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씨(33)는 이달 말 가족들과 베트남 푸꾸옥 패키지 여행을 예약했지만, 출발을 앞두고 비엣젯항공 항공편이 갑작스럽게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여행사는 대체 항공편을 알아보거나 일정 변경을 안내했지만, 이씨는 "휴가 일정에 맞추기 어려워 결국 취소를 고민 중"이라며 "항공편 하나 때문에 전체 여행이 흔들렸다"고 말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국내외 LCC(저가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낮은 노선을 중심으로 감편과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자유여행객에 이어 패키지 여행까지 피해가 확산하고 있으며, 특히 5월은 유류할증료 추가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이같은 현상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여행 취소가 이어지면서 여행사들의 실적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항공편 취소가 LCC에 집중되는 이유로 '초저가 운임 구조'를 꼽는다. 비엣젯항공의 경우 낮은 운임을 앞세워 동남아 노선 수요를 확대해 왔지만, 최근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중소 여행사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이 핵심인 항공사일수록 비용 상승을 버티기 어려운 구조"라며 "수익성이 낮은 날짜는 운항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키지 여행의 경우 상대적으로 피해는 제한적인 편이다. 항공편이 취소되면 여행사가 항공사와 협의해 인접 일정으로 대체 항공편을 확보하거나, 일정 진행이 어려울 경우 전액 환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패키지 상품은 고객 귀책 사유가 아니기 때문에 항공편 취소로 인해 여행을 취소할 경우 100% 환불된다"고 말했다.
다만 여행을 계속 진행할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기존 일정과 유사한 항공편을 확보하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지만, 다른 항공사로 변경하거나 유류할증료가 인상된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 비용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실제 일부 사례에서는 1인당 10만~30만원 수준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자유여행객의 피해는 더 크다. 항공권과 숙박, 현지 투어를 각각 예약한 경우 항공편 취소 시 숙박 취소 수수료 등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항공권은 환불이 되더라도 숙소나 액티비티는 환불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특히 출발이 임박한 경우 수수료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항공편 취소를 제도적으로 통제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운항을 줄일 경우 제재가 쉽지 않다"며 "결국 피해는 여행객과 여행사가 나눠 떠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여행사들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여행 수요 위축이 우려되자, 주요 여행사들은 인상분을 마일리지로 환급하거나 예약 당시 가격을 유지하는 방식의 기획전을 잇따라 내놨다. 모두투어는 유류할증료 인상분을 투어마일리지로 돌려주는 '유류 보상제'를 운영 중이며 하나투어와 교원투어, 노랑풍선 등도 유류할증료 인상 이전 가격을 보장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다만 이 같은 조치가 일시적인 부담 완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유류할증료 상승세가 장기화될 경우 여행사들의 수익성 압박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패키지 상품은 통상 출발 2~3개월 전에 예약이 이뤄지는데, 항공편 취소와 일정 변경이 반복되면 예약 취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수수료 역시 여행사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항공편이 불안정해지면 고객들이 예약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경우가 늘어난다"며 "특히 상반기 예약이 집중되는 시기인 만큼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수익성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취소가 발생하면 여행사가 현지 호텔이나 차량 등을 직접 조율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며 "현재로서는 뚜렷한 대응책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