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은 어떤 책을 읽을까. 문제집과 수험서를 제외하면 말랑말랑하고 재미있는 책이 서재 가장 윗줄에 꽂힌다. 1분 이내의 짧은 영상을 선호하는 성향을 반영하듯 쉽게 읽어내릴 수 있는 단편소설이나 시집이 인기다. 흥미롭다면 4~5권이 넘는 장편소설도 거침없이 읽는 일면도 갖췄다. 교보문고·예스24·영풍문고 등 대형 서점을 기준으로 1020이 선호하는 책 4권을 모았다.
①오백년째 열다섯, 위즈덤하우스, 김혜정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다룬 판타지 소설은 언제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상상력이 풍부한 1020에게는 특히 그렇다. 영국의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이 아직까지 회자되는 명작으로 꼽히는 것도 1020 독자들의 압도적 지지 덕택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한국형 판타지'에 목말라 있다. 판타지를 쓸모없는 공상 정도로 치부하는 문화도 한몫했다.
김혜정 작가의 '오백년째 열다섯'은 1020 독자들의 갈증을 해소할 청량제다. 단군 신화와 우리 옛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세계관과 구슬을 두고 벌이는 종족 간의 전쟁, 오백년간 열다섯 소녀로 살아온 주인공 등 1020이 사랑하는 소재를 총망라했다. 흡입력 있는 필력과 간결하면서도 깔끔한 문체는 30대 이상 독자에게도 매력적이다.
②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 퍼스트펭귄, 김종원
명언은 지루하다. 학교나 학원에서 알려주는 교과서적인 말이라면 더 그렇다. 하지만 학업과 취업에 지친 1020에게는 무엇보다 필요한 말이기도 하다. 버겁고 외로운 시기 따뜻한 말을 담은 책은 위로가 되어줄 수 있다. 김종원 작가의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은 유명 철학자들의 명언 70가지와 저자의 해석으로 이루어졌다.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쓰며 마음 속에 새길 기회도 주어진다.
김 작가는 책을 통해 '멈추지 않고 나아가야 반짝이는 하루를 만날 수 있다'는 말을 건넨다. 누구나 살면서 긴 터널을 지나게 되지만 그 끝에는 결국 밝은 빛이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다. 끊임없는 도전을 응원한다는 울림이 1020을 사로잡았다.
③파친코, 문학사상, 이민진
이방인은 외롭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온 자이니치(재일동포)들은 더더욱 그렇다. 한국계 1.5세인 미국 작가 이민진은 자이니치 4대를 소재로 그들의 어려움을 담담히 서술한다. 뼈아픈 시대상 속에서 차별받는 이민자들의 삶을 통해 고향과 타향, 개인의 정체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여성으로서 힘든 삶을 살아내는 어려움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1020 역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방인이다. 과도기를 마주한 세대에게는 항상 사회를 겉돈다는 느낌을 받는다. 1020은 '파친코'를 통해 공감과 역경을 이겨내는 법을 배운다. 한 20대 독자는 "공장일에 지쳐 있을 때 파친코를 읽고 내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는 후기를 남겼다. 어른도 아이도 아닌 그들이 '파친코'에 매료된 이유다.
④인스타 브레인, 동양북스, 안데르스 한센
인스타와 숏폼은 1020의 상징이다. 다양한 콘텐츠를 어디서나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빠른 것을 선호하는 1020에게 최고의 '시간 도둑'이 됐다. 정신과 의사이자 세계적인 작가 안데르스 한센은 이 도둑이 디지털 치매와 학력 저하의 원인이라고 역설한다. 우리는 사람과 교류하고 싶은 욕구를 간직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이 이 시간을 단축시키면서 불면증과 우울증을 초래한다는 의미다.
1020은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이 책을 선택했다. 작가는 뇌 과학 이론을 적용해 어떻게 하루 평균 2600번을 터치하는 스마트폰의 중독성을 이겨낼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룬다. 덜 자고 덜 움직이는 디지털 시대에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도 꼭 필요한 지침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