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정치판에 '늑구' 같은 후보가 절실하다

[MT시평]정치판에 '늑구' 같은 후보가 절실하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원·정치학
2026.05.08 02:00

'늑구 신드롬'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었다. 동물원을 탈출한 늑대 한 마리의 10일은 시민들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사람들은 '잡지 마라', '자연에서 살게 두라'고 말했다. 법과 질서보다 자유의 서사가 먼저 소비됐다. 결국 늑구는 다시 동물원에 갇혔다. 하지만 그 짧은 탈출은 틀에 갇힌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시민들의 마음을 건드렸다. 늑구는 잠시나마 맹수가 아니라 '자유의 아이콘'이 됐다.

마침 정치권에서도 장동혁 대표의 '방미 10일'이 있었다. 하지만 늑구와는 결과가 딴판이었다. 늑구의 귀환은 환영받았으나 장 대표의 복귀는 비웃음을 샀다. 이유는 간단하다. 늑구는 울타리를 넘었지만, 정치인은 여전히 울타리 안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지금 정치권은 진영논리와 팬덤정치라는 이중 철창에 갇혀 있다. 여야 모두는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제거 대상으로 삼고, 정책보다 정쟁에 몰두한다. 민주당의 '조작기소 특검법'은 공소취소 논란으로 국민의힘 내 '윤어게인' 공천의 문제점을 덮고 세 결집을 도우면서 민심에 역행하고 있다. 이에 정치인은 '국민의 대표'가 아닌 '진영의 호위무사'로 인식된다.

지역 정치도 마찬가지다. 평택을 보궐선거구에서는 민주당과 위성정당들이 정책경쟁보다 정치공학으로 유권자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다. 조국, 김재연 후보 등은 후보단일화를 위한 물밑 계산에 매몰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안산갑 역시 유사하다. 민주당 지도부는 자당의 귀책사유로 열리는 보선임에도 불구하고, '코인', '현지누나 인사청탁', '대통령 측근' 논란으로 비난을 받았던 김남국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이런 '친명횡재' 공천은 유권자에 대한 몰염치다.

대구지역에서 민주적 공천절차를 택하지 않은 국민의힘의 구태는 한심하다. 당 지도부가 '계엄해제 표결 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는 추경호 전 의원을 대구시장 후보에 공천한 것에 이어 '윤어게인' 성향의 이진숙 후보를 달성군 보선에 단수공천했다. 이런 행태는 '절윤'을 요구하는 민심에 반하는 행태였다.

정치가 신뢰를 잃은 이유는 뭘까. 개딸, 윤어게인, 김어준·전한길 유튜버 등 강성팬덤에 장악된 여야 정당이 민심과 공화주의와 유리된 좌우극단의 잘못된 노선을 반성하지 않고, 상대를 악마화해 책임을 전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지금 '늑구 같은 후보'가 절실하다.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계산된 선택만 하는 자가 아니라, 다소 불리하더라도 진영 밖으로 나올 용기를 가진 자 말이다. 기득권과 팬덤정치가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을 중심에 두고, 현장에서 해법을 찾는 자율적 정치인이 필요하다.

오는 6·3 지방선거는 시험대다. 유권자도 익숙한 선택이 아니라 바꿀 수 있는 선택이 필요하다. 늑구의 탈주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울타리 안에서만 선택할 것인가, 그 밖을 상상할 것인가. 늑구처럼 울타리를 넘으려는 후보에게 기회를 줄 것인가, 말 것인가. 진영논리와 팬덤정치의 철창을 깨지 못한다면 변화는 오지 않는다. 해답은 유권자의 손에 달렸다. 투표는 우리의 자유가 어디로 향할 지를 결정하는 마지막 기회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원·정치학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원·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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