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을 두고 역사 왜곡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동북공정 주장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왔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9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최근 '21세기 대군부인'의 역사 왜곡 논란이 커지고 있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라고 짚었다.
논란은 11회 속 왕위 즉위식 장면에서 나왔다. 극 중 왕의 즉위식에서 왕(변우석 분)이 자주국 황제가 쓰는 '십이면류관'이 아닌 중국의 신하가 쓰던 '구류면류관'을 착용하고, 신하들이 왕을 향해 자주국 상징인 '만세' 대신 제후국이 쓰는 '천세'를 외친 점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기에 극 중 인물들이 한국 전통 방식이 아닌 중국식 다도법을 따르는 장면도 반발을 샀다.
서 교수는 "비판이 이어지자 제작진이 지난 16일 뒤늦게 사과문을 게재했다"며 "현재 중화권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관련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번 논란의 가장 큰 문제는 중국 동북공정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성신여대 산학협력단에 따르면 '동북공정(東北工程)'은 중국 동북지방의 역사, 지리, 민족문제 등과 관련한 여러 문제를 학제적으로 다루는 중국 정부의 국책 연구사업으로, 고대 중국의 동북지방에 속한 고조선∙고구려∙발해 등의 역사를 북한과 한국의 학자들이 왜곡하고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전제 아래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한중간 갈등을 유발했다.
서 교수는 이어 "글로벌 OTT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이 함께 보는 역사물 콘텐츠라면 정확한 고증 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역사 왜곡 상황도 유심히 체크를 해야만 하는데 이 부분을 놓친 것이 가장 뼈아프다"며 "이제부터라도 거울 삼아 앞으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역사 왜곡 논란에 전문가들의 비판은 계속 나오고 있다. 최태성 한국사 강사는 "지금 우리는 전 세계 한류 문화를 이끌고 있다. 우리만 드라마,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보고 있고 우리 이미지가 빠르게 전파, 각인되고 있다"며 "이제는 그 격에 맞는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아직 이 시스템이 없거나 수공업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최씨는 "배우들의 출연료는 몇 억을 아낌없이 지불하면서 역사 고증 비용은 몇 십만으로 왜 퉁치려 하는지, 왜 그리도 아까워하는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고증에 드는 시간은 왜 그리도 무시하는지 (모르겠다)"며 "역사물 고증 연구소 하나 만들어서 제작자들이 고민하지 않고 연구소에 대본, 복장, 세트장 모두를 원스톱으로 안전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거센 비판에 제작진은 드라마 마지막회 방송 직전이었던 지난 16일 "조선의 예법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 발생한 사안"이라며 "추후 재방송 및 VOD, OTT 서비스에서 해당 부분의 오디오와 자막을 최대한 빠르게 수정하겠다. 시청자 여러분께 불편을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주연 배우들도 사과에 나섰다. 아이유는 "우리 고유의 역사에 기반한 상상력과 대한민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한 작품이었던 만큼 배우로서 더 신중하게 대본을 읽고 공부해야 했다"며 "그러지 못한 스스로가 부끄럽다. 소중한 비판과 의견들을 늘 기억하며 앞으로 더 신중하고 철저한 자세로 작품에 임하는 아이유가 되겠다"고 했다.
변우석도 "작품이 촬영되고 연기하는 과정에서 작품에 담긴 역사적 맥락과 의미가 무엇이고 그것이 시청자 여러분께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며 "더 신중하고 깊이 있는 자세로 작품에 임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