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을 설명하는 키워드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헬조선'이다. 금수저, 흙수저와 같이 계층 자체가 고착화돼 마치 조선시대와 같은 신분세습 사회가 된 것 아니냐는 통찰이 깔려있을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없을 지 모른다는 불안감, 오늘날 우리 사회를 가장 잘 설명하는 정서가 아닐지 모른다.
한국 사회에 날카롭고 근본적인 성찰을 이어온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는 오늘날 헬조선을 분석했다. 그가 꼽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대한민국이 자본의 탐욕을 견제하고 사회 약자를 보호하기보다 스스로 '기업국가'가 돼 자본의 이익 보호에 집중하고 사회적 약자의 연대를 막는다는 것.
박 교수는 대한민국을 하나의 주식회사에 비유했다. 대한민국의 주주는 누구일까. 대기업의 대주주나 임원, 고급공무원 혹은 땅부자 등 고액재산보유자들이 주식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이들은 서로 긴밀한 사회적 네트워크로 연결돼 매우 배타적인 집단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오로지 이들 주주의 배당금 극대화에만 집중할 뿐 피고용자는 그저 주주 배당금을 위한 재료쯤으로 여긴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우리가 헬조선 시스템 유지에 동원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성장 신화'를 꼽았다. 이들이 헬조선을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론 경제성장과 각자의 노력이 결국 문제를 풀어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생존 공포에도 빠져있다. 살아남기 위해서, 부적응자들을 철저히 걸러내는 사회에 어떻게든 편입되기 위해 매일 처절한 싸움을 벌여야 한다.
그는 "결국 문제는 정치다"라고 강조한다. 여기서 정치란 단순히 정치인들이 하는 행위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기본적 구조와 그 구조를 유지하려는 지배계층의 힘, 이에 맞서는 대중들의 저항력. 이 두 거대한 힘이 서로 맞서 그 사이에서 어떠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다. 우리 사회는 이런 정치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게 박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어쩌면 당연한,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해답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우리 사회는 공통의 책임의식을 공유하는 자율적인 개인들의 연대만이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책은 헬조선을 떠받치고 있는 논리와 주류세력이 지배하는 현시대를 만든 사회의 인식,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주식회사 대한민국=박노자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264쪽/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