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출이 4개월째 감소하면서 올해 1분기 수출이 2016년 3분기 이후 10분기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출 버팀목' 반도체의 단가 하락이 이어졌고, 최대 수출국 중국의 경기둔화에 대(對)중국 수출도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하반기로 갈 수록 수출 부진이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워낙 대외 변수의 불확실성이 커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9년 3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3월 수출은 471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3월보다 8.2% 감소했다. 이로써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수출 부진이 넉달째 장기화된 것은 수출이 19개월 연속 감소했던 2015년 1월~2016년 7월 기간이 마지막이다.
이에 따라 1분기(1~3월) 누적 수출은 1327억달러로 지난해 1분기보다 8.5% 감소했다. 분기 기준 수출액이 전년동기대비 감소한 것은 2016년 3분기 이후 10분기 만에 처음이다.
◇'단가 하락'…반도체 수출 증가율 두 자릿수↓=수출 악화의 최대 원인은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이다. 지난해 연간 수출 6000억달러 달성에 앞장섰던 반도체의 경우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는 조짐이다. 지난해 12월 전년대비 수출이 8.4% 줄어든 데 이어 올 들어서도 △1월 23.3% △2월 24.8% △3월 16.6% 등 두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갔다.
메모리칩의 단가는 꾸준히 하락세다. D램(RAM) 가격은 8Gb(기가비트) 기준 지난해 3월 9.1달러에서 올해 3월 5.1달러로 44% 떨어졌다. 같은 기간 128Gb 기준 낸드플래시 가격도 6.8달러에서 4.9달러로 27.9% 급락했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며 반도체 수요가 둔화된 게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재고를 조정하고 있는 데다 계절적 비수기로 스마트폰 판매가 정체된 점도 영향을 줬다.
가격요인을 제외한 반도체 수출 물량은 지난해 12월부터 동반 감소해 우려를 키웠지만, 3월(1~25일 기준)에는 1.8% 늘며 증가세로 반전했다.
지난달 반도체 외에도 주력품목의 수출 감소세는 이어졌다. 주력품목 20개 중 △선박(5.4%) △플라스틱제품(3.6%) △바이오헬스(13.0%) △이차전지(10.2%) 4개 품목을 제외하고 16개 품목의 수출이 모두 줄었다. △일반기계(-1.3%) △자동차(-1.2%) △석유화학(-10.7%) △석유제품(-1.3%) △철강(-4.6%) 등이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의 경기 둔화가 가장 큰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대중국 수출은 15.5% 줄었다. △지난해 11월 -3.2% △12월 -14.0% △올해 1월 -19.1% △2월 -17.3%에 이어 5개월 연속 감소세다. △아세안(-7.6%) △유럽연합(EU)(-10.9%) △일본(-12.8%) △중동(-25.8%)으로의 수출은 감소했고 △미국(4%) △독립국가연합(CIS)(32.6%) △인도(13.7%) △중남미(20.6%)로의 수출은 늘었다.
◇반도체 전문가 "수출 감소 불가피…하반기엔 완화"=앞으로 빠른 수출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출 부진이 글로벌 경기 악화 등 구조적 원인에 기댄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반도체 경기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하다.
국내 반도체 전문가들은 올해 반도체 수출이 전년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연구원이 국내 반도체 업종 전문가 2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은 올해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보다 상반기 16.9%, 하반기 6.1% 각각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감소율이 완화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반도체 경기회복과 관련해 "(반도체 수요가) 하반기 회복될 것이라 예상을 하지만 그 시기가 뒤로 늦춰지고 회복속도도 느려질 것이라는 견해가 대두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부 "2분기 수출, 1분기보다 나아질 것"=정부는 3월 수출이 감소했지만 수출 감소율이 한 자릿수로 둔화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수출 감소율은 △지난해 12월 1.7% △올해 1월 6.2% △2월 11.4%로 점차 확대됐으나 지난달에는 8.2%로 축소됐다. 또 지난달 가격효과를 제외한 수출 물량이 0.9% 감소했지만, 2월(-3.3%)보다는 감소율이 줄었고, 1분기 수출 물량은 1.5% 증가하며 2분기 연속 상승세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어 2분기에는 1분기보다는 수출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수출 물량이 개선되고 유가 안정, 중국의 내수진작 대책 등으로 석유화학이나 소비재 수출도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박태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유가가 안정되고 있고 선박을 비롯한 일부 주력품목과 신성장 수출 품목들의 호조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4월 수출 증감률은 3월보다는 개선되고, 나아가서는 2분기 수출은 1분기보다 더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수출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오는 9일 성윤모 장관 주재로 수출 컨트롤타워인 '수출전략 조정회의'를 개최하고, 상반기 중 △바이오헬스 발전전략 △문화·콘텐츠 해외진출 전략 △전자무역 촉진방안 등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수출활력 제고대책'이 빠른 시일내에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무역금융・해외전시회 등 단기 수출활력제고와 수출품목·시장 다변화를 통한 중장기 수출 체질 개선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