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여성경호관 1호 출신, 이수련 신인배우

최정면 기자
2017.04.05 14:39

“청와대 경호관 출신 연기자가 아닌 ‘연기 잘하는 배우’이고 싶다”

▲이수련 배우.

청와대 대통령 경호실 여성1호 경호관으로 10년 동안 국가를 위해 일한 배우 이수련. 그런 그녀가 “연기자의 길을 가보지 않으면 죽어서도 후회할 것 같다”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녀는 경호관 출신 배우가 아닌 연기 잘하는 배우로 남고 싶어 했다. 인터뷰 내내 당당함과 함께, 웃음도 잃지 않았다. ‘우는 연기’보다 힘든 연기가 ‘웃는 연기’라는 그녀에게서 연기자로서의 다양한 표정의 웃음을 찾아볼 수 있었다. 배우로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그녀가 걷고 있는 삶에서는 주인공으로서 손색이 없어 보였다.

청와대 대통령 경호실, 여성경호관 1호에 지원한 동기는

“방송 활동을 하면서 아나운서, 기자, PD 등 막연하게 언론사 시험 준비를 했다. 시험 준비하면서 신문을 많이 봤다. 하루는 신문을 보는데 여성에게 관문을 개방한 ‘금녀의 집’ 공고가 난 것을 보았다. 그때 금녀의 집은 청와대 경호실이었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청와대 대통령 경호실에 응시했다. 여성 공채 1기전까지는 대통령 영부인 경호 수행은 다른 곳에서 파견 나오는 정도였다.”

청와대 경호관 채용에 무도 단증이 가산점이 되나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해서 초등학교 때 태권도 단증 가지고 있었다. 태권도 4단까지 획득하고 경호실 들어와서 1단을 올렸다. 청와대 경호실 경호관에 지원하는 대부분의 남자들은 무도 단증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복서, 레슬링, 유도 등에서 전국체전이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면 특채로 뽑는 경우도 있었다. 또 외부인사 특채라고 해서 경찰이나, 공수부대, 군 출신 등이 들어오기도 했다. 나는 공채 기수로 9기였으며, 공채 여자 1기였다. 무도는 채용에 있어서 가산점이 되지 못한다. 다만 동일한 점수에서 면접을 본다면 이점은 있을 것이다.”

대통령 경호관은 어떻게 될 수 있나

“1차 필기시험(7급 특정직 공무원), 2차 인성과 체력검정이다. 체력검정에서는 윗몸일으키기(1분), 팔 굽혀펴기(1분), 순발력 테스트를 위한 제자리 멀리뛰기, 민첩성 테스트를 위해 10m 왕복달리기, 심폐 지구력을 위한 1,200m 달리기를 측정한다. 3차 시험에서는 신체검사, 논술시험, 품성, 소통능력, 잠재역량, 직무적합성을 평가하는 심층면접을 본다. 대통령 경호는 유관기관의 작전지휘 체계를 지시한다. 그러기에 유관기관인 군, 경찰, 국정원 등의 업무를 모르면 통솔할 수가 없다. 합격하고 나서 시보로 임명되기 전 까지 수 개월간 훈련을 받는다. 개월 수는 매번 다르다. 육군 특전사 훈련, 공군, 해군, 공수부대, 경찰 특공대 등에 파견 나가서 훈련을 받는다. IBS(고무보트)를 메는 훈련, 레펠 훈련, 낙하산 공수 훈련, 사격, 무술, 의전, 매너, 영어 등 여러 가지 필요한 훈련은 다 받는다.

‘설마 이런 훈련을 받겠어!’ 싶었다. 막상 훈련 날이 다가오면 ‘내가 설마 낙하산에서 뛰어내려 죽을 팔자도 아니고!’란 막연한 자신감으로 훈련에 임했다. 육체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장마 때 공수 훈련을 받고, 바다 펄 밭에서 기고, 비에 젖은 주먹밥도 먹었다. 얼마 전 10년 동기 모임에 갔는데 그때 영상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임용 뒤 정기적으로 사격, 무술, 체력, 영어 등에 관한 평가를 계속 받는다. 전·후반기 교육 이수와 경호종합훈련도 이수 받고 시험을 거쳐 승진도 한다. 기본적으로 경호할 때는 권총을 휴대한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첫발이 공포탄이 아닌 실탄으로 권총을 휴대하고 다닌다. 위해를 하는 사람이 있어 제압을 해야 한다. 총알이 날아오면 방탄복을 입은 몸으로 막아야 한다. 큰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눈으로 확인하고 체위를 확장할 수 있는 반복훈련으로 경호관들은 본능을 이긴다.”

▲2007년 4월 23일, 국빈 방한한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일함 알리예프와 영부인 메흐리반 알리예바를 이수련 경호관(사진 맨 왼쪽)이 경호하고 있다.

20대 경호관 생활을 했다. 힘들었던 점은

“여중, 여고, 여대를 졸업했다. 대학생 때는 공중파에서 방송 리포트도 했다. 리포트는 발랄하고, 상큼한 이미지가 있다.(웃음) 그런 습관이 몸에 남아 있지 않았겠는가! 선배들이 웃음이 너무 헤프다고 지적도 했다. 20대면 한참 꾸미고 싶은 나이 아닌가! 화장도 하고 싶고, 염색도 하고 싶고, 장신구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검은 정장에 흰 셔츠, 올려서 묶은 올백 머리였다. 경호를 할 때 시야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머리도 올려서 묶었다. 배우를 하고 싶다는 열정이 있었던 사람인만큼 경호원 생활 전까지 자유분방함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 하는 캐릭터였다. 여전히 예뻐 보이고 싶고 꾸미고 다니고 싶었다. 그런 성격 때문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많이 다듬어져야 했다. 조직문화에서 일원화가 되어야 했다.”

청와대서 몇 분의 대통령을 모셨나

“故 노무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세 분의 대통령을 모셨다. 저를 처음 보신 노무현 대통령이 “언니는 누구예요?”하고 묻자, 수행 부장이 “이번에 처음 뽑은 여성경호관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약간 놀란 표정을 지으시며 “그래요! 수고해요!”라고 격려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는 베이징 올림픽에 대통령과 영부인을 수행했다. 또 당시 경호 관련 KBS 드라마 <강적들>을 방영하고 있었다. 실제로 우리 가족부에 와서 인사 한 후 사격 체험도 하고, 드라마에 관련한 이미지 메이킹도 했다. 강적들에 나온 배우 중 채림 씨가 경호원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루는 김윤옥 여사가 나와 앞머리가 똑같다고 “네, 어제 방송 봤는데 채림 씨가 이 경호관 따라서 앞머리 잘랐던데” 그렇게 농담을 하면 좀 더 가깝게 느껴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인이 된 뒤부터 경호하다가 퇴사했다.”

▲이수련 배우.

수많은 외국 대통령과 국빈들을 경호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방한 때의 일화가 생각난다. 당시 나는 국빈 팀 ADC로 수행을 맡았다. 미국의 경호팀 중에 우선 선발팀이 도착했다. 경호원들은 흑인이었으며 키가 180cm 이상이고 몸집도 컸다. 머리도 빡빡머리였다. 도착한 선발팀이 그들에 비해서 키도 작도 체격도 작은 나를 보고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들은 방탄으로 된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다. 그 친구들이 나한테 다가와서 한 말은 닌자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하니 너만의 특별한 비밀이 있느냐고도 했다. 나는 아니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렇게 같이 라이스 장관 경호를 수행하는 가운데 달걀도 맞았다. 미국의 경호원들과 아주 친해졌다. 라이스 미 국무장관께서 방한 일정이 끝나고 떠나면서 “감사하다! 또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방한했을 때는 반일 감정이 심화되고 있던 시기였다. 그렇다고 경호실 경호관이 한일 감정 때문에 경호를 안 할 수는 없다. 그 역시 나에게는 국가를 대표해서 온 손님이고 경호 대상이다. 여러 번 경호했다. 주한 요르단 대사관에서 근무 중 전화가 왔다. 신임 요르단 대사가 나를 찾는다는 전화였다. 내가 혹시 결례라도 범한 것은 아닌지 걱정됐지만, 새로 부임한 요르단 대사는 다름 아닌 총리가 방한했을 당시 의전관으로 만났던 친구였다. 그 친구 말이 사실인지 모르지만 한국이 좋아서 한국으로 왔다고 해서 반가웠다. 실제로 미생과 만화에 출연도 하기도 했다. 덴마크 여왕이 방한했을 때다. 여왕이 고령이라 부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부축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인 기억이 난다. 여왕의 몸에 손대면 안 된다는 그 나라의 전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왕께는 말도 먼저 걸면 안 된다.”

제10차 APPS 총회에서 교류협력담당관을 맡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제10차 총회에서 APPS 교류협력담당관을 맡았다. 2010년 주요 20개국 정상들이 모이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전 세계 37개국 42개 경호기관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제경호책임자협회(APPS·Association of Personal Protection Service)는 1994년 20개국의 경호기관이 우호협력 관계를 위해 1994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처음 창설했다. 2010년 50개국 61개 기관이 참여하는 전 세계 유일의 경호기관 협의체이다. APPS 10차 총회는 대통령실 경호처(김인종 처장) 주관으로 ‘상호협력을 통한 성숙한 동반자 관계 구축’을 주제로 열렸다. 총회는 각국 경호행사 사례 분석, 위해 상황 시 피경호인의 긴급 후송 방안 등의 안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경호안전 관련 준비상황, 대통령실 경호처 요원들의 경호시범 등이 열렸다. 그런 자리에 교류협력담당관을 맡아서 경호관으로서 정말 뜻 깊었다.”

경호관 생활을 그만 두고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효녀는 아니지만 사실 그동안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딸로 여고, 여대를 나와 물 흐르듯이 직장생활을 했다. 그런데 항상 ‘정말 원했던 일인가’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었다. 10년 하다 보니 ‘10년 했으면 됐지! 더해도 나의 20년은 똑같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많았다. 그래서 연기자의 본능을 감추느라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배우 하겠다고 그만둔다는 말은 경호실에 얘기도 못 했다. 이런 말이 약간 걱정도 된다. 선배들은 열심히 소명을 다 하고 있는데, 나 역시 경호 일은 너무 좋았고, 명예로우며 부모님도 자랑스러워하셨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무언가 더 얻어서 나를 확실히 변화시키는 범위가 너무 한정돼 있음을 느꼈다. 경호관이 나한테 매력이 없다기보다는 다른 것을 하고 싶었다.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르고 살았다고 생각했다. 막연하게 무대 공연을 보거나 연기를 보면 저거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나도 모르게 내면에서 연기에 대한 열망이 커진 것 같다. 죽기전에 원하는 연기생활을 해보고 싶었다.”

▲중국의 한한령 속에서도 유쿠 플랫폼에서 시청자 10억명이 시청한 이다해, 조미 주연의 아우라미디어 제작의 최고의 커플 출연모습.

그동안 출연한 작품과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MBC <다시 시작해>, <화려한 유혹>, <가화만사성>, <황금주머니>. SBS <푸른바다의 전설>, <미녀공심이>, <대박>, <피노키오>. KBS <아이가 다섯>, <다 잘될거야>, <우리집 꿀단지>. tvN <막돼먹은 영애씨>, , <혼술남녀>, <비밀의 숲>. Mnet <칠전팔기 구해라>, JTBC <욱씨 남정기>. iMBC <일장춘몽>, 웹드라마 <행복한 인질>, <저주받은 로맨스>. 한·중합작 드라마 <최고의 커플>, <하와유 브레드> 등에 출연했다.

‘최고의 커플’이 중국 유쿠 플랫폼에서 10억 뷰의 시청자를 기록했다. 사드 (THAAD)로 인한 한한령만 아니었으면 지금쯤 중국 순회를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웃음) 모델로는 비센, 화니핀 코리아 화장품 전속모델, 롯데마트 스포츠 모델, Asia Society 한국 홍보 모델 활동을 했다. 그 외에는 KBS <인간극장>, YTN <만나고 싶은 사람>, SBS <한밤의 TV 연예>, <골라 듣는 뉴스룸>,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 등과 최근 KBS <강연 100°C>에 출연했다.

경호실을 나온 뒤 대기업 비서실이나 경호실에서 고액 연봉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다. 하지만 거절했다. 나는 국가를 대표하는 기관을 경호하고 행정부 수반을 경호하고 싶었다. 개인 경호는 맡고 싶지 않아서였다. 혼자 연기를 다지고 싶다는 마음에 아직 소속사가 없다. 사실 제안도 많이 들어왔다. 소속사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섭외, 오디션, 출연까지 바닥부터 배우고 싶었다. 예쁜, 동경의 대상인 연예인보다 ‘사람 냄새 나는 연기’를 하고 싶었다.

처음엔 액션 배우를 하려고 청와대를 나왔다는 것으로 오해를 샀다. 실제로 액션 배역 섭외가 많이 들어왔다. 액션을 하는 건 좋지만 하지원 씨나 스칼렛 요한슨처럼 연기가 기본이 되는 액션을 하고 싶었다.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은데 섭외 측 입장에서는 신인으로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그래서 단역부터 많은 연기를 경험했다. 정말 많은 단역에 출연한 이유가 내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검증 받기 위해서였다. 그쪽에선 일단 경호원 출신이니깐 액션이 필요한 부분만 연기를 계속시켰다. 지금은 캐스팅 디렉터나 제작사를 통해 섭외가 많이 들어오는데 “이수련 씨 승마할 수 있어요? 경찰 역할인데 괜찮아요? 어떤 캐릭터인데 거기에 액션이 좀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섭외가 온다.

사실 제가 지금까지 출연 한 것 중에 액션을 안 한 역할이 더 많다. ‘술집마담’, ‘목공예 강사’, ‘기생’ 등. ‘최고의 커플‘에서도 이다해 씨의 친구 역할을 했다. 처음에는 비중 있는 역할이 아니었지만 나중에 역할이 더 커졌다. 앞으로 예쁘고 어린 역할이 아닌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망가지고 사람 냄새 나는 연기자로 평생 살고 싶다.”

이수련 배우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국제학 석사

2004~2013 대통령경호실 경호관

2014~현재 연기자/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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