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은 유럽에게 충격의 하루였다.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렵연합(EU) 탈퇴) 국민투표 결과는 모두의 예상 밖이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KOTRA 유럽본부로 찾아온 독일기업 임원은 투표결과에 대해 “놀랍고도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브리메인’(영국의 EU 잔류)의 가능성을 전망하던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 주가가 장중 10%까지 큰 폭으로 하락했고 외환시장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투자가들의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에서 비롯됐다면 브렉시트는 영국 국민의 비이성적 움츠림(irrational retreatment)이 크게 작용했다.
EU 탈퇴로 런던의 글로벌 금융중심지로서의 위상이 위축되고 교역과 투자가 줄어들며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이성적 사고보다는, 현재 영국경제의 어려움을 EU 탓으로 돌리려는 감정이 앞선 결과다.
하지만 영국의 비이성적 움직임에 유럽은 이성적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 앙헬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한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은 “침착하고 신중하게”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KOTRA 유럽지역본부에서 우리 지·상사와 에어버스, BMW 등 유럽 주요 기업들에게 긴급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업계의 반응은 비교적 차분했다. 대부분 “유예기간 2년이 있기에 당장 기업 영업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고 또 조급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시기상조”라며 “영국과 EU 간의 협상 추이를 보며 대응전략을 마련하겠다”는 게 공통된 반응이었다.
장·단기적 측면에서 브렉시트는 우리 기업에게 분명한 위협요소다. 2년간 영국의 EU 회원국으로서의 권리가 유지되더라도 단기적로는 요동치는 환율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세계 실물경제로 전이될 우려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영국에 대한 투자 감소와 영국내 기업들의 이탈이 이어져 경기부진에 따른 영국의 수입수요가 둔화될 위협이 있다. 실제 영국에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의 한 그룹은 “시장변화 추이를 보다가 다시 EU 역내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도 검토해 볼 것”이라고 KOTRA에 전해 왔다.
브렉시트의 경제적 파급이 어디까지일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탈퇴 협상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권은 되돌려 받으면서 시장 접근성은 계속 남기려는 영국과, EU 탈퇴 도미노 현상 차단을 위해 가급적 단기간 내 단호하고 징벌적 방향으로 협상을 마무리 지으려는 EU와의 힘겨루기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 여파로 인한 시장과 정책의 조정 과정에서 우리 수출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위기 속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영국과 EU의 탈퇴협상 추이와 유럽 현지 업계의 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거점 이전, EU역내 바이어의 영국으로부터의 수입선 전환 등 글로벌 밸류체인 상의 변화 움직임을 조기에 포착해 대응전략을 수립한다면 브렉시트는 우리 기업에게 또 다른 새로운 기회도 될 수 있다.
201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EU는 1, 2차 세계대전으로 황폐화된 유럽에 평화와 협력을 이룩하기 위해 창설돼 경제·정치 통합기구로 확대 발전했다. 통합의 핵심가치를 토대로 EU는 이번에도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리라 믿는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도 지혜롭게 대응책을 수립해 EU와 함께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