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이완구 총리님, 왜 그랬시유?"

세종=정혁수 기자
2015.04.22 06:45

"아유, 정말 안됐시유. 저게 뭐여"

21일 낮 정부세종청사 인근 한 두부식당. 점심을 하러온 사람들로 자리는 이미 가득찬 상태였다. 빈 자리를 기다리는 사이 카운터에서 TV를 지켜보던 60대 주인 아주머니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어찌여, 저걸 어찌여"

마침 TV 화면에는 이날 새벽 사의를 표명한 이완구 총리 얼굴이 나오고 있었다. 식당 한쪽 벽에 걸린 대형 액자사진도 눈에 들어왔다. 환한 표정의 식당 아주머니와 이 총리가 나란히 서 있었다. '이완구 총리와 함께'라는 소개글과 함께.

식당 주인처럼 직접 이 총리를 만난 사람이 아니더라도 많은 충청도 사람들은 이 총리에 대해서 비교적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총리의 강한 추진력과 자신감으로 가득 찬 행보가 믿음직해 보였을 것이다.

그동안 지역에서는 충남 부여 출신의 김종필(JP) 전 총리가 맹주였지만, 최근 '포스트JP'로 정치인 이완구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개인적인 노력과 성취도 '포스트JP' 기대를 뒷받침 했다. 행정고시(15회)에 합격해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 총리는 경찰로 옮긴 뒤 LA총영사관 내무영사, 충남지방경찰청장를 거쳐 3선 국회의원으로 승승 장구했다. 2007년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최악의 허베이스피리트 기름 유출사고 때에는 충남도지사로서 수습을 진두지휘하는 등 역량을 보여주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지난 해에는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로 선출돼 자신의 정치 이력에 가장 화려한 시간을 채워갔다. 그리고 올해 2월 제43대 대한민국 국무총리에 오르면서 인생의 정점을 찍었다.

불과 두달여 전까지 그랬다. 총리 인준과정에서 다소 논란이 있었지만 당시 충청도 주민들은 열광했다. 일부에서는 성급한 '대망론'을 띄우기도 했다.

"너무 자랑스럽잖유. 한 나라의 총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유. 어디 나가도 하나 꿀리지 않고, 영어는 또 얼마나 잘 한 데유. 거기다 얼굴은 유.."

'호사다마' 라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거침없던 이 총리의 행보는 같은 지역 출신인 성완종 전 국회의원(경남기업 전 회장)이 자살하면서 뜻하지 않게 늪에 빠지게 됐다. 항상 이 총리를 지지하던 충청도 민심이 혼란에 빠진 것도 이 무렵이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매몰찰 수가 있데유. 3000만원을 받았는 지, 안 받았는지는 내 관심 밖이유. 근데 사람이 죽었다는 데 죽은 사람을 놓고 '난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유. 우린 그렇게 안 살았시유"

등진 충청도 민심은 이 총리의 거듭된 '말바꾸기'를 목도하면서 실망에 빠졌다.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걸겠다"고 직설화법을 쓰던 이 총리가 애매한 해명에 대한 지적을 충청도 사투리에 기대면서 빠져나가려 하자 더 그랬다.

"이건 아니잖유. 전국에서 애국열사가 제일 많은 고향이 바로 충청도유. 김좌진 장군, 유관순 누나, 윤봉길 의사… 한 두명이 아니유. 충청도 하면 충절의 고장인디, 이렇게 거짓말 하고 그러는 건 아닌 거 같이유. 큰 일 하시는 분이 더 조심해야 되는 거 아뉴"

국정혼란으로 치닫던 이완구 총리의 '사퇴논란'은 결국 이 총리의 '한 밤중' 자진사퇴 표명으로 일단 가라앉는 모양새다. 꼬인 정국은 활로를 찾는 모습이지만, 지난 두 달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닫던 충청민심은 그 이상 곤두박질 쳤다. 상처 받았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제대로 화도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총리님, 왜 그랬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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