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서 한국기업 인턴사원으로 근무하던 A씨(26). 인턴을 지원할 당시 글로벌 업무경험을 쌓으며 돈도 마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한달 월급 30만원에서 방값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은 없었다. 한국의 부모님이 보내준 돈으로 생활해야 했다. 소모성업무·잡무에만 시달리던 그는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다.
#서아시아의 한국 대기업 영업소에 현지채용방식으로 입사한 B씨(29). 본사에서 파견 나온 주재원들과의 월급 차이는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규를 제멋대로 해석하고 권력을 휘두르는 지사장의 개인적 심부름까지 떠맡는 건 힘들었다. 사직서를 냈더니 현지법에도 없는 ‘퇴사 3개월 전 통보 규정’을 들먹이며 일방적으로 퇴직금을 깎았다.
정부가 청년일자리의 출구로 해외취업·인턴을 제시하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 나갔던 청년들은 기대와 달리 열악한 처우·잘못된 정보 때문에 후회하며 귀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A씨는 자신의 인턴생활을 ‘주재원의 무급 노예’였다고 표현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인턴은 소홀하게 취급되지만 해외에서는 막아줄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그 정도가 더하다”며 “주재원의 종교 모임, 골프연습, 영어과외 등의 뒤치다꺼리는 다 내 몫이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월급은 적게 받아도 해외에서 근무경험을 쌓으라며 대학교에서 주선해준 인턴이었는데 정작 맡은 업무는 단기 아르바이트생이 해도 무방할 잡무뿐이었다”며 “대기업 해외지사라고 해서 한국에서와 같은 환경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B씨는 퇴사 과정에서 이면계약서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에게 실제 적용되는 계약서와 달리 현지법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회사에서 이민국 제출용 계약서를 따로 쓴 것이었다. B씨는 자신의 연차일수가 현지법에 규정된 것보다 훨씬 적다는 사실을 퇴사할 때가 돼서야 알았다.
B씨는 “국가나 근무지별로 사내규정이 다 제각각이라 주재원이 제왕적으로 규정을 해석하고 적용시킨다”며 “이 과정에서 인사·급여·복리후생을 현지직원 압박의 도구로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해외취업 청년들은 부당한 대우를 현지 노동당국에 신고하기도 힘들다. 이 때문에 수당 없는 야근과 주말근무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한 중소기업의 동남아 영업소에서 인턴으로 일한 C씨(28)는 “태풍이 오는 날 전봇대가 무너지고 홍수까지 난 상황에서 상사가 ‘사무실에 나가 와이파이가 잘 되는지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려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전했다.
문제는 취업난으로 인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경험을 쌓으려는 청년층의 수요가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이 같은 여건이 바뀌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급 또는 최저임금 이하의 박봉으로 일하는 인턴이나, 해외법인에 입사하려는 청년들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한국기업의 한 유럽 법인에서 근무하는 D씨(31)는 “1년에 한두번 이메일로 받는 A4용지 한장 짜리 ‘해외취업자 사후관리 조사’ 외에는 딱히 해외취업자에 대한 관리가 안되는 것 같다”며 “청년들을 무작정 해외 진출만 시킬 게 아니라 대사관·영사관 차원에서 근로감독도 나오고 법을 위반한 업체들에게 제재를 줘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