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가 성공해야 하는 이유…한국 SF의 운명이 달렸다 [영화있슈]

차유채 기자
2026.07.15 13:43
[편집자주] 영화만큼 흥미로운 영화계 이야기. 화제의 작품부터 논란, 리뷰, 비하인드까지 [영화있슈]가 전해드립니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올여름 극장가 최대 기대작으로 떠오르면서 한국 SF 영화의 '흥행 잔혹사'를 끝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 '호프'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올여름 극장가 최대 기대작으로 떠오르면서 한국 SF 영화의 '흥행 잔혹사'를 끝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700억 대작 '호프'…흥행 기대감 최고조
영화 '호프' 포스터./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15일 개봉한 '호프'는 개봉 당일 사전 예매량 60만장을 돌파하며 압도적인 예매율 1위에 올랐다. 이는 올해 최고 수준의 사전 예매 기록으로, 누적 관객 1600만명을 동원한 상반기 흥행작 '왕과 사는 남자'도 넘지 못했던 수치다.

'호프'는 제작비 700억원 이상이 투입된 한국 영화 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다. 괴생명체를 소재로 한 SF 스릴러에 나홍진 감독 특유의 연출을 더했고 글로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올해 열린 제79회 칸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공식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계는 '호프'가 한국 SF 영화의 새로운 흥행 사례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SF 영화가 스타 감독과 배우, 대규모 제작비를 갖추고도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반복된 한국 SF 영화의 흥행 참패
(왼쪽부터) 영화 '더 문', '외계+인 1부' 포스터 /사진='더 문', '외계+인' 측 제공

대표적인 사례가 2023년 개봉한 '더 문'이다. '미녀는 괴로워', '신과 함께' 시리즈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설경구와 도경수가 주연을 맡았지만, 최종 관객 수는 51만명에 그쳤다.

'타짜', '전우치'로 스타 감독 반열에 오른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시리즈 역시 흥행에 실패했다. 1부는 154만명, 2부는 143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여파를 감안하더라도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이었다.

이처럼 한국 SF 영화가 반복적으로 흥행에 실패한 원인으로는 장르 자체의 낮은 선호도가 꼽힌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국내 관객들에게 SF 장르는 아직 수요가 크지 않다"며 "한국에서 제작된 SF 영화가 성공한 사례도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우리나라는 아직 SF 장르를 지탱할 만큼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제작비를 회수할 정도의 관객층도 두껍지 않다"며 "SF에 대한 정서와 감성 역시 할리우드에 비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한국 SF 영화 가운데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은 작품은 '괴물'과 '설국열차' 정도에 불과하다. 두 작품 모두 단순히 SF적 설정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메시지와 인간 드라마를 결합하며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한국 SF의 한계와 '호프'의 현실적 선택
영화 '호프'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일각에서는 한국 관객들이 SF를 선호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완성도 높은 작품을 원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를 비롯해 '아바타', '듄' 시리즈 등 해외 SF 영화는 국내에서도 수백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다만 막대한 제작비와 오랜 기술 축적을 바탕으로 한 할리우드 SF와 국내 작품을 동일한 기준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김 평론가는 "국내에서도 수백억원을 투자했다고 하지만 할리우드와 비교하면 제작 환경이나 시스템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호프'의 장르적 접근에 주목했다. 김 평론가는 "'호프'는 정통 SF라기보다 크리처와 미스터리, 스릴러를 결합한 혼합 장르에 가깝다"며 "나홍진 감독이 대중성을 고려해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내에서 갑자기 정통 SF를 선보이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며 "현실적인 배경에 크리처 요소를 접목하는 과도기적 시도가 오히려 한국형 SF의 영역을 넓히고 관객들의 관심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한국 SF 영화가 풀어야할 과제는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이나 거대한 세계관만으로 관객을 설득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캐릭터와 이야기의 설득력은 물론, 한국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성과 정서를 어떻게 녹여내느냐가 흥행의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호프', 한국 SF 영화의 새 이정표 될까
영화 '호프'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개봉 첫날의 압도적인 예매율이 흥행으로 이어간다면 '호프'는 "한국 SF 영화는 흥행이 어렵다"는 기존 편견을 시원하게 깨부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이번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한국 SF 영화를 둘러싼 '잔혹사'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