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정양육수당 인상 '백지화'

세종=정현수 기자
2016.06.02 07:24

복지부, 내년 예산안에 양육수당 인상안 반영하지 않아

올해도 가정양육수당 인상이 이뤄지지 않게 됐다. 가정양육수당은 어린이집 등을 이용하지 않고 집에서 돌봄을 받는 미취학아동에게 정부가 월 10만~2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해 가정양육수당 인상을 추진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올해는 이 같은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복지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에 가정양육수당 인상안이 반영되지 않았다. 각 부처는 5월 말까지 예산안을 편성해 기재부에 신청한다. 이후 심의를 거쳐 9월까지 정부안이 확정된다. 최종 의결권은 국회에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복지부로부터 양육수당 인상에 대한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전략적으로 가정양육수당 인상을 추진했다. 복지부가 지난해 기재부에 요구한 가정양육수당 예산은 1조2871억2100만원이었다. 전년(1조2115억1000만원)보다 756억1000만원 오른 예산이었다.

특히 지난해 9월 이른바 '맞춤형 보육' 사업 계획이 발표되면서 가정양육수당 인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맞춤형 보육은 어린이집을 종일반(12시간)과 맞춤반(6시간)으로 이원화하는 제도로 올해 7월부터 시행된다. 지금까지는 종일반만 운영됐다.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 정부의 보육예산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정부가 예산을 줄이기 위해 무상보육 공약을 후퇴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가정양육수당 인상은 이와 맞물려 추진됐다.

당시 복지부는 공식자료를 통해 "맞춤형 보육 정책은 보육 서비스 질 제고를 최우선 목표로 추진할 방침"이라며 "이를 위해 보육료를 표준보육비용 수준으로 현실화하고 가정양육수당을 적정한 수준으로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적정 가정양육수당 금액을 산정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보고서는 가정양육수당을 10만원 인상할 경우 가장 효율적이라는 결과를 제시했다.

하지만 가정양육수당 인상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국회는 가정양육수당 예산을 1조2192억원으로 최종 조정했다. 전년보다 76억9000만원(0.6%) 오른 것으로, 동결시키겠다는 의미다. 당시 어린이집 보육료와 가정양육수당을 동시에 올릴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복지부 내부적으로는 아직까지도 가정양육수당을 인상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가정양육수당 인상에 선뜻 나설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복지부 고위관계자는 "가정양육수당을 인상할 경우 어린이집을 이용하던 다수의 영유아가 가정 돌봄으로 전환되는 효과를 가져온다"며 "무상보육 실시 이후 어린이집이 대거 늘어나면서 최근 폐업하는 어린이집도 늘고 있는데, 가정양육수당 인상은 어린이집 운영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