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 직접 출자, 정부·한은 '대립각' 여전

유엄식 기자
2016.06.08 11:30

[구조조정 장관회의]'금융시스템 리스크 전이시 수은 출자' 검토 문구 포함…정부 “수은 직접출자 필요” vs 한은 “선언적 문구일뿐 당장 출자 계획 없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8일 총 11조원 규모의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밑그림에 대해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아직 넘어야 될 산은 많다.

정부는 부실기업 구조조정 진행상황에 따라 국책은행에 5조~8조원의 규모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이는 국제결제은행(BIS)이 정한 바젤Ⅲ(은행자본 건전화방안) 기준을 감안해 산업은행 BIS 비율이 13%, 수출입은행은 10.5%를 충족한다는 전제로 추산된 것이다.

당장 위기에 봉착한 조선·해운업 뿐만 아니라 건설, 철강 등 경기민감 업종에 대한 국책은행들의 익스포져(리스크에 노출된 금액)를 감안한 규모다. 한은이 대출한도를 일단 10조원으로 설정한 것도 이 추산치를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한은은 구조조정 진행상황에 맞춰 캐피털 콜(필요할 때 마다 대출을 승인) 방식으로 자본확충펀드에 자금을 공급키로 합의했다. 10조원 한도 내에서 건별 대출액이 승인될 때 마다 금통위 의결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 대출은 10조원 한도로 도관은행인 기업은행을 경유해 공급될 예정”이라며 “대출액 한도가 정해졌다고 해서 이를 모두 집행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구조조정 진행상황에 따라 대출액이 10조원 미만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2009년 은행권 자본확충펀드 집행 과정에서도 총 대출한도 20조원 가운데 실제로 한은이 당시 펀드를 조성한 산은에 대출한 금액은 3조4000억원이었다.

정부와 한은은 대출 문제와 관련해선 이처럼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수은 직접 출자 문제에 있어서는 여전히 대립각이 크다. 정부는 현행법상 수은 출자가 가능한 점을 고려해 한은의 역할론을 요청하고 있으나 한은은 중앙은행 손실최소화 원칙에 어긋난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에 포함된 문구 하나에 대한 해석 차이에서도 정부와 한은의 의견이 상당히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문제가 되는 문구는 ‘시장 불안이 금융리스크로 전이될 경우 정부와 한은이 수은 출자를 포함해 금융안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수단을 강구’한다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향후 수은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경우 한은이 대출과 별개로 발권력을 통해 직접 출자를 할 수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한은은 ‘수은 출자’라는 표현이 선언적 문구에 불과하며, 당장은 수은에 대한 직접 출자 계획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은 관계자는 “수은 출자의 전제가 되는 시장 불안과 금융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한은 금통위의 몫”이라며 “당장 한은이 수은에 직접 출자를 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만약 한은이 수은에 추가적인 출자를 하더라도 이 지분에 대해서는 정부로부터 조기에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강구하는 방안도 협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서 말하는 조기 회수장치란 한은이 만약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우려해 수은에 불가피하게 출자를 하더라도 추후 정부 예산안에 반영해 돌려받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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