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부터 K콘텐츠 불법 사이트 접속 긴급차단 제도가 시행됐다. 수천억원대의 피해를 입히는 불법 사이트를 조기 차단해 콘텐츠 경쟁력을 키운다는 의도다. 콘텐츠업계에서는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완전 근절을 위해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저작권 침해 사이트에 대한 긴급차단 명령을 인터넷서비스 제공자에게 통지했다. 명령을 받은 제공자들은 해당 사이트 접속을 즉각 차단하게 된다. 긴급차단 대상 사이트는 총 34곳으로, 긴급차단 명령이 발령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업계는 즉각적인 긴급차단 명령이 가능해지면서 저작권 보호와 콘텐츠 시장 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전에는 불법사이트를 적발하더라도 관련 기관의 심의와 의결 등 긴 절차를 거쳐야 차단이 가능했다.
수치로도 드러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정부가 단속 강화 계획을 발표한 지난달 27일부터 5월 1일 사이 네이버웹툰의 일간 신규 설치 건수는 평균 1만 5537건으로 직전 주보다 31% 늘었다. 카카오페이지도 같은 기간 신규 설치 건수가 77% 증가했다. 몇몇 불법 사이트가 문을 닫으며 이용자 일부가 정식 플랫폼으로 이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완전 근절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날 차단 대상에는 수백만건의 콘텐츠를 불법 유포한 '뉴토끼'가 포함됐는데, 뉴토끼는 지난달 27일 자체 운영 종료를 공지하고도 주소를 바꾸거나 미러 사이트(우회 사이트)로 운영을 재개하는 등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업계 집계에 따르면 뉴토끼를 방문하는 이용자만 매달 1억명(중복 집계)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긴급차단 제도의 시행 후에도 뉴토끼는 여전히 운영 중이다. 이날 기준 수만건 이상의 콘텐츠가 뉴토끼에 게재된 것이 확인됐으며 비슷한 주소를 사용하는 불법 사이트 여러 곳도 접속 가능하다. 웹툰업계 관계자는 "단속 강화는 반갑지만 아직은 불법공유를 완전히 차단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일정 부분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단보다는 '처벌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무료 콘텐츠 이용을 미끼로 불법 도박, 음란물 등으로 부당이익을 취하는 범죄자들을 근절하려면 이용자 특정과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권혁주 한국만화가협회 회장은 "긴급차단 도입은 도둑 맞은 집의 문을 걸어잠근 것일 뿐 도둑은 여전히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 기관이 사이트 전체를 즉각 차단하는 제도가 '과도한 검열'이라는 비판도 있다. 콘텐츠 저작권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나 사법기관의 판단 없이 선 차단하는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다. 오픈넷 등 시민단체는 제도 논의 당시 "행정검열과 이중규제가 우려된다"는 의견을 냈다.
문체부는 업계와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가 실질적인 콘텐츠 보호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겠다고 설명했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불법사이트 운영자들이 쉽게 불법 수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신속한 조치로 불법사이트 수명을 최대한 줄이는 데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