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대한민국 미래…전력망에 달렸다

김상희 기자
2026.01.27 06:00

[서평] 오션 그리드 : 전기 고속도로와 전력망의 미래

AI(인공지능) 시대가 열렸다. 이제 AI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문서 작업을 하며, 영상과 음악을 만드는 단계를 넘어 현실 세계로 들어오고 있다. 거리에는 AI가 운전하는 자동차가 돌아다니고, 사람처럼 생긴 로봇이 공장과 집에서 일을 한다.

AI 사용이 늘수록 함께 주목받는 것은 에너지다. AI가 복잡한 추론과 연산 작업을 수행하려면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데이터센터의 냉각과 공조에도 막대한 에너지가 들어가며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로봇을 움직이는 것도 다 에너지다.

이런 에너지는 곧 전기를 말한다. 원자력이든 바람이든 태양광이든 어떤 형태의 자원도 결국 전기로 바뀌어 소비된다.

AI 시대에 에너지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그간의 논의는 대부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어떻게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만든 전기를 필요한 곳으로 잘, 충분히 보내는 문제는 상대적으로 덜 다뤄졌다.

이러한 에너지와 전기를 보는 시각에 일침을 가하는 책이 나왔다. '오션 그리드 : 전기 고속도로와 전력망의 미래'는 전기 생산을 늘리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보내는 문제라고 역설한다.

데이터센터 하나가 중소 도시 전기 소비…전력망 문제시 일상 마비

우리는 매일 전등을 켜고, 스마트폰과 전기차를 충전하며, TV·냉장고·세탁기를 쓰면서도 전기가 우리에게 오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발전소에서 생산하기만 하면 당연히 우리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저자들은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이어진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체계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말한다. 그리고 기존 전력망으로는 새로운 전기 공급과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지금은 데이터센터 하나가 중소 도시 한 곳의 전기를 소비하는 시대다. 이제는 원자력, 풍력, 태양광 등 다양한 에너지원으로 전국 각지에서 생산한 전기를 멀리 떨어진 수도권이나 데이터센터, 산업단지로 안정적으로 보내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특히 재생에너지는 생산의 변동성이 커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송전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게 필요하다.

제대로 된 전력망을 갖추지 못하면 아무리 전기를 많이 만들어도 사용하지 못해 우리 일상이 멈춰버리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교통이 마비되고 병원 운영이 중단되는 등의 큰 불편을 겪었던 스페인과 호주의 대규모 정전 사태는 전기 부족이 원인이 아니라 미흡하거나 파손된 전력망이 문제였다.

우리나라도 한쪽에서는 전기 공급 문제로 글로벌 데이터센터 설립이 보류되는 일이 생기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전력망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일부러 전기 생산을 줄이거나 차단시키는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전력망은 기술 넘어 사회적 합의 문제…전선 연결 이전에 신뢰부터 이어야

누군가는 이 같은 전력망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은 하지만 정부나 관련 기업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들은 전력망 문제가 특정 주체가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전력망은 기술 문제 이상으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력망이 지나는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건강, 부동산 가치 등에 대한 우려로 민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기업, 지역 사회가 다 같이 모여 현명하게 풀어내지 못한다면 전력망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지금 대한민국도 전력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동해안과 수도권을 잇는 초고압 전기 고속도로 'EP프로젝트'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서해·남해·동해를 잇는 거대한 전력의 순환 고리 'U-그리드' 등을 통해 새 시대에 맞는 전기 고속도로 개통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이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전력망을 바라보는 우리 모두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저자들이 전기선 연결보다 중요한 것으로 안전 문제 등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를 쌓는 것, 즉 사람과 사람을 잇는 것을 꼽는 이유다.

따라서 이 책은 전기·전력망 정책을 맡는 공직자나 정치인, 한국전력공사와 같은 관련 기업 관계자들 뿐 아니라 지역 발전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수 있다. 책은 HVDC(초고압직류송전), 해저캐이블, 해상풍력 등 여러 기술 이야기를 다루지만 다양한 사례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풀어써 누구나 재미있게 전력망 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전력망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 오션 그리드 : 전기 고속도로와 전력망의 미래/박영삼·유지선 지음/e비즈북스/1만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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