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물가, 상승 부동산…'화폐 붕괴' 인플레이션이 온다

김고금평 기자
2017.11.04 06:21

[따끈따끈 새책]'인플레이션'… 부의 탄생, 부의 현재, 부의 미래

/사진=pixabay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가 장기간 계속되면서 가치가 떨어진 돈은 주가나 부동산 같은 투자자 물건에 쏠린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화폐 가치가 하락하면 소비자 물건값이 올라야 하는데, 지금 세계 경제 흐름에서 소비자 물가는 바닥을 헤매고 있다. 돈이 투자 자산으로 몰린다는 얘기다.

‘저물가-고성장 골디락스(이상적인 경제상황)’ 초기에 진입하면서 바야흐로 ‘부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부는 곧 인플레이션과 이음동의어다.

한국도 2000년대 들어 더 이상 살인적인 물가 파동과 만나지 않는다. 특히 최근 10년은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낮은 물가가 지속했다.

양적완화 정책에도 움직이지 않던 인플레이션이 이제 상승 기미를 보이고 있다. 연 인플레이션을 720% 기록한 베네수엘라, 1일 인플레이션 207% 기록하며 15시간마다 2배씩 물가가 올랐던 헝가리 등이 대표적 피해국이다.

인플레이션은 빈털터리가 된 후에야 비로소 그 위력을 깨닫는다. 독일의 스타 경제학자인 저자는 “인플레이션이 야기하는 ‘기하급수적 증가’에 잠재된 엄청난 파급력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인플레이션은 연간 2%만 상승해도 우리 지갑에 돌풍이 불고, 연간 4% 상승하면 노후 준비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경기를 활성화하는 인플레이션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 수 있는지 이 책은 2000년 인류 역사를 통해 밝힌다.

‘인플레이션의 의붓아들’이라는 비판을 받는 히틀러는 국가 피해의 대표적 사례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돈의 가치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면서 1조 마르크(1300조 원)짜리 지폐가 탄생할 정도였다. 그 불안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간 히틀러는 소시민의 삶을 황폐하게 하며 제3 제국을 건설했다.

인플레이션을 통한 화폐의 파괴는 역사적으로 일정한 패턴을 보였다. 고대 로마 시대에 전쟁이 양산한 저질 동전, 중세의 금융 투자사기, 20세기 초인플레이션에 이르기까지 화폐 붕괴의 초창기에는 늘 국가나 통치자가 과도한 채무에 시달리는 현상이 나타난 것.

과도한 채무가 생기면 국가나 통치자는 인플레이션을 이용해 자신의 의무를 회피했다. 양적완화 정책을 ‘눈 가리고 아웅’하는 행위로 보는 시각도 자금을 빌려주고 발행한 채권이 결국 국가의 부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국가의 부채를 처리하기 위한 통화 부양’이라며 화폐발행량을 늘려 국가 부채를 운용하는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금리와 인플레이션은 지난 35년간 꾸준히 하락했지만, 통화를 붕괴할 세력들의 움직임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금융시스템을 구제하기 위해 역사상 전례 없이 많은 양의 화폐를 찍어내기 때문. 다가올 인플레이션 시대에, 피해의 중심인 소시민이 구제받을 방법은 없을까.

책은 주식 활용법을 제시한다. 주식으로 자금을 수익성 있게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1926년부터 2015년까지 다양한 주식들의 수익률 변동 추이를 보면, 미국의 우량 종목 주식은 이 90년 기간 배당금을 포함해 연평균 수익률이 10%였다. 미국 국채 5%, 정기예금 3%, 금은 5%, 부동산 4% 수익률보다 월등히 많았다.

저자는 “화폐 탄생 이후 2000년간 변하지 않는 사실은 돈과 통치자가 존재하는 한 인플레이션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거대한 면도칼 위를 달리는 인플레이션으로부터 피해를 막기 위해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플레이션=하노 벡, 우르반 바허, 마르코 헤르만 지음. 강영옥 옮김. 다산북스 펴냄. 376쪽/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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