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채용을 계획하고 있는 모든 공공기관이 같은 날 필기시험을 치르는 통합채용 설계 작업에 착수했다. 이른바 '공공기관판 수능'이다. 정부가 필기시험을 주관해 블라인드 채용과 더불어 공공부문 입사전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다.
통합채용은 서류·면접전형에서만 효과 있는 블라인드 채용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교차지원 불가에 대한 논란 등 실제 도입까지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1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국내 통합채용 현황을 파악하고 공공기관 채용시스템 적용과 관련해 내부 논의를 개시했다.
각 공공기관이 자체 시행하고 있는 필기시험을 정부 주관 아래 진행하겠다는 게 통합채용의 골자다. 필기시험 이후의 채용 절차는 개별 공공기관이 맡는다. 필기시험 합격자가 면접시험은 자신이 지원한 공공기관에서 보는 식이다.
모든 공공기관이 수험생을 똑같은 시험지로 평가하는 건 아니다. 금융, 에너지, 보건 등 공공기관 유형이 저마다 달라 일괄 평가는 어렵기 때문이다. 수능시험이 문과, 이과, 예체능으로 구분 지어 치르듯 비슷한 유형의 공공기관끼리 묶어 필기시험을 보는 방안이 거론된다. 아예 개별 공공기관이 따로 평가될 가능성도 있다.
경기도는 이미 2015년부터 통합채용으로 공공기관 직원을 뽑고 있다. 적용 대상은 도내 지방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 24곳이다. 경기도는 특히 채용 1차 관문을 서류 전형 대신 필기시험으로 뒀다. 서류·면접 평가는 2·3차로 진행한다. 모든 수험생이 서류 탈락 걱정 없이 필기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경기도는 필기시험을 1차로 실시해야 통합채용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설명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필기시험을 먼저 보는 경기도 통합채용은 서류전형에서 특정인이 뽑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한다"며 "필기시험 동시 합격자로 인한 탈락자를 줄이고 산발적인 취업정보를 모아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금융공기업은 소극적인 통합채용을 하고 있다. 금융공기업은 대체로 한국은행과 같은 날 필기시험을 시행한다. 지난해 10월 22일엔 예금보험공사, 한국예탁결제원,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의 필기시험이 한은과 겹쳤다. 금융공기업 수험생 사이에선 'A매치 데이'라고도 불렸다.
금융공기업이 필기시험 날짜를 고르는 데 있어 정부 입김이 작용하는 건 아니다. 다른 기관에 우수 인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금융공기업의 전략적 선택이 A매치 데이가 나온 배경이다.
통합채용의 현실적 제약도 존재한다. 우선 정부가 필기전형을 같은 날 진행하면 수험생은 한 곳만 시험 볼 수 있어 다른 공공기관에 지원조차 할 수 없게 된다. 금융공기업 A매치 데이 때마다 제기되는 불만이 재연될 수 있다. 공공기관 급여·복지 수준에 따라 경쟁률이 천차만별인 '응시생 부익부 빈인빅'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런 부작용도 두루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공공기관 통합채용은 초기 검토 단계로 확정된 건 없다"며 "도입할 만한 제도인지, 실시한다면 어떻게 만들지, 수험생에게 끼칠 혼란 등을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