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가능성을 검토할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개최 장소로 미국 워싱턴D.C.를 못 박았다. 우리 정부가 요구한 서울 개최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양국간 ‘기 싸움’이 본격화되는 모양새여서 결과가 주목된다.
3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특별 공동위원회 개최를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하자”고 다시 한 번 요청했다. 산업부의 특별 공동위 서울 개최 요구에 대한 답신이다.
앞서 USTR은 12일 산업부에 보낸 서한에서 ‘특별 공동위를 열어 FTA 개정·수정 가능성 등을 검토하자’고 요청했다. 개최 시기와 장소로는 ‘30일 이내, 워싱턴D.C.’를 제안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24일 USTR에 보낸 답신에서 “특별 공동위에서 한미 FTA 발효 이후 효과에 대해 양측이 공동으로 객관적인 조사, 연구, 평가를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에 대해 논의하자”면서도 개최 시기와 장소는 ‘통상교섭본부장 임명 등 정부 조직개편 절차 완료 후 적절한 시점, 서울’로 요구했다.
개최 시기와 장소와 관련된 양측의 이견은 협상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한·미간 물리·심리적 거리 등을 고려할 때 협상 장소를 유리하게 결정해야 초반 기선을 제압할 수 있다는 셈법이 반영됐다.
현재 미국 측이 개최 장소로 워싱턴D.C.를 요청하는 명분은 정기 공동위가 1월 서울에서 열린 만큼 차기 회의는 미국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매년 한 번 있는 정기 공동위는 한국과 미국에서 교대로 개최한다.
하지만 속내는 이르면 다음 달 중순부터 워싱턴D.C. 등에서 열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 일정 등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NAFTA, 한·미 FTA 개정 협상 등을 동시에 진행하는 입장에서 자국 내 협상으로 효율과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원칙을 앞세우고 있다. 한·미 FTA 협정문에는 특별 공동위에 대해 ‘다른 쪽 당사국의 영역에서 개최하거나 양 당사국이 합의하는 장소에서 개최한다’로 규정돼 있다. 이는 미국 측 요구에 합의하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다른 쪽 당사국)에서 연다는 의미다. 한 통상 전문가는 “협상은 먼저 요구한 측이 상대방 쪽으로 가는 게 국제사회의 일반적 관행”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특별 공동위 개최 시기가 연말이나 내년 초로 밀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당장 발등의 불인 NAFTA 개정 협상에 집중해야 해 여력이 부족하고, 우리 역시 개정 협상에 공세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 측과 특별 공동위 운영에 대한 세부사항을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미국 측 움직임을 면밀히 검토하되 당당하게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