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시절 친구와 주고받던 '비밀 일기장'…요즘은 온라인으로 공유

손민지 매니저
2021.02.04 08:30

# 2000년대 초반, 학교 앞 문구점엔 비밀 일기용 다이어리를 팔았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용돈을 모아 다이어리를 구매했다. 보통 다이어리 겉면엔 작은 자물쇠가 달려있었다. 자물쇠는 손톱만 한 열쇠로 열 수 있어 단짝 친구들끼리만 몰래 교환 일기와 이 열쇠를 주고받았다. 일기를 ‘교환할 수 있는 자격’은 그야말로 우정의 상징이었다.

본래 비밀 일기장이라 하면 초등학생들이 주고받는 교환 일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최근엔 일기를 ‘교환’하는 게 아니라 ‘공유’하는 개념에 더 가까워졌다.

MZ세대 내에서 디지털 기반 ‘비밀 일기장’ 열풍이 불고 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MZ세대가 태블릿PC를 종이의 대체재로 여기면서 생긴 트렌드다.

종이 일기장과 똑같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교환 일기는 보통 태블릿PC에 다운받은 필기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작성한다. 최근 인기를 끄는 필기용 앱은 ‘공동작업’ 기능이 있어, 작성한 일기의 링크를 공유하면 친구와 만나지 않고도 일기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블릿으로 작성한 교환 일기는 종이에 작성한 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손으로 직접 작성한다는 점이 비슷하다. 타자기나 화면 자판기로 텍스트를 작성하는 대신, 태블릿용 전자펜을 활용해 손글씨로 일기를 쓰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엔 종이 질감의 액정보호필름과 연필 느낌의 펜촉을 태블릿 화면과 전자펜에 추가해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 “종이에 일기 쓰는 것과 똑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종이에 쓰던 방식 그대로 화면 위를 알록달록 꾸미는 과정이 어릴 적 교환 일기를 떠올리게 한다는 20대도 있었다. 그는 최근 추억을 되살려 친구들과 태블릿PC로 교환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아날로그 종이 감성을 디지털 기기에서 구현하니 옛 생각이 난다”며 “공책이나 스티커, 필기구 등을 사지 않고독 추억을 자극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아무런 태블릿PC나 쓰지 않는다

교환 일기의 중심엔 ‘아이패드병’이라 불리는 유행어가 있었다. ‘아이패드병’은 아이패드를 사고 싶은 욕구가 치솟는 것을 질병에 빗대어 설명하는 신조어다.

실제 대부분의 MZ세대가 아이패드를 가장 선호해 교환 일기의 필수품으로 여겼다. 갤럭시 탭을 비롯한 다양한 제품군이 있음에도 굳이 아이패드를 선호한다는 것이데, 필기용 앱 ‘굿노트’ 때문이었다.

굿노트는 ios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아이패드 외의 기기에서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교환 일기용 속지, 즉 템플릿을 무료로 다운받거나 친구들과 일기를 공유하기가 편하다보니 어떻게든 아이패드로 굿노트를 이용해야 한다는 이들이 많았다.

또 교환일기 속 내용보다 아이패드로 일기를 공유하는 그 행위 자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사진= 태블릿PC로 일기장에 그림을 그린 모습. 그림 실력이 부족하다면, 무료 제공되는 템플릿이나 스티커를 활용하면 된다고 한다. /사진제공= 손민지 매니저

한 교환 일기 작성자는 “일기엔 연예인. 학원 숙제 등 별거 아닌 이야기가 많다”며 “카톡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쌈무그린(그린컬러의 아이패드)’이랑 애플펜슬을 케이스나 스티커로 예쁘게 꾸미고, 또 이걸로 교환 일기를 예쁘게 꾸미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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