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한파에 정부가 기업들에 전력 사용을 줄이도록 요구하는 ‘급전지시(수요감축 요청)’를 잇따라 발령하면서 수요자원(DR·Demand Respone)거래제도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정부는 “전력난은 아니지만 최대전력수요(피크) 시간 때 불요불급한 수요를 낮추는 것이 사회적 비용이 적다”고 설명하지만 일각에서는 “새 정부가 탈원전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DR제도를 둘러싼 핵심 쟁점을 머니투데이가 분석했다.
◇탈원전 때문에 급전지시 남발?=2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겨울 8차례의 급전지시를 발령했다. 전력수요가 전력수급기본계획상 목표 최대전력수요(8520만㎾)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 자동발령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한파가 몰아친 지난 24~26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사흘 연속 급전지시가 발령되기도 했다. 최근 ‘급전지시가 너무 잦다’고 불만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탈원전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급전지시를 남발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현재 원전 11기가 가동을 멈춘 것은 계획예방정비 등 법에 정해진 규정을 따르기 위해서다. 원전 11기가 가동을 멈춘 상태에서도 평균예비율은 15%를 웃돈다. 급전지시가 없더라도 공급능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정부가 전력수급이 안정적임에도 급전지시를 내리는 것은 이른바 ‘평시 DR’로 불리는 수요관리 때문이다. 겨울철에는 일반적으로 오전 10~12시, 오후 3~5시에 전력수요가 집중된다. 이를 최대전력수요(피크)라 하는데 감축하지 못하면 불확실성 등에 대비해 설정한 예비율과 연계해 장기적으로 발전소를 신설해야만 한다.
하지만 예비율이 안정적 상황에서 고작 하루 3~4시간 때문에 발전소를 추가로 짓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선진국들이 대부분 DR제도과 유사한 수요관리 정책을 시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국내 DR 총량은 4271㎿로 약 한국형 신형원전(APR1400) 3기 분량인데 이를 수요관리가 아닌 다른 발전원으로 대체하면 전력구매비용만 연간 1600억원이 추가로 발생한다. 많게는 수조원의 발전소 건설비용과 사회적 갈등도 불가피하다.
◇급전지시가 기업들 옥죈다?=DR제도의 기본 목적은 기업 등 대용량 전력수용가에 자발적인 수요감축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급전지시는 모든 기업에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요구가 있을 경우 전력 사용을 줄이겠다고 사전(매년 11월)에 계약한 기업들만 대상으로 한다.
참여기업은 당연히 정부로부터 경제적 보상도 받는다. 경제적 보상은 감축여부와 관계없이 받는 기본정산금과 전기를 절약한 만큼 받는 용량정산금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DR제도 운영으로 기업들에 지급된 보상(정산금)은 1844억원인데 이 가운데 기본정산금이 1829억원(99.2%)이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공장 가동을 멈춰 전력 사용을 줄여서 보상을 받는 것이 큰지 아니면 공장을 계속 가동해 얻는 이득이 더 큰지 고려해 급전지시에 대응하면 돼 ‘기업 옥죄기’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2014년 11월 제도 도입 당시 참여기업이 861개에서 올해 3580여개로 급증한 것도 이를 반등한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지난주처럼 단기간 집중 발령이다. 전체적 생산성에 문제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을 옥죈다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위약금 등이 인센티브를 초과하지 않는 구조고 유예조항도 있다”며 “지난주처럼 단기간에 집중 발령되는 사례만 많지 않다면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조”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상기온으로 급전지시가 과거보다 잦은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정말 전력이 부족할 때 사용하는 비상 DR과 수요관리 정책을 위한 평시 DR을 제도적으로 구분하고 참여기업의 자율성을 높이되 DR제도 전반의 효율·효과성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