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사교적 사교성'(ungesellige Geselligkeit)이란 말은 칸트가 처음 사용한 말이다. 인간은 사회를 형성하고자 하는 성질과 자신을 개별화(고립)하려는 성질 둘 다를 가지고 있다고 칸트는 말했다. 즉 인간은 완전히 혼자 있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타인과 함께 있으면 불쾌한 일뿐이라는 것이다. '계몽이란 무엇인가'에서 그는 누구나 "도저히 못 참겠지만 싹 갈라설 수는 없는 동료"에 둘러싸인다고 표현했다.
일본의 칸트 전문가, 작가이자 철학가인 나카지마 요시미치가 칸트의 철학을 알기 쉽게 한 권의 짧은 책에 담았다. 새책 '비사교적 사교성'은 이렇게 칸트의 철학 속 인간관계에 대한 내용을 피부에 닿게 쉬운 표현으로 정리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 나카지마씨는 책을 시작하며 '어른이 되한 요건'을 묻는다. 사람들은 책임감을 갖는 것,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것 등 번드르르한 말을 늘어놓지만 자신이 생각하기에 어른이 된다는 것은 곧 감수성과 사고가 굳어지는 일이라고 말한다. 어른은 빈곤한 경험에 근거해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둥, 젊은이들에게 끊임없이 일깨워주려는 시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인간 행위의 메커니즘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자유, 선악, 의지, 존재 등 추상적인 개념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아무도 잘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남의 말보다는 자신이 중심을 잡고 세상을 잘 살아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립이 필수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독립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금전적인 측면 외에도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삶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 나카지마씨의 주장이다. 스스로가 편하게 느끼는 인간관계를 혼자의 힘으로 개척할 수 있어야 하고, 고독을 원한다면 능동적으로 고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나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잘라내지 말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곤란한 교류'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저자는 설사 이유없이 적대적인 사람일지라도 그들과의 교류가 인생에서 보물처럼 기능할 수 있다고 말하며 그 이유를 실제 사례들을 통해 제시한다.
◇비사교적 사교성=나카지마 요시미치 지음. 심정명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212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