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및 살인이 줄줄이 밝혀졌다. 이별 통보를 했단 이유로 연인을 살해하거나 염산을 들이부은 사건들도 적지 않게 보도됐다. 매일 같이 살인·강간·아동학대·폭력 등 범죄가 발생하고 언론에 보도된다. 우리는 두려움에 떨지만 나만은 안전할 거라 믿는다. 과연 그럴까?
신간 '왜 그들은 우리를 파괴 하는가'의 공동 저자인 범죄·안보 전문가 이창무 중앙대 교수와 여성 범죄학자 박미랑 한남대 교수는 "범죄를 모르면 피해를 입어도 자기가 피해자인 줄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이를 테면 데이트 폭력. 국내 최초로 데이트 폭력 논문을 발표한 박미랑 교수는 한국 여성들이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을 당하고도 모르거나 부정해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경고한다. 신체적 폭력을 비롯, 강압적인 성관계 및 피임 기구 미사용 요구 또한 데이트 폭력의 하나다. 이외에 연인의 반려 동물을 학대하거나 수십 통 씩 전화하는 등의 행위도 데이트 폭력이다.
남성도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저자가 남자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여자친구로부터 언어적·심리적 학대를 당한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대체로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피해자들은 처음엔 상대의 행위를 가볍게 생각했다가 점차 분노가 생겼다고 고백했다.
범죄가 친근한 얼굴을 하고 있음도 잘 모른다. 우리의 경계심은 곧잘 '낯선 사람'을 향한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살해한 유영철 같은 연쇄살인범에 대한 섬뜩한 기억이 뇌리에 깊이 남아있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 살인 피해자 10명 가운데 6명이 잘 아는 사람에게 피살됐다. 모르는 사람에게 당한 경우는 10명 가운데 단 2명 밖에 안 된다. 가장 믿을 만하다고 생각한 가족, 연인이 끔찍한 사건의 가해자인 경우가 많다. 이유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갈등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 간 불화는 감정적 갈등이기에 해결하기 쉽지 않으며 장기간 지속되다 폭력적인 방법으로 귀결되곤 한다.
이렇듯 안타깝게도 범죄는 항상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며 범죄동기와 범죄기회가 충족되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들은 반대로 두 조건 중 하나라도 차단되면 범죄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범죄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책에는 두 범죄 전문가가 실제 사례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알려주는 금융사기, 가정폭력, 테러범죄 등 여러 유형의 범죄 예방 법이 담겼다.
◇왜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는가=이창무, 박미랑 지음.메디치미디어 펴냄.392쪽/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