능(AI) 알파고를 상대로 첫 승을 거두었다.

악전고투 끝에 거둔 1승은 이세돌 9단의 ‘흔들기’로 시작했다. 이 공격에 기계의 ‘오류’(?)가 나왔다. 프로도 실수로 경기에 진다. 프로그램의 한계라면 그 역시 알파고의 현재 실력이다.

중앙과 우변의 바꿔치기 결과 알파고가 박빙의 우세를 확립한 순간 이 9단이 미묘한 삭감의 수(70, 이 9단은 장고 끝에 둔 이 수를 대단히 후회했다).

사고는 수가 날 것 같지 않은(정밀 검토 필요) 중앙의 신경전에서 발생했다. 이 9단의 수순 비틀기에 갑자기 알파고가 기계적 결함으로 추측되는 이상을 일으켜 우변에 89~95의 악수를 두었다. 이어 좌하귀에서 이해불가의 수(97)를 다시 뒀다. 그 순간 이 9단이 중앙에 수를 내 사실상 승부가 끝났다. 알파고는 오류 이후에 가공할 끝내기로 다시 박빙의 승부로 이끄는 괴력을 발휘했으나 역전에는 이르지 못했다. 180수 끝 백 불계승.

이 9단의 첫 승리는 구글 딥마인드 팀에도 나쁘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 알파고의 기계적 결함을 찾아 개선하기 위한 일이 이 챌린지매치의 기본목적이고 이 9단의 1승으로 일방적인 패배로 글려가던 챌린지매치 5차전이 다시 팬들의 관심을 끌게 됐기 때문이다.

남은 한 판, 5차전의 관전 포인트는 ‘즐거움’이다. 희망대로 1승을 거둔 이 9단도 이제 부담을 내려놓고 즐거운 마음으로 ‘인공지능 기술 테스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팬들도 이 9단과 같은 즐거운 마음으로 관전하시라.

<중계>

이세돌 9단이 당대 최고의 인공지능(AI) 알파고의 현묘한 기풍(?)에 적응하기 시작한 듯했다. 물론, 이 말은 이 9단이 알파고의 약점을 찾았다거나 이길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1~3차전을 통해서 알파고의 착수성향을 상당부분 파악했다는 뜻이다.

4국의 관전포인트는 이 9단이 펼칠 초반 전략이 무엇이냐였다. 이 9단은 챌린지 3차전에서 승부가 끝난 상황에서도 돌을 거두지 않고 구사할 수 있는 모든 전술을 구사하며 버텼다. 백의 확정가로 굳어진 하변에 뛰어들어 알파고에게 손빼기의 수모(?)를 당하면서까지 패의 공방을 시도한 이유도 그동안 ‘알파고는 패의 운용능력이 약하다’는 막연한 추측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이 9단은 ‘이긴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자기류(自己流)를 마음껏 펼칠 것으로 보였다.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시미스의 말에 의하면 3차전은 ‘중반까지는 엎치락뒤치락하는 대등한 싸움이었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여전히 ‘초반 우위 선점’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그것은 초반에 승부를 결정하라는 뜻이 아니다. 접근전을 피하고 전국적인 포진으로 우위를 선점해야 한다는 뜻인데 그게 최고의 프로 이세돌에게도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이 9단은 3차전이 끝난 뒤 동료기사들과 밤을 새우다시피 하면서 연구했다고 한다.

4차전은 2차전과 똑같은 수순으로 진행됐다. 과연, 승리한 알파고가 2차전과 똑같은 수순을 밟을지 흥미로운 장면. 12에서 이 9단이 먼저 정석변화를 시도했다. 알파고의 착수에 의한 수법과 패러다임의 변화가 기대된다. 의외로(?) 알파고가 정석으로 응수, 다시 이 9단의 장고가 이어진다. 16까지 시간배정이 안정적이고 유연한 리듬. 1~3차전을 치르면서 알파고에 대한 적응력이 높아진 느낌이다.

좌하귀 23, 하수를 다루는 듯한 급진적이고 악수(인간의 수읽기로 판단할 때)에 가까운 응수타진이 나왔다. 프로바둑에서도 간간이 보이기는 하지만 쉽게 두는 수는 아니다. 24는 당연한 반발. 이세돌이 아니라도 순응보다는 반발이 프로의 생리다. 25의 어깨짚기에 숙고 끝에 공을 알파고에게 넘기고 응수타진한 백을 잡았다. 프로라면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수순인데 상대의 음모를 원천봉쇄하는 기분이랄까.

29, 31의 이단젖힘에 반발을 예상했으나 이세돌답지 않은 인내. 현장해설 중인 송태곤 9단, 왜 싸우지 않을까, 의문을 제기하고 2선으로 빠진 34에 동의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중앙 흑의 두터움을 우려. 27부터 39까지의 좌변과 중앙의 진행은 보통 프로의 상식으로 판단할 때 백이 나쁘다.

지금까지의 진행으로 볼 때 이 9단은 견실하고 두텁게 판을 짜고 상변 흑 세력에 침입해 타개하는 전술을 펼치고 있었다.

역시, 우상귀 21에 붙여가는 40의 강력한 침투. 알파고의 정석적 응수에 이 9단의 장고가 이어진다. 종반의 시간배정, 초읽기를 생각해야 하는데. 44는 알파고 같은 착수. "이세돌 9단이 점점 알파고와 닮아간다"는 송태곤 9단의 해설이 재미있다. 프로들의 오랜 관성을 깨겠다는 새로운 시도일까? 이 장면의 포인트는 알파고가 ‘중앙에 쌓은 흑 세력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에 있다.

46, 점입가경. 엷지만 발 빠른 특유의 ‘쎈돌류’. 난파도를 연상시키는 이 9단의 공격은, 상대를 압박하는 전투가 아니라 상대의 압박을 벗어나는 타개의 과정에서 나온다. 호방한 47의 우변 어깨짚기. 인간의 피가 도는 것 같은 이런 취향. 알파고는 두터운 중앙 운영을 좋아하는 것으로 보인다. 51, 알파고의 무리한 세점머리 두드림은 이해불가인데 어쨌든 중앙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이 9단은 계속 인내.

흑으로 둘 때 알파고의 성향은 대단히 적극적이고 공격적이다. 알파고의 밀어붙이기에 묵묵히 인내하던 이 9단이 드디어 칼을 뽑아들었다. 62는 승부수! 바꿔치기로 이어지면 살얼음판 승부. 가장 중요한 승부처를 맞이한 이 9단, 시간을 물처럼 쓰면서 숙고했고 30분 남겨두고 중앙침입. 이 9단의 표정은 고심이 역력하지만 1~3차전과 같은 당황과 긴장은 보이지 않는다. 70은 장고 끝에 악수였을까. 고심이 길어진다. 14분을 남겨두고 중앙 72 결행. 여기서 승부가 결정될 것 같다. 해설자는 "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중앙의 숨 막히는 진행 중 알파고의 오류가 등장. 변수 발생. 87부터 93까지 잡힌 돌을 키우는 이해불가의 진행 출현. 97, 좌하귀에서 오류가 분명한 수. 알파고의 결함이 드러난 것이 보인다. 118, 백 승리 확정적. 우변과 좌하귀의 오류는 기계적 결함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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