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문제가 미국 금리인상, 가계부채 문제보다 훨씬 더 풀어나가기 어려운 과제다."
지난달 30일 경제동향회의에서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이례적으로 저출산 문제를 거론했다. 국가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그가 저출산 문제를 언급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것이 심각한 문제이며 저출산 문제를 풀지 않고는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반증한다.
국회에서도 지난달 저출산·고령화대책 특별위원회가 열어 각계 각층 관련 전문가들의 문제 인식과 해법들을 모색했다. 하지만 특위에서 제시된 자료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06~ 2015년) 저출산 명목으로 투자된 예산이 무려 80.2조원인데, 저출산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못하고 도리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예산 집행 항목에는 어이없게도 템플스테이, 체육지도자 양성, 폐쇄회로TV(CCTV) 교체 등 전혀 관련 없는 정책들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저출산 대책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2017년 예산브리핑에서 저출산 예산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여러 부처에서 예산을 배정받기 위해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저출산·고령화 항목으로 분류하여 예산을 신청했기 때문에 벌어진 결과다. 이렇게 마구잡이식으로 정책과 예산이 집행되다보니 정작 주무부처는 저출산 관련 예산이 각 부처에서 어떻게 집행되는지 가늠도 못하고,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정책 효과는 미미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에 따르면 6월에 태어난 출생아수는 전년동월대비 7.3%나 감소한 3만2900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분기 합계출산율도 0.29명으로 전년동기대비 0.02명 감소했으며, 연간으로 환산하면 1.16명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출산율 1.24명보다 낮은 수치다.
OECD 34개 회원국의 2014년 합계출산율과 비교할 때 한국은 최하위인 포르투갈(1.23명)에 이어 33위로 수년째 꼴지에서 맴돌고 있다. OECD 평균은 1.68명이며, 저출산 대표국인 일본조차 1.42명에 달하니 우리나라의 저출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정부 역시 국내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1,2차 대책에 이어 제3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2016∼2020년)을 수립하고, 저출산 명목으로만 무려 108조원의 재정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렇게 1~3차에 걸쳐 총 180조의 예산을 투자해 출산과 양육 지원을 한다고 과연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물론 예산이 투입되면 일시적으로 출산률이 조금 상승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출산이라는 큰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저출산은 단지 경제적 이유 때문만이 아니라 동시에 사회적 이유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과거와 달리 결혼을 필수로 여기지도 않고, 출산은 더더욱 그렇다. 혹 자녀를 낳는다고 해도 둘만의 결혼생활을 충분히 즐기고 난 뒤에 1명을 낳자는 것이 요즘 세대의 인식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한달간 혼인건수는 2만4300건으로 전년동월대비 9.0% 감소했고, 이는 2000년 월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역대 6월 혼인건수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이런 인식을 가진 세대에 아무리 출산을 장려하고, 지원금을 확대하고, 다자녀 가정에 혜택을 주는 등 경제적 인센티브를 늘린다 한들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사회적 현상을 막기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개인에게 국가가 경제적인 인센티브로 출산을 촉구하기엔 역부족이다.
UN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출산률 추세대로라면 우리나라 인구는 2100년에 현재의 절반으로 줄고, 심지어 2750년이 되면 인구가 제로 상태가 되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아니 당장 내년부터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가 줄어들 판이다.
우리 국민들이 결혼도 기피하고 자녀를 낳지 않는다면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결국 외부에서 이민을 더 많이 받아들이는 방법 뿐이다. 적극적인 이민 정책이 현시점에서 인구 절벽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책인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체류 외국인(이민자) 수는 2016년 7월 현재 203만명이며 지난 10여년간 연평균 10%에 달할 정도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거주 외국인의 다수가 국내 인력 수급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식당 등에서 저임금 근로자로 살아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또한 국내 이민자들은 복잡하고 차별적인 법제도 속에서 안정된 삶의 기반 마련도 어렵고, 오히려 빈곤층 또는 범죄자로까지 전락하기도 한다. 더구나 외국인 이민자들은 늘어나고 앞으로 더욱 확대되어야 하는데, 정작 이를 책임지고 관리할 콘트롤 타워가 부재한 상황이다.
이민정책도 10여개가 넘는 부처가 각자 나름대로 관여하다 보니 허점도 많고 중구난방식으로 정책이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이미 체류하고 있는 200만명에 달하는 이민자들의 정착조차 제대로 지원하고 관리하지 못한다면, 이민을 통한 인구절벽 문제 해결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적극적인 외국인 이민 정책이야말로 당면한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인 대안임을 인식하고, 지금부터라도 중장기적인 이민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며 이를 책임지고 일관되게 추진할 제도와 기구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당면한 인구절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높은 장벽을 걷어내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