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 지 두달 만에 또 다시 내수활성화 방안을 별도로 마련한 것은 내수침체가 그만큼 위기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올 들어 수출은 다소 회복세를 보이지만 소비심리 위축은 심각하다. 1월 소비자동향지수(CSI)는 93.3으로 2009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102에서 9포인트 가까이 빠진 것이다.
지난해 청탁금지법 시행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에 따른 정국불안, 미국 신정부 출범과 금리인상 조짐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겹친 결과다.
음식점과 주점 등 관련서비스업 매출과 고용이 급속도로 둔화 또는 감소하는 추세였고 농축수산물 등은 설 명절 선물특수가 사라졌다.
임시직 숙박업 취업자는 지난해 10월 4000명 증가세를 기록한 이후 11월 -1만9000명, 12월 -2만 2000명, 올해 1월 -5만1000명 등 줄어 들었다.
전반적인 경기둔화와 구조조정 영향으로 취업자수가 줄고 가계소득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
유가상승과 농축산물 수급불안으로 지난해 1%대를 유지하던 소비자물가는 올들어 2%선을 넘어서며 가계의 지갑을 닫게 했다. 금리상승으로 인한 가계부채 상환부담도 서민가계를 옥죄는 요인이다.
정부가 이번 내수활성화 대책에서 소비심리를 회복시키고 가계소득 확충과 부담경감을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가계의 지출여력을 최대한 실제 소비로 연결시키도록 인센티브를 주되 가계소득을 가로막는 고용위축이나 임금체불, 각종 생계비 부담을 줄여 '더 쓰고 더 쉬게' 하자는 것이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말 발표한 경제정책방향 수준으로 광범위하고 각종 미시대책이 망라됐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핵심이 빠져있는 맹탕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내수침체와 고용위축의 주원인인 청탁금지법에 대한 보완책은 이번 대책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민간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3(식사)·5(선물)·10(경조사비) 시행령 완화 목소리가 크지만 관계부처간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청탁금지법과 음식서비스업간) 매출감소에 인과관계가 있다"면서 "경제사회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부처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규정완화에 대해 여전히 검토가 필요하다며 시행령 개정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일부 대책은 실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금요일 오후 4시 퇴근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날'의 경우 기업에 인센티브를 통해 유연근무제 도입을 유도한다는 계획이지만 어디까지나 기업들이 재량사항이어서 강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호텔콘도 객실요금 인하시 재산세 경감역시 숙박업체 가격정책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자칫 숙박업체들에 세제혜택만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전통시장 공제확대 등 소급적용되는 세제혜택을 제외하고는 상당수 대책들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내수활성화 효과가 당장 나타나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근본적으로 내수활성화는 기업의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확충을 통한 가계소득 증대가 선행되어야하는 만큼 노동관계법과 서비스산업활성화법, 규제프리존법 처리 등 구조적 대응 없이 미시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성태 KDI(한국개발연구원)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정부의 내수활성화 방안은 소비 측면에서 단기적으로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란 건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소비심리의 회복이라는 큰 흐름을 만드는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이 맘때쯤 비슷한 정책을 내놓을 경우 기저효과 탓에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지 못할 것"이라며 "결국 반짝 효과만 양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번 대책은 내수활성화 대책이라기보다 어려운 계층을 지원하는 복지정책 성격이 짙은 것 같다"며 "저성장 국면에서 버티기 하자는 게 핵심 같은데 미시 대책을 통한 내수활성화보다 고용 시장과 기업 투자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