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원료' PHMG, 3년간 295톤 불법 제조·유통됐다

세종=이동우 기자
2017.02.07 12:00

무허가 제조·수입 판매 33개 업체 적발…섬유 항균제로 쓰여 유독성은 '낮아'

지난 3년간 가습기살균제의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295톤이 시중에 불법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유독물질 PHMG를 무허가로 제조·수입해 판매한 불법 유통조직 33곳을 적발해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PHMG는 인체로 흡입될 경우 폐가 딱딱해지는 섬유화를 유발하는 유독물질이다. 옥시래킷벤키저 등에서 가습기살균제의 원료로 사용해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다.

이들 업체는 2013년부터 최근까지 수입신고를 하지 않거나, 영업허가를 받지 않는 방식으로 PHMG 295톤을 제조·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 일부는 성분 함량을 유독물 기준 이하로 허위 조작해 일반화학 물질인 것처럼 단속 공무원을 속여왔다.

적발된 33개 업체 가운데 일부는 가습기살균제 사태로 PHMG의 위해성이 알려진 이후인 지난해 10월까지 PHMG를 불법 제조·유통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33개 업체 중 3곳은 대기업 또는 대기업 계열사로 나타났다.

이번 적발에서 드러난 불법 유통망은 △중국에서 인산염을 수입한 후 희석하여 이를 제조·유통하는 경우 △중국에서 염화물을 수입한 후 희석해 이를 제조·유통하는 경우 △국내에서 PHMG 인산염을 제조하여 유통하는 경우 등 크게 3가지 형태다.

제조업 무허가와 판매·사용업 변경 미이행은 각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벌받게 된다.

PHMG는 흡입독성은 강하지만 피부 독성은 낮다. 항균 효과가 뛰어나 일반적으로 섬유 등의 제조과정에 사용된다. 국내에서 PHMG는 인산염(PHMG-포스페이트)과 염화물(PHMG-클로라이드) 등 2가지 종류의 물질로 유통·사용되고 있다.

이번에 불법 유통된 PHMG 295톤 중 인산염은 섬유 제조 과정에서 항균 처리제로 염화물은 항균 플라스틱의 제조 원료로 사용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섬유 항균 처리에는 낮은 농도로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PHMG로 항균 처리된 섬유와의 피부 접촉으로 인한 인체 유해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당한 시간을 들여 불법 제조된 PHMG가 쓰인 제품 단계까지 추적했지만, 유독성 부분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이번 사건이 유해화학물질 불법 유통망을 제품의 연결고리로 추적해 밝혀낸 첫 번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번 단속은 지난해 2월에 출범한 중앙환경사범수사단과 압수수색 등 수사기법을 동원해 불법 유통한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그간 일선 행정 공무원의 지도·점검만으로는 유해화학물질 불법 유통망의 전체를 조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박봉균 환경부 화학안전과장은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기업조차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가 국민안전을 도외시하고 이익만을 추구하는 관행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앙환경사범수사단과 협력해 유해화학물질 불법유통 실태를 자세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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