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지역구 사무소도 줄인단 말에 다른 의원들 침묵"

대담= 서정아 부국장 겸 경제부장, 정진우, 조성훈, 김민우 기자, 사진= 김창현
2015.11.30 03:22

[머투초대석]유경준 통계청장 "빅데이터 활용해 치킨집 통계 등 창업맵 개발 지원"

유경준 통계청장 인터뷰 <br>2015-11-27

지난 22일 경북 포항에서 울릉도를 향해 출항한 배는 거센 파도에 막혀 한시간 반만에 뱃머리를 돌려야했다. 포항에서 하루를 묵고 나서야 울릉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최종 목적지인 독도를 향해 나섰다. 하지만 이번에도 날씨가 문제였다. 몇 차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독도 접안은 실패했다. 독도를 눈 앞에 있었지만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시 울릉도로 되돌아와야만 했다.

최근 인구주택총조사를 위해 직접 독도방문에 나섰다가 실패한 유경준(54) 통계청장의 얘기다. 1925년부터 여태껏 매 5년마다 인구주택총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유 청장처럼 직접 독도행(行)을 결정한 수뇌부는 흔치 않았다. 그는 왜 직접 독도에 들어가려 했을까.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통계청 서울사무소에서 유 청장을 만나 그 이유와 취임 후 지난 6개월간의 얘기를 들어봤다.

- 독도엔 왜 가셨나요?

▶ 독도도 우리나라 땅이기 때문에 당연히 가야죠. 직원들은 한일관계 등을 이유로 독도 방문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지만, 무조건 준비하라고 했습니다. 인구주택총조사가 우리나라 행정력이 미치는 모든 곳에서 실시한다는 상징성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엔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가지 못했습니다. 올해엔 기필코 가야한다는 생각에 나섰지만, 기상악화로 가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독도 이장 김성도 씨의 인터넷 조사는 우리가 지원했습니다.

- 인구주택총조사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 인구주택총조사는 우리나라의 시대상과 발전상, 미래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사 입니다. 조사 결과는 정부의 정책수립과 표본조사의 모집단, 2차 가공통계 작성, 민간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활용됩니다. 아울러 장래 인구와 가구의 추계, 1인 가구 비율, 노령화지수, 주택보급률 등 주요 인구사회지표 작성에 활용됩니다. 올해 가구분야 국가승인통계 174종 중 75.9%인 132종이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모집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기업의 상품개발과 마케팅 전략에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가 사용됩니다.

- 올해 조사가 큰 의미를 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90년만에 조사 방식이 확 바뀌었습니다. 그동안 전수로 조사하던 기본 항목을 행정자료를 이용해 통계로 작성하는 등록센서스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표본으로 조사하던 심층 항목의 규모는 과거 10%에서 20%로 확대했습니다. 인터넷조사 참여율도 당초 참여 목표인 30%를 훨씬 넘는 48.6%를 기록했습니다. 현장 조사 인원만 해도 5만명이나 됐습니다. 조사예산도 지난 2010년 총 조사때의 1808억원보다 600억원 가까이 줄였습니다. 당초 올해 조사 예산은 2712억원으로 추산됐지만 방식을 바꿔 1455억원을 절감했습니다.

유경준 통계청장/사진= 김창현

- 취임하신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어떤 업무에 역점을 두셨나요?

▶ 통계청 조직개편, 인구주택총조사, 국정감사 등 현안 대응과 각종 조사로 분주하게 지냈습니다. 특히 첫 2~3개월 동안 직제개편을 통해 49개 전국 지방사무소중 15개를 줄였습니다. 대신 본청에 빅데이터와 관련, 통계 허브국 2개와 2개의 과를 신설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지역 국회의원 등 지역의 반발이 심했지만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이 큰 도움을 주셨지요. 최 부총리 지역구인 경북 경산이 폐쇄 대상에 포함됐는 데 최 부총리가 대구와의 인접성 등을 꼼꼼히 따져보더니 "없앨 수밖에 없으면 없애라. 최경환이를 밟고 넘어가라"고 하시더군요. 최 부총리 지역구의 사무소도 없앴는데, 다른 데에서 반발할 수 없었던거죠.

- 취임 이후 빅데이터 업무를 강화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주변을 보면, 인터넷과 모바일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가 대량으로 실시간 생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이런 자료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선 관심이 부족했습니다. 그동안 통계청은 조사통계 작성과 행정자료를 활용한 통계생산에 집중했죠. 조사비용과 응답부담 등으로 인해 시의성 있는 다양한 통계가 생산되지 못한 측면도 있긴 합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빅데이터통계과를 신설했고, 통계청이 보유한 공공 빅데이터와 민간 빅데이터를 연계·분석한 통계 생산 뿐 아니라, 민간의 빅데이터 활동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SNS) 자료와 카드사용 정보, 위치정보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체감경기예측, 창업관련 정보, 소비동향 등 기업과 국민 눈높이에 맞춘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 빅데이터 관련 정책 추진에 어려움은 없나요?

▶ 개인정보보호가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국세청이 갖고 있는 주택자료 등을 활용하면 상당한 일을 할 수 있는데 개인 신용정보나 법에 의해 묶인 것들이 많습니다. 그런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빅데이터 활용 전략 수립과 문제 해결을 위한 '빅데이터-통계 전략포럼'을 운영하고 있는데, 진도가 많이 안나가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통계청이 네이버, 강원창조혁신센터 등과 현재 빅데이터 활용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게 잘 되면 앞으로 좋은 방향으로 갈 것 같습니다. 한국은행과 국세청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도 중요합니다. 통계청은 조사를 해서 빅데이터 자료 제공 역할을 충실히 하고, 한국은행과 국세청이 분석 업무를 제대로 하면 국민 편익을 높일 수 있는 빅데이터들이 나올 겁니다.

유경준 통계청장/사진= 김창현 기자

-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물가와 체감물가가 다르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통계청의 공식통계인 소비자물가지수와 국민들의 체감물가간 차이는 주로 측정상 요인과 심리적 요인에 따라 발생합니다. 대상품목과 지역 등에 있어 가상의 평균가구(소비자물가)와 실제 개별가구(체감물가)간 특성이 차이나는거죠. 또 가격변동 비교시점도 차이가 있고, 품질변화 측정 여부 등에 따라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측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소비자물가는 통상 1개월, 1년전과 비교해 상승률을 산정하지만 체감물가는 물건값이 가장 싼 시기 또는 최근 구입시기와 현재를 비교합니다. 또 구입빈도가 높을수록 체감에 영향을 미치고 가격하락보다 가격상승에 민감합니다.

- 개선할 문제는 없나요?

▶ 현재 물가지수 개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생활물가지수 조사 대상품목이 481개입니다. 이중에서 지금 우리경제 수준과 사회 분위기에 안맞는것을 조정할 예정입니다. 아직 조정되는 품목수는 정해지지 않았는데, 자주쓰는 품목들 위주로 변경이 될 겁니다. 또 품목에 적용하는 가중치도 바꿀 계획입니다. 아울러 너무 세상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5년마다 발표하는 주기를 3년 정도로 단축시킬 생각입니다. 개편된 물가지수는 내년 12월쯤 발표될 예정인데, 국민들 체감도가 많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 앞으로 새롭게 추진할 통계조사가 있나요?

▶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통계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가간 상품교역이 활발해 지면서, 수입품까지 포함해 국내 공급을 파악할 수 있는 '제조업 공급동향지수'를 개발 중입니다. 국산제품과 수입품 간 연계성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이 통계가 내년에 도입되면 산업정책에 일대 변화가 있을 겁니다. 고용 관련 새로운 통계도 준비 중입니다. 세종특별자치시의 고용현황과 변동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세종시 고용통계를 만들고 있는데, 2018년 공표할 예정입니다. 통계청의 외국인고용조사 노하우와 법무부의 이민분야 전문성을 결합해 이민자 고용·체류 실태 통계도 개발 중인데, 이를 통해 우리나라 이민대책에 큰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이밖에 소득통계를 바탕으로 사회적 이동성을 볼 수 있는 통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주요이력= △부산 해동고, 서울대 경제학과, 고려대 경제학 석사, 미국 코넬대 노동경제학 박사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국무총리실 실업대책위원회 자문위원 △국무총리실산하 일자리 창출위원회 위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 △KDI 재정·복지정책연구부 수석이코노미스트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자문위원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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