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를 보고 영월을 방문했지만 대기 시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준비 부족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었습니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왕사남'의 흥행으로 배경인 영월의 관광 수요가 치솟고 있으나 곳곳에서 비판이 잇따른다. 인파 수용 능력 한계로 숙박·주차 부족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다. 우리 관광업계의 '고질병'인 지역 인프라 부족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관광업계와 영월군 등에 따르면 최근 '왕사남'의 흥행 이후 영월을 찾는 관광객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영화의 주요 배경인 청령포 나루는 지난달 설 연휴 1만1000여명, 3·1절 연휴 1만4800여명이 찾는 등 인기 관광지로 발돋움했다. 1년 동안 영월을 찾는 전체 관광객 수가 26만여명(지난해 기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관광객 수도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문제는 수용 능력이 부족이다. 강으로 둘러싸인 청령포 입장을 위해서는 배를 타야 하는데,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2~3시간 이상 대기가 불가피하다. 당시 관람객이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안전 관리 차원에서 도선 매표를 조기 마감하기도 했다. 이에 강원도는 청령포 나루의 안전한 이용을 위해 영월군과 함께 '유도선 사업장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주차공간·음식 등이 모자라 혼란이 빚어지면서 영월군청에 민원이 빗발치기도 했다. 영월군 관계자는 "최근 영화 흥행·연휴의 영향으로 관람객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불편 해소에 노력 중이지만 선박 증편 등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청령포 등 주변 관광지의 음식점 100여 곳에 대한 사전 위생 관리를 하고 식품안전구역도 지정할 계획이다.
관광업계는 영월의 사례가 부족한 지역 관광 경쟁력을 대변한다고 설명한다. 관람객이 늘어나도 이를 수용할 역량과 인프라가 없어 일시적인 '반짝 돌풍'에 그치고 장기적인 체류형 관광으로 이어지지는 못한다는 목소리다. 강원도의 한 여행사 대표는 "지역 여행은 숙박이 동반되기 때문에 (수도권 여행보다) 파급효과가 크다"며 "수요 증가에 맞춰 돈을 쓸 수 있는 여건을 빠르게 조성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예견된 사례였다는 비판도 있다. 영월 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수용 능력 한계를 보였던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1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밀리언 축제' 산천어 축제가 열린 화천이나 지난해 김밥축제에 18만명이 몰린 김천, 봄철 '국민축제'인 군항제의 도시인 진해 등이 대표적이다. 교통 불편, 숙박 시설 부족, 바가지 요금 등 피해가 잇따르며 되레 부정적 이미지를 조성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수치로도 나타난다. 김천의 경우 축제가 몰린 10월 김천 방문객은 166만여명이지만, 11월 134만명, 12월 115만명, 1월 118만명으로 3달 연속 방문객이 줄어들었다. 화천은 축제가 열리는 1월에는 방문객이 50만명까지 치솟지만 그 외의 달에는 대부분 20만~30만명 수준이다. 축제의 인기가 지속적인 방문객 증가로 연결되지 않는 셈이다.
관광업계는 올해 지역 관광 수요가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인프라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방문객이 꾸준히 늘고 있는 지역 축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영월의 향토문화제인 '단종제'(4월),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된 '강릉단오제'(6월), 15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는 '보령 머드축제'(7월) 등이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