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는 정말 비정상일까…'미친 사람들'에 대한 낯선 탐구서

박다해 기자
2016.06.11 03:10

[따끈따끈 새책] 김남시 '광기, 예술, 글쓰기'

"미쳤다"는 말은 환영받지 못한다. '광기'(狂氣) 그리고 '광인'(狂人)들은 언제나 '비정상'과 '타자'의 범주에 존재했다. 때론 '다름'을 넘어 틀린 것, 즉 배제되고 격리되고 치료받아야 할 것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광기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근대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고대와 중세에는 '광기'의 개념이 현재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가면 광기는 오히려 인간의 창조성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개념이었다.

철학자 플라톤은 '파이드로스'에서 "신에게서 오는 광기가 사람들에게서 유래하는 분별보다 더 우월한 것"이라며 광기를 유익한 것으로 설명했다. 광기 없이 단지 기술만으로 쓰여진 시는 결코 온전한 시가 될 수 없다고도 했다. 광기가 곧 '창조성의 동력'이 된 것이다.

'광기'가 치료해야 할 정신병으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은 계몽의 시기를 거치면서다.

독일 베를린 품볼트대학교 문화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예술학 전공 조교수로 있는 저자 김남시는 이러한 편견을 걷어내고 광기의 개념, 광인의 내적세계를 들여다 본다.

그는 우리가 그동안 배제하고 관심을 갖지 않았던 광기와 광인들의 모습에서 오히려 스스로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사유와 삶의 가능성이 드러난다고 말한다. 광인들의 삶에서 오히려 '초월'에 대한 인간의 잠재성, '정상인'들이 포기한 삶의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다는 것.

저자는 광인들이 우리가 포기하고 단념해야 했던 가능성들을 오히려 끝까지 추적하고 실행해 결국 현실로 만들었다는 점을 발견한다. 그들이 만들어낸 세계야말로 오히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가능성을 선명하게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책은 총 3부로 이뤄져있다. 1부 '광인의 글쓰기'에서는 에마누엘 스베덴보리, 바슬라프 니진스키, 다니엘 파울 슈레버 등 광인들의 글과 글쓰기를 다룬다. 이들은 시간과 언어의 제약을 넘어서 자신의 내적 충돌과 갈등까지도 투명하게 드러내고 소통하고자 했던 이들이었다.

2부 '근대, 광기, 예술'에서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성행했던 광기와 예술적 천재성을 둘러싼 담론을 살펴본다. 당대는 새로운 학문으로 자리매김한 정신의학이 '광기'와 '광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접근하기 시작한 시기다. 저자는 이 시기에 출간된 막스 노르다우의 '퇴행',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한스 프린츠혼의 '정신병자들의 조형작업' 등의 책을 개괄한다.

3부 '광기와 철학자'에서는 광인과 광기를 '이성'으로부터 구분지으려고 애썼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생애와 사유를 살펴본다. "너의 이성을 과감히 사용하라"고 주창한 칸트의 '이성'과 '합리성'에 대한 신념은 오늘날까지도 인류 문화를 지배하며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저자는 이성적인 판단과 강한 도덕적인 신념을 내세워 결벽에 가까운 자기관리를 보여준 칸트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그에게 몸, 일상, 결혼, 성관계는 어떤 의미였을까 추적한다. 그는 역설적으로 칸트에게서 앞서 살펴본 광인들의 모습과 겹치는 부분을 발견한다.

김남시에 따르면, 광인은 오히려 '정상'이라도 믿는 우리의 삶에서 결핍된 부분을 채워나갔던 인물이다. 우리의 삶과 사유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책은 '광기'와 '광인'을 낯선 시선에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계간 문예지 '자음과 모음'에서 2008년과 2010년 연재된 글에 저자의 다른 글을 엮어 출간됐다.

◇광기, 예술, 글쓰기=김남시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232쪽/1만 4000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