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韓銀 추정 경제 불확실성 지수 5년만 최고…정국 불안 영향

유엄식 기자
2017.02.02 05:23

지난해말 기준 50 육박, 2011년 남유럽재정위기 수준까지 치솟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한국은행이 측정한 국내 ‘거시경제 불확실성 지수’가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미국 대통령 선거 등이 모두 시장의 예상을 빗나간 데다, 연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국내 정국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거시경제 불확실성 지수는 50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말 37.5(3개월 이동평균)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거시경제 불확실성 지수는 △국내 연구기관들의 국내총생산(GDP) 및 소비자물가상승률(CPI) 전망치의 표준편차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 경영 애로 사항으로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선택한 비율 △코스피 주가지수옵션과 통화옵션 1개월물 가격 변동성 등 8개 지표를 토대로 산출된다. 지수 값이 100에 가까울수록 불확실성이 높다는 의미다.

2007년 상반기 1.4였던 불확실성 지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90대로 급등했다. 이후 30~40대로 낮아졌다가 2011년 남유럽재정위기 영향으로 50을 넘었다. 2012~2013년 다소 하락했던 불확실성 지수는 2014년 하반기부터 다시 오름세를 나타냈다.

2014~2015년 불확실성 지수가 오른 배경은 중국 경기둔화,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 요인 영향이 컸다.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 국내외 정치적 불안 요인이 경제 불확실성을 한층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거시경제 불확실성 지수 산출에 고려하는 변수 중 하나인 경제·정책 불확실성지수(EPU)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10월 120.7에서 11월 393.6으로 급등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가결된 지난해 6월(282.2), 글로벌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8년 9월(264)보다 높은 수준이다.

EPU는 닉 블룸(Nick Bloom)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 등 연구진이 개발한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한 추정치다. 언론에 ‘불확실성’, ‘정부’, ‘적자’, ‘규제’ 등의 표현이 나오는 빈도 등을 고려해 지표를 추산한다. 값이 클수록 불확실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들은 대규모 고용, 투자 결정을 미루고 가계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인다.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금리차) 확대로 기업 이자부담도 늘어난다.

이로 인해 성장률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한은은 지난달 13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2.5%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전망보다 0.3%포인트 하향 조정된 것이다.

한은이 연초 2%대 성장률을 예측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2.0%) 이후 8년 만이다. 실제로 경제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민간소비 위축을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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