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진 다던 미국산 체리, FTA 발효후 되려 올랐다

세종=유영호 기자
2015.09.24 03:22

[0% 물가시대, 추석물가는 고공]FTA 혜택 주요 과일 한국이 가장 비싸… "소비자에 혜택 돌리는 노력 필요"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FTA(자유무역협정)가 발효되면 가정의 장바구니 물가도 싸진다. 최대 수혜자는 소비자다."

정부가 주요국과 FTA를 맺을 때마다 내세워 온 구호다. 관세 철폐 및 인하로 수입물가가 하락해 소비자 후생이 증가할 것이라는 논리에서 나온 '장밋빛 청사진'이다.

하지만 국민이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FTA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FTA 발효 이후 소비자가격은 오히려 인상된 물품도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해 6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뉴욕(미국) △도쿄(일본) △런던(영국) △베를린(독일) △베이징(중국) △서울(한국)△파리(프랑스) 등 세계 13개국 주요 도시의 농축산물·가공식품 등 42개 제품의 국제 물가를 조사한 결과, 서울은 42개 품목 중 35개 제품이 비싼 편(상위 5위 안에 포함)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시민모임은 각 도시 백화점, 대형마트, 일반 슈퍼마켓 등 3곳에서 실제 소매가격을 조사해 평균치를 비교했는데, 서울은 조사 대상 도시가 속한 13개국 중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10위였지만 물가는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물가 상위 품목에는 정부가 FTA 효과로 가격 인하를 '장담'하던 품목들이 다수 포함됐다.

실제 미국산 체리(100g)의 가격은 한·미 FTA 발효 전인 2012년 6월 1250원이던 게 2013년 6월 1940원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6월 조사에서도 1780원을 기록했다. 미국 현지의 체리 가격은 2012년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환율 등을 고려할 때 지난해 6월 미국산 체리의 국내 수입 원가는 2012년 6월과 비교해 1㎏당 19%(2150원) 하락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판매 가격은 거꾸로 1㎏당 42.4%(5300원)나 올랐다.

체리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24%에 달하던 관세가 즉시 철폐됐다. 하지만 관세 인하로 인한 효과는 수입업체등만 누리고, 정작 소비자들은 FTA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포도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과 칠레에서 수입하는 레드글로브 포도(800g)와 미국산 크림슨 시들리스 포도(800g)의 국내 판매가격은 각각 7484원, 8108원으로 조사됐다. 모두 우리나라가 13개국 가운데 2위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미국산 자몽·레몬(2위) △미국산 오렌지(3위) 등 조사한 9개 과일 모두가 13개 도시 중 서울은 비싼 순으로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2004년 가장 먼저 FTA를 맺은 칠레의 와인 '몬테스알파 까르네쇼비뇽'의 경우 서울의 소비자판매 가격은 4만3000원으로 13개국 가운데 1위였다. 수입량 증가, FTA 효과로 가격은 4000원 내렸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여전히 비싼 가격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FTA 효과 체감도가 턱없이 낮은 형편이라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노영기 중앙대 명예교수는 "현 시점에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FTA 효과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며 "FTA 발효에 따른 관세 인하 혜택 등이 소비자에게 직접 돌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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