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팔찌 등 액세서리가 인기였다. 여름을 맞아 너도나도 원석이나 매듭 등으로 만들어진 팔찌를 손목에 차고 다니는 게 유행이었다. 객기로 '나'도 판매에 나섰다. 동대문, 남대문을 비롯 인도에서도 원재료를 사와 하루에 최소 5시간씩 액세서리를 만들었다. 플리마켓에 나가 하루 30만 원을 버는 등 꽤 짭짤한 수익도 얻었다. 그런데 그때뿐이었다.
그저 그런 수익을 낸 뒤 팔찌는 더 이상 팔리지 않았다. 결국 원가만 겨우 회수하고 판매를 접어야 했다. 그때는 내가 만든 팔찌 디자인이 어디가 별로냐며 울분을 토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난 뒤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후발주자였고, 팔찌는 이미 포화된 시장이었던 것이다.
LG전자에서 19년간 해외 영업파트에서 일한 저자 류태헌씨는 '선점 전략'을 강조한다. 남이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시장, 알고는 있지만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는 시장에 남보다 앞서 진입하는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이러한 선점의 효과가 몇 년간이나 지속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아무도 관심 없던 알제리에서 진출해 5년 이상을, 리비아에서는 6년을, 그리고 이집트 시장에서는 8년간이나 선점 효과를 맛봤다고 설명한다.
어떻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까. 그가 수십 년간 선점효과를 맛본 마그레브의 경우 진출하기로 맘 먹은 후 현지에 공장을 지어 이들 시장이 고용 창출과 전자 산업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게 해줬다. 또 모든 업체들이 위험하다고 철수한 현지에 사무실을 열어 현장 경영을 가능케 했다. 이로써 현지 판매상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었다.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았기 때문에 저렴한 광고비를 활용해 최대한 많은 광고판을 세웠고, TV 광고도 대대적으로 실행할 수 있었다. 그는 위험부담이 숙성한 과일의 당도는 그만큼 높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강조한다. 생소한 시장과 분야에 노력하기로 결정했다면, 그만큼 자원을 투입하라고. 작은 것을 아끼려다 큰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페니 와이즈 파운드 풀' 법칙이다. 어떤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일정 임계점까지 다다를 힘이 필요하다.
◇극진 영업, 세계 시장을 깨다=류태헌 지음. 페이퍼로드 펴냄. 256쪽/1만5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