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취임 한 달만에 '징계'라는 암초를 만났다. 아직 유관기관의 최종 결정을 기다려야 하지만 최악의 경우 회장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나온다.
27일 체육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는 최근 대한탁구협회에 유 회장(전 대한탁구협회장)과 김택수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 현정화 탁구협회 부회장, 서민성 한국초등학교탁구연맹 부회장 등에 대한 징계를 요청하는 결정문을 보냈다. 김 선수촌장과 정해천 전 사무처장은 경찰에도 고발하기로 했다. 문체부에 탁구협회를 대상으로 한 기관 경고도 요청했다.
윤리센터는 이들이 '임원은 보수를 받을 수 없다'는 규정을 위반해 인센티브를 받았고, 권한 남용과 직무태만 등 비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유 회장은 '직무태만' 혐의로 탁구협회 스포츠공정위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만일 스포츠공정위가 자격정지·해임·제명 등 중징계 처분을 내리고,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가 처분을 확정지으면 임원 결격 사유에 해당해 유 회장은 회장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유 회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22일 "스포츠윤리센터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징계 요구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을 따져볼 것"이라고 밝혔다. 체육계에서는 비인기 종목단체의 열악한 재정상황을 고려하면 인센티브 지급을 원천 금지하는 규정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되풀이된다. 현 규정대로라면 임원이 사재를 출연하거나 직접 후원을 유치하더라도 제대로 된 보수를 지급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다만 기성 체육계에 '혁신'과 '도덕성'을 강조하던 유 회장의 정책 추진 동력에는 일정 부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 회장은 당선 과정에서 체육회의 조직 개편과 투명성·공정성 강화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왔다. 이기흥 전임 회장 시절 대한체육회의 횡령, 배임 등 혐의가 수면 위로 드러나며 직무 정지 통보를 받는 등 제기됐던 불공정과 부패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목표다.
이와 관련해 선거 과정에서 관련 의혹을 제기했던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는 성명을 내고 "유 회장의 신뢰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조사 결과에 대해 진정한 사과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 회장의 앞에는 여전히 과제가 산재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2036 하계올림픽의 전북 유치다. 올림픽 유치는 유 회장이 당선 직후 직접 개최 후보지를 발표하고 전폭 지지를 선언할 만큼 체육계의 최대 목표 중 하나다. 체육계 개편도 중요하다. 유 회장은 제2차 이사회에서 임원의 2회 이상 연임 허용 조항을 삭제하고 자문위원회를 31개에서 23개로 통폐합하는 내용의 규정도 통과시켰다.
이외에도 생활체육 활성화, 대한축구협회와의 갈등과 비인기종목의 균형 발전 등이 숙제다. 유 회장은 당선 초기부터 여러 공약 달성을 위해 각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있다. 정책 자문기구인 스포츠개혁위의 출범과 생활체육 동호인과의 접점 확대, 인프라 구축 등은 체육계 안팎에서 긍정적 반응이 나온다.
체육계 관계자는 "아직 공정위 결정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체육계 개혁과 동반 성장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라며 "징계와 관련된 현안들을 잘 해결하고 책임있는 혁신을 이뤄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