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의 지난해 해외 면세 자회사 채무금액 잔액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반면 모회사가 부담하는 채무보증 금액은 오히려 확대되며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사업의 직접 채무는 일부 축소됐으나, 자금 조달 구조상 모회사 보증 의존 체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지난해 해외 면세 자회사 채무금액 잔액은 3745억원이다. 이는 전년(4214억원) 대비 약 11.1% 감소한 수치다. 반면 모회사가 제공한 채무보증 금액은 5939억원으로, 전년(5609억원) 대비 약 5.9% 증가했다.
채무보증 금액은 자회사가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모회사가 상환을 책임지겠다고 약정한 규모다. 회계상 직접 부채로 인식되지는 않지만, 자회사 실적이 악화될 경우 모회사가 대신 상환해야 하는 우발채무 성격을 지닌다. 신용평가 과정에서도 사실상 '준(準)부채'로 평가된다.
업계에선 호텔신라 해외 면세 사업의 재무 구조가 완전히 정상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회사 빚 규모는 줄었지만, 모회사가 대신 책임지는 보증 금액은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이는 해외 자회사들이 아직 자체 신용만으로 자금을 조달하기에는 부담이 남아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특히 싱가포르 법인인 'Shilla Travel Retail Pte. Ltd.'에 대한 보증 부담이 가장 크다. 이 법인의 UOB(유나이티드 오버시즈 뱅크) 관련 채무보증 금액은 4077억원으로 전년(3944억원)보다 소폭 증가했다. 더 주목되는 부분은 실적이다. 이 법인은 지난해 연간 7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전년 손실(48억원) 대비 적자 폭이 26억원 확대됐다. 핵심 해외 거점 법인의 손실이 이어지면서 자력 신용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이는 모회사 보증 의존 구조가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렵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면세업계는 최근 국제선 여객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 단체관광 회복 지연과 공항 임차료 부담, 환율 변동성 등이 여전히 수익성 개선을 제약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동남아·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시장으로, 회복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재무 부담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채무금액 잔액 감소는 사업 안정화의 초기 신호로 볼 수 있지만, 보증 금액 확대와 해외 법인 손실 지속은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며 "실질적인 재무 부담 완화는 해외 법인의 영업현금흐름이 안정적으로 개선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호텔신라 관계자는 "자회사의 경우 금융기관 거래시 단독 신용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대부분 본사 보증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며 "채무보증 금액은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대비해 선제적 유동성을 확보해두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호텔신라는 면세점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호텔·레저와 체험형 리테일, F&B(식음료) 부문을 강화하는 전략적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마카오 국제공항 면세점 운영을 10년 만에 종료했다. 이에 따라 호텔신라의 해외 면세점은 현재 싱가포르 창이공항점과 홍콩 첵랍콕공항점만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