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문재인 대통령이 ILO(국제노동기구)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맡는 방안을 추진한다. 임기 2년 동안 진행해온 ‘노동존중사회 구현’을 위한 성과를 보고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아직 국내에서 비준되지 않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이르면 연내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의 뒤를 이을 예정인 이재갑 장관 후보자의 첫 과제가 될 전망이다.
4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고용부는 내년 6월 초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ILO 100주년 총회에서 문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맡을 수 있도록 ILO 사무국 등과 협의중이다. 내년 총회는 100주년 기념 사업으로 일의 미래와 함께 △빈곤 철폐 △근로여성 △기업 △녹색 일자리 △국제노동기준 △거버넌스 등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이 주창한 7대 이니셔티브를 다룬다. 100주년을 맞아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자리여서 각국 지도자들 중 기조연설을 맡길 바라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맡는다면 취임 이후 추진해온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한 정책 성과와 함께 정부의 여성일자리 대책, 4차산업혁명에 대비한 노동정책들을 설명하고 국제적으로 정부의 성과를 알리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정책추진방향에 국제사회가 호응한다면 국내에서 추진중인 노동정책들도 보다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지난 6월 총회 참석차 제네바에 방문한 김영주 고용부 장관도 당시 가이 라이더 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 문 대통령의 기조연설 방안을 논의했다. 개각 대상에 오른 김 장관은 이달 6~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멘도사에서 열리는 G20 고용노동장관회의에도 참석해 문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맡을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기 위한 사전작업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맡기 위한 관건은 ILO 핵심협약의 국내 비준이다. 한국은 8개의 ILO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 관련 협약(제87호·제98호)과 강제노동 관련 협약(제29호·제105호)을 비준하지 않은 상태다. 일부 협약이 병역법, 공무원노조법 등 국내법과 충돌하는 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이재갑 고용부 장관 후보자의 첫번째 과제도 ILO 핵심협약 비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돼있다. 협약이 비준될 경우 해직자 조합원 문제 때문에 아직까지 법외노조 딱지가 붙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역시 합법화될 길이 열린다. ILO 협약은 국내 노조법과 달리 해직자에게도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준다.
한편 187개 국가를 회원국으로 보유한 ILO는 1919년 4월 베르사유 평화조약에 따라 국제연맹 산하 기구로 설립됐다. 이후 1946년 UN(국제연합) 산하기구로 편입됐다. 한국은 1991년 12월 9일 152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한 뒤 1996년 6월~2020년 6월까지 8회 연속 이사국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